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열린 북극해항로 관련 세미나>

북극해 연구 개발에 적극 나설 때다

최근 북극해 관련 세미나가 경쟁적으로 개최되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지난 10월 18일 국제교류협력관에서 ‘북극해 항로 이용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었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10월 20일 한국무역센터에서 ‘북극해 전문가 초청 강연 및 세미나’를 열었다. 먼나라 얘기로만 생각되어지던 항로개설 문제를 포함한 북극해 이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극해는 우리 인류의 삶에 있어 남극 못지 않게 장래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구 온난화의 표상처럼 되어 버린 북극해의 해빙은 지구의 대기 환경과 기후 변화의 바로미터가 됨으로써 앞으로 인류의 경제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북극해 지역의 원유 매장량이 전세계 매장량의 30% 정도나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물자원 개발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해가 주요한 어장으로 등장하게 됨으로써 수산자원에 대한 관심도 점점 증폭되어 갈 것이다. 해운업계의 관심은 해빙현상에 따라 상용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북극해 항로의 개설 문제에 쏠리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의 북극해에 대한 연구와 탐사활동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극해는 연안 5개국이 200해리 이상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70%정도는 공해지역으로 봐야하고 따라서 국제공조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북극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연구활동이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한발이라도 먼저 북극해에 들어감으로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할 당위성이 있다.

마침 국토해양부는 ‘북극해포럼’을 만들어 중구난방으로 되어있는 국내의 북극해 연구 창구를 일원화하고 여기서 연구된 내용을 기반으로 정부 정책 방향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 포럼을 중심으로 연구계, 학계, 정부, 민간기업 들의 북극해 연구와 진출에 힘을 모아나감으로써 효과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구체적으로 예산도 배정을 받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북극해 대응전략은 한층 더 체계적이면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 갑자기 북극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면서 연구소마다 세미나다 뭐다 하여 좀 서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업계 관계자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북극해항로가 상용화가 되려면 앞으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은 걸려야 하는 문제이다. 더구나 상용화가 되더라도 1년 중에 겨우 3개월 정도만 북극해항로에서 통항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북극의 경우는 남극과는 달리 연안국가가 있고 북극해를 이용할 필요성이 있는 국가가 있는 등 국제적으로 복잡다기한 마찰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접근에 신중을 기하지 안 된다.

하지만 김학소 KMI원장이 본지 인터뷰에서도 밝혔다시피 우리나라의 ‘해양영토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놓고 보면 현재의 연구나 탐사 활동이 결코 빠른 것은 아니다. 지난 7월에서 8월까지 2개월 동안 북극해 항해에 나서서 연구와 탐사활동을 벌였던 극지 탐사선 ‘아라온’호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의 성능 문제 때문에 북극에 더 가까운, 목표했던 지점까지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에 따라 연구성과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연구에 빨리 대대적인 지원을 하여 성과를 얻어냄으로써 북극해에 깃발을 올려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쇄빙선을 건조하는 데는 거의 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정말 북극해항로 이용에 적극 나서려면 지금부터 체계적인 연구와 그에 부응한 투자를 하는 것은 결코 빠르지가 않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의 마련일 것이다. 물론 정부의 예산으로 이런 연구활동과 상업적인 선도활동을 다 한다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정부예산이라는 것은 항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간에서 조성된 기금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만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일본재단의 설립과 운영에서 많은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정사업에서 얻어진 이익금의 일부가 일본재단 재원이 되고 있으며 이 기금을 가지고 선박관련 신기술 연구나 해양기술 연구, 해양 홍보활동 등에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정사업 이득금 중 일부와 민간 조선소들의 R&D를 위한 출자금 등으로 ‘해양 재단’을 설립하여 극지 연구에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봤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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