"해양세력 힘모아야 해양강국된다"

▲ 해양문화재단 최낙정 이사장
넘치는 아이디어·추진력 갖춘 해양전도사
"해양계 30년후 마이요트시대 대비하자"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60년만에 찾아왔다는 백호랑이의 해, 서울에는 새해 벽두부터 100년만의 폭설이 내렸다. 새해 첫 출근길이 엉망이 돼버렸지만 정말 오랜만에 시원하게 눈을 쏟아졌다. 지난해 해운업계를 괴롭혔던 갖가지 시름들도 이번 폭설처럼 모두 쏟아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이러한 바램을 담아 본지는 해양계 각계 각층의 지도급 인사들로부터 새해 새소망을 들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로 해양수산부 전직 장관으로 해양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해양문화재단 최낙정 이사장을 만나봤다.<전문>

지난 2009년은 정부와 국민들의 해운업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일천한가를 해운업계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는 한해였다. 2008년 갑자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로 해운업계는 가장 어려운 지경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조선에 밀려 제때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뒤늦게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이미 많은 선사들이 무너졌고 살아남은 선사들도 만신창이가 됐다. 정부와 국민들이 해운업의 중요성을 조금만 인지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운업계의 뒤늦은 후회도 남았다.

그러나 마냥 후회만 할 수는 없다. 단기간내 대국민을 상대로 해운업, 더 나아가 해양산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식시키는 것은 어렵겠지만 꾸준히 대국민 인식제고를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그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해양산업의 대국민 인식제고를 위해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바로 해양문화재단의 최낙정 이사장이다.

지난 2005년 제5대 해양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최낙정 이사장은 자타공인 해양 전도사로 통한다. 바다와 관련된 일이라면 종횡무진, 신출귀몰이다. 아이디어도 차고 넘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골라내서 반드시 실행에 옮긴다. 그가 해양수산부에서 30년 넘게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 추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누구나 불가능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대단한 열정과 감동 속에서 진행됐던 13박 14일간의 해양영토대장정이나, 편안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최근 첫호를 내놓은 해양문학계간지 ‘문학바다’나, 최 이사장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들이다.

해양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최 이사장으로부터 애정 넘치는 바다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양문화재단은 어떤 일을 합니까?
=해양문화재단의 가장 큰 목표는 국민들의 해양사상을 고취시켜 바다에 꿈이 있고 미래가 있고 국가의 번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해양문화재단에서 하는 일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면 해양교육사업, 해양문화사업, 해양연구학술사업, 해양영토 대장정 등입니다. 세부적으로 장학사업, 해양교육교재발간, 해양문학지 발간, 해양문학상 공모, 해양사진대전, 해양문화체험 행사, 해양문화학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역점에 두시는 사업은?
=해양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사업은 대부분 대국민 해양사상 고취를 위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업이 없습니다. 굳이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교육사업을 들고 싶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영국에서 6년간 파견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아이들을 영국 초등학교에 보냈는데 영국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해적에 관한 이야기 시리즈를 읽으면서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고 바다와 친해지도록 교육을 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바다와 친해지는 교육을 받으니 영국이 해양강국이 될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바다에 대한 교육이 없지는 않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국토해양부의 지원을 받아 해양교육교재 편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바다에 대해 얼마나 많이 다루었는지를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 보려는 것입니다. 또 바다에 관한 다양한 교재와 부교재, 바다와 관련된 직업 교재 등 다양한 교육교재를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어려웠던 일이 적지 않지만 그보다 아쉬웠던 것은 해양계 스스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관심도 적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대부분 기꺼이, 전폭적으로 도와주시지만 자발적으로 대국민 홍보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들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양계가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위 세력화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아마도 해양계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심점이 제대로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해양업계가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30여년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해양계가 힘을 모아 세력화해서 경제 5단체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양사상을 전파하는 일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확보가 어렵지 않습니까?
=해양문화재단이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은 재단 출범 당시 갖고 있던 해사장학회 기금에서 얻는 이자 수익이 유일합니다. 이외에 국토해양부의 위탁사업을 통해서 일부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 프로젝트마다 펀딩을 통해서 예산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해양문화재단이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와 업계에서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그만큼의 실효성을 가져야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국민 해양사상 고취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사실 예산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령 우리가 지난해 하반기에 전국의 대학생 104명을 선발해서 배를 타고 13박 14일 동안 전국의 연안과 백령도, 독도 등을 돌아보는 해양영토대장정 프로젝트를 보면 예산이 문제가 됐지만 결국 정부와 업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면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 해양영토대장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국의 대학생들을 13박 14일 동안 한배를 태워서 우리나라 섬과 연안을 둘러본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낭만적이고 좋은 아이디어지만 예산과 안전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안전문제는 원양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고 연안항해이기 때문에 100%까지는 아니지만 기상악화나 기타 응급상황 발생시 피항이 가능하므로 위험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설득을 해서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예산문제도 국토해양부와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조선업계, 해군 등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서 쉽게 해결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국민들에게 바다를 알리는 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힘 닿는데까지 해양 전도사로서 역할을 다해낼 것 입니다. 몇 가지 구상중인 사업을 말씀드리자면 지난해 처음 실시했던 해양영토대장정을 더욱 확대해 동남아 또는 전세계 대학생들을 크루즈에 태워서 세계 일주를 해보는 세계해양영토대장정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에 앞서 2012년 여수엑스포가 개최되기 때문에 이를 홍보할 겸해서 오는 8월경에 국내 대학생과 교포 2세 대학생, 외국인들을 배에 태워서 독도, 마라도, 백령도를 돌아보는 해양영토대장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해양사상을 고취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다를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올해는 그래서 국민들이 바다를 직접 체험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바다가 왜 우리의 미래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고 깨닫게 하는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아직 구상중이지만 ‘엄마와 함께 독도를’이라는 타이틀로 부모와 아이들이 동반해서 동해와 독도에서 2박 3일 정도 같이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전세계를 누비는 외항 상선을 타고 항해를 체험하고 전국의 아름다운 등대에서 거주하면서 문학작품을 집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다체험 작가 프로젝트, 어촌에서 사라져가는 강강수월래, 전통굿, 국악 등과 클래식, 또는 현대 음악과 어우러지는 마리타임 포크 페스티발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바다와 친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100년 정도는 지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국처럼 어릴 때부터 바다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이러한 시기는 좀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 템즈강변에 가면 퇴역한 군함, 커티샥과 같은 범선을 끌어다 놓고 아이들이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안보상의 문제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해군 군함이나 항만들도 아이들이 언제라도 직접 가서 보고 만지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1970년대 포니를 처음 출현하면서 앞으로 30년후면 국민 누구나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마이카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마이카 시대를 넘고 있습니다. 저는 마찬가지로 앞으로 20~30년내에 집집마다 요트 한척씩을 가지고 해양에서 레저를 즐기는 마이 요트시대가 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시대를 위해서라도 우리 해양계가 바다와 국민들이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좀더 많은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 해양영토대장정에 참여한 대학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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