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반보험 11월 1일 출시>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11월 1일부로 은행으로부터 선박구매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수출기반보험을 출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무역보험공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국내해운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조선업계의 수주물량 증대를 위해서 국적선사가 선박을 구매할 때 보증을 해주는 ‘수출기반보험’을 출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출기반보험이라고 하니 조금 어색한 기분도 들지만, 해운산업도 수출에 기여하는 기반산업인만큼 수출 못지 않게 중요하고, 따라서 국적선사들이 적기에 선박을 구입할 수 있도록 공적기관에서 보증을 해줌으로써 해운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이다. 물론 우리나라 조선소 혹은 국내 조선소 해외 현지법인 등에서 신조하거나 수리를 한 선박에만 보증을 해줌으로써 국내 조선소를 지원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분명 수출기반보험은 해운업계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현재 대부분의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금융권의 신용도가 낮아져 신조선 발주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해외 주요 은행들은 국적선사들에게 여간해서는 돈을 꿔주지 않으려고 한다. 국내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국적선사 가운데 신조선을 발주하는 경우는 일부 그룹회사 빼고는 찾아보기가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런 때 선박구매 보증을 하는 보험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른 목에 쉬원한 물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해운하기 좋은 나라’라는 캐치프레즈를 내세우고 선박투자회사제도 등 각종 해운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던 해운당국이 다시한번 선박금융면에서 제도적으로 큰 진전을 가져온 쾌거라고까지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수출기반보험이 얼마나 해운업계에 진정 도움이 될 것이냐를 놓고 해운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를 하는 것은 캠코의 경우처럼 결국 몇몇 대형 국적선사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선 이번에 출시된 수출기반 보험은 지원 대상 선박부터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역보험공사측은 발표를 통해 “대상 선박은 국내에서 건조하는 신조선”에 한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해외에서 도입하는 중고선은 대상 자체가 아니며 중고선의 경우 국적선사끼리의 거래나 국내 수리조선소가 구매하여 수리한 선박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중고선의 국적선사끼리 거래시에는 반드시 국적선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해석이 되고는 있지만, 여하튼 대상 선박이 상당히 제한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보도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선박구매를 보증할 수 있는 수출투자금도 연간 5000억원정도 밖에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000억원이라면 케이프사이즈 선박 10척 정도만 구매하면 바닥이 나게 된다. 따라서 일부 대형선사들이 몇척만 발주를 해도 중소선사들은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할 처지이다. 중소선사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것을 종합할 때 국적선사 가운데서도 신용도가 상당히 양호한 일부 대형선사들에게만 선박구매자금이 지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만을 무작정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신용도가 좋지 않은 회사에 대해 보증을 섰을 경우 그에 따른 리스크는 고스란히 보증회사가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용도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획일적인 평가, 외형적인 평가만을 할 경우는 중소형선사들의 신용도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도 선박금융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은행사이드에서부터 많이 나와 줘야 한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불안정한 수출기반보험을 보완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수출기반보험과는 별도로 종전에 검토해 오던 ‘선박보증기금’ 설치 등을 장기 과제로 계속 검토해나갈 방침이라고 하는데, 多多益善 나쁠 것이 없다. 다만 부산시 등에서 검토하고 있는 선박금융센터 역할과 잘 조합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왕에 수출기반보험으로 해운과 조선업계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면 그 대상 선박의 범위를 넓히고 선박투자금의 액수도 과감히 올리는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물쩡 어물쩡 하다가는 선박 구매 호기를 놓치고 다시 후회를 반복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화가득률이 높은 해운산업이 제때에 승기를 잡아야 덩달아 조선산업도 잘 되고, 우리나라 수출에도 이바지 하게 되며 결국은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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