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동반진출 방안 세미나>

해외 인터모달 수송에 적극 나서야

매년 10월만 되면 서울의 호텔들은 세미나나 리셉션으로 넘쳐난다. 해운항만 업계도 마찬가지다. 무슨 세미나 무슨 기념파티 등등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7일과 10월 28일 이틀동안 한국무역센터 51층 대회의실에서는 함부르크항만 세미나와 ‘국내물류기업 해외진출 방안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뒤의 해외진출 방안 세미나는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것으로, 정부당국이 적극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두 세미나는 그러나 그저 뻔한 내용의 세미나가 아니라 그 내용이 아주 알찼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미있는 세미나였다고 할 수 있다.

함부르크항만 세미나의 경우는 함부르크항을 통해서 동유럽에 접근하는 내륙운송 물류가 키포인트로 지적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진출 사례라든가 철도(블록 트레인)를 통한 동유럽 내륙 깊숙한 곳까지의 물류시스템이 잘 설명되었고, 여러 가지 대안들도 제시가 되었다. 거리상으로 함부르크항만이 동유럽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점이 지적된 반면 최근 슬로베니아의 ‘코퍼’항 등이 경쟁 항만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은 우려할만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치열한 물류 전쟁 속에서 과연 우리 해운기업들, 더 정확히 말하면 국적선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세미나에서 나온 말 중에 우리가 뼈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동유럽지역에서 국적선사(원양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종합물류기업으로서의 역할이 아직은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세미나 토론자 중에 하주 대표로 참석한 사람이 한진해운 등 국적선사들이 동유럽에 물류거점들을 마련하고 나름 활약을 하고 있지만 머스크 등 해외 대형선사들과 비교할 바는 못 된다는 평가를 한 것이다. 이점은 분명 우리 국적 정기선사들이 반성을 하고 해외의 내륙지역 수송까지를 포함하는 인터모달 네트워크 구축에 보다 각별한 신경을 써나가야 한다는 점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비단 원양항로 국적선사들 뿐만 아니라 근해항로의 정기선사들조차 해외에서 내륙지 운송까지 책임지는 인터모달 서비스에는 아직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하주들이나 2자물류회사들의 잘 못된 인식도 우리 국적선사들의 인터모달서비스 향상을 가로막고 있음도 사실이다. 우리끼리 단결해도 시원찮은 판에 대형하주들이나 2자물류기업들은 국적선사가 아닌 외국선사, 특히 머스크라인 같은 싼 운임 제시선사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발표자들이 실토하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며, 공정한 사회라는 현정부의 이념과도 부합하지 않는 부끄러운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대형하주들이나 2자물류기업들의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28일 열린 국내물류기업 해외진출 방안 세미나는 참으로 시의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해운물류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동반 진출하면 세제를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서 꼭 자원개발이 아니라도 국내기업의 해외 인프라 건설이나 해외 지원사업 등에 국내 해운물류기업들이 수송이나 기타 방법으로 참여했을 때도 역시 세제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과거에 종합물류기업으로 지정되어 국내 하주들의 화물을 수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검토되었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이러한 제도는 다시 부활하는 것이 좋을듯 싶다.

정부당국이 해운물류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이드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지만, 그러나 정부가 할 일과 민간기업이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한편 필요하다. 유도하고, 조성하고 지원해 주는 역할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하면 세제를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고 자금을 지원해주고 하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사업에 참여하고 개발의 주체로 나서서 민간기업이 할 일을 잠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국토해양부의 글로벌물류 펀드의 운영도 지원기준을 마련하여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해운물류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어 할 일을 안해서는 안 된다. 국내하주 기업들과 긴밀한 접촉을 통해 해외 동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국내 대형하주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규모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제대로 손을 뻗치지 못하고 있는 해외 인터모달 서비스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 나가야만 향후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운물류기업의 해외 진출은 결국 개별기업의 몫이라고 해야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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