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III. 도착예정시간
용선계약의 체결 시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에게 인도 또는 선적준비를 위하여 선박의 현재 위치와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 내에서 인도항 또는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을 통보해야 한다.1) 그러나 선박이 도착예정시간 보다 늦게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하였을 경우에 해제일을 위반할 수도 있고 위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된 법적문제를 연구하기 위하여 우선 도착예정시간의 의의를 살펴보고 도착예정시간과 해제약관을 비교 검토한다. 그리고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영국판례를 검토한다.

1. 의의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에게 인도항 또는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을 용선계약에 의하여 통지(예를 들면 15/10/7/5/3/2/1일 전)를 하여야 한다.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의 취지는 용선자가 미리 화물과 선적서류를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항만당국은 일반적으로 도착예정시간을 기준으로 순서대로 선적할 수 있는 부두를 제공하므로 도착예정시간은 정확하게 통지되어야 한다. 용선자는 항해를 준비하기 위하여 선박의 도착예정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반면, 선박소유자는 도착예정시간에 의하여 구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선박이 지연되면 용선계약의 위반으로 책임을 질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박소유자와 용선자의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해결하고자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이 규정되었다.

선박소유자는 합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신의에 의하여 도착예정시간을 정확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도착예정시간은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서 선박의 도착이 예상되는 예정시간의 표시이다. 도착예정시간은 용선계약을 체결 시 선박의 동정에서 예상되어 지므로, 선박의 동정을 용선계약서에 기재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동정 또한 도착예정시간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신의에 의하여 정확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만약 선박의 도착예정시간 또는 동정이 잘못 기재되어 있다면, 선박의 도착예정시간 또는 동정에 관한 약관은 조건의 성질을 가지므로 용선자는 해제일 전이라도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2) 그러나 선박의 도착예정시간 또는 동정에 관한 명시적 약관이 없다면 도착예정시간이 잘못 기재되어 있더라도 용선자는 조건의 위반을 이유로 해제일 전에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은 해제약관과 마찬가지로 선박소유자가 선박이 도착예정시간까지 인도항 또는 선적항에 도착해야 하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선박의 지연이 선박소유자의 과실이 아닌 악천후에 기인하여 발생하였다면, 선박소유자는 책임이 없다.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도착예정시간을 비현실적으로 통지하였거나, 고의로 선박을 지연시켰거나 또한 선박의 지연에 대하여 통지하지 않은 경우, 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3) 또한, 이런 경우에 용선자는 조건의 위반을 이유로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4)

2. 도착예정시간과 해제약관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의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는 되어 있었으나 선박소유자가 통지한 도착예정시간 보다 지연되었을 경우가 문제가 된다.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어 있었으므로 용선자는 용선계약의 해제약관에 의하여 해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였다면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선박의 지연이 선박소유자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면 선박소유자는 용선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도착예정시간과 해제약관은 서로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별개의 규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명시적인 약관이 없고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한 경우에 용선자는 단지 해제약관에 의하여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지 해제일 전에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3. 판례 검토

영국법상 도착예정시간을 연구하기 위하여 판결문이나 관련 참고서에 언급되는 대표적인 영국판례를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검토한다.

(1) Indianapolis호 사건5)

매도인 Sanday사와 매수인 Keighley사는 커리와 옥수수에 대한 매매계약을 1920년 9월 20일에 체결하였다. 매매계약서에는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은 9월 말까지”란 약관이 있었다. 매도인은 매매계약의 체결 전 1920년 8월 26일에 Indianapolis호에 대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용선계약서에는 “선박은 8월 10일에 석탄을 선적한 후 미국을 출항한 뒤에 Rio de Janeiro항에 도착하여 양하한 후 남미 Plate로 공선으로 항해 할 예정이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예정에 의하면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은 9월 말이었다. 그러나 선박은 엔진고장으로 지연되어 11월에 선적항에 도착하였다.

매도인은 “매매계약의 체결 시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은 9월 말이었으나 그 후 발생한 엔진고장으로 선박이 지연되었으므로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였다. 매수인은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은 담보의 성질을 가지므로 선박은 도착예정시간에 선적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를 해야 한다. 선박이 이러한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였으므로 계약은 해제되었다. 따라서 매수인은 매매계약에 구속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이 도착예정시간에 선적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매매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McCardie판사와 항소법원(Sterndale판사, Scrutton판사와 Warrington판사)은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해야 할 월을 정한 약관은 조건의 성질을 가진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였다면 선박의 지연에 대하여 계약은 해제 될 수 있고, 또한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지연이 선박소유자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면 계약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본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검토해 본 결과 선박소유자는 합리적 근거에 입각하여 도착예정시간을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을 위반하였다.”라고 판시하였다.

(2) Mihalis Angelos호 사건6)

선박소유자 Maredelanto사와 항해용선자 Bergbou-Handel사는 Haiphong항에서 광석을 선적하여 북유럽에서 양하하는 Mihalis Angelos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1965년 5월 25일에 체결하였다. 항해용선계약에 의하면 선박은 도착예정시간인 1965년 7월 1일 경 선적예정이었다. 또한 만약 선박이 해제일 7월 20일까지 선적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선박은 6월 23일에 홍콩항에 양하하기 위해 도착하여 7월 17일에도 홍콩항에 있었으므로 해제일 7월 20일까지 선적항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7월 17일 항해용선자는 “선적항은 전시상황에서 화물의 선적을 금지했기 때문에 불가항력을 사유로 용선계약은 종료되었다. 또한 선박소유자가 조건의 성질을 가진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용선계약을 해제한다.”라고 선박소유자에게 통지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가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하여 항해용선계약을 이행거절 하였다. 따라서 항해용선자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영업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1965년 7월 17일에 항해용선자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화물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용선계약을 해제시킬 수 없다. 그러나 항해용선계약을 체결 시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동정을 잘못 통지하였고 실제로 선박은 선적항에 7월 20일까지 도착하여 선적준비를 할 수 없었으므로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였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Mocatta판사는 “항해용선자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화물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용선계약을 해제시킬 수 없었으나 용선계약을 해제시켰다. 선박이 선적항에 7월 20일까지 도착하여 선적준비를 할 수 없는 것은 별개의 사항이므로 용선자는 부당하게 용선계약을 해제한데 대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실질적 손해 ₤4,000를 배상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Edmund Davies판사, Megaw판사와 Denning판사)은 “선박소유자가 조건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했기 때문에 항해용선자는 7월 17일에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3) Sankograin호 사건7)

매수인을 대리한 Bunge사와 매도인 Tradax사는 톤당 미화 119.50불 F.O.B. US.Gulf 조건으로 15,000(5% 신축허용부)톤의 곡물 매매계약을 1974년 1월 30일에 중개인 Peter Marcy사를 통하여 체결하였다. 곡물은 5,000톤씩 1975년 5월, 6월, 7월에 선적할 예정이었고, 매수인은 선적 15일 전에 도착예정시간을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5월 선적분은 1개월 연장되어 선적준비기일의 해제일은 6월 30일이었다. 매수인은 1975년 6월 17일 08시 46분에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이 6월 23일-25일인  Sankograin호를 지명하였다.

매도인은 “매수인은 15일 전 도착예정시간의 통지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모든 손해와 비용을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매수인은 “도착예정시간의 통지의무에 관한 약관은 조건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도착예정시간의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용선계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Parker판사는 매수인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항소법원(Megaw판사, Brown판사, Brightman판사)은 매도인의 항소를 인정하였다. 귀족원(Wilberforce경, Fraser of Tullybelton경, Scarman경, Lowry경과 Roskill)은 “상업계약에서 시간은 중요한 요소이므로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은 조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매도인이 선적항을 지명하기 위해서는 매수인의 선적 15일 전 도착예정시간의 통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매수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4) Myrtos호 사건8)

선박소유자 MOSK사와 항해용선자 Garnac사는 Houston항에서 곡물을 6월 20일-7월 15일 사이에 선적하는 항해용선계약을 1980년 5월 14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서에 의하여 도착예정시간 7월 1일의 20일 전인 1980년 6월 11일에 Myrtos호를 선박으로 지명하였고, 항해용선자는 6월 27일에 선적항을 지명하였다.

선박은 도착예정시간인 7월 1일에 선적준비를 하지 못하고 7월 24일에 선적준비가 되었다. 항해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선박이 지연되어 7월 15일과 7월 24일 사이의 기간 동안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중재인은 항해용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1심 법원 Leggtt판사는 “선박소유자는 예비항해개시와 신속항해의 의무를 위반하여 선박이 도착예정시간보다 늦게 선적항에 도착하였으므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항해용선자에게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중재인의 판정을 확인․지지하였다.

(5) 검토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영국판례를 검토한 결과,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은 조건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선박소유자가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여 선박이 지연되었다면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또한  선박소유자가 의무를 위반하여 도착예정시간에 관한 약관을 위반하였다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주---
1) 도착예정시간은 영어로 ETA(expected time of arrival)이다. 실무상 도착이 예정되는 시간의 언급 없이 일자만을 표기한다. 왜냐하면 도착예정시간은 예기치 못한 사정에 의하여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착예정시간에 근접하여서는 도착이 예정되는 일자 외에 시간도 예정하여 통지한다.
2) Wilson John F, Carriage of Goods by Sea, 6th ed.,(Edinburgh : Pearson, 2008), p.63.
3) Gorton Lars, Hillenius Patrick, Ihre Rolf, Sandevarn Arne, Shipbroking and Chartering Practice, 7th ed.,(London : Lloyd's London Press Ltd., 2009), p247.
4) Wilson John F., op. cit., p.64.
5) Sanday & Co v. Keighley Maxsted & Co - The Indianapolis [1922] 10 Ll.L.Rep. 738.
6) Maredelanto Cia. Nav. v. Bergbauhandel G.m.b.H. - The Mihalis Angelos [1970] 2 Lloyd's Rep. 43; [1971] 1 Q.B. 164; [1970] 3 W.L.R. 601; [1970] 3 All E.R. 125 (C.A.); rev'g [1970] 1 Lloyd's Rep. 118 (Q.B.).
7) Bunge Corporation v. Tradax Export S.A. - The Sankograin [1981] 2 Lloyd's Rep. 1: [1981] 1 W.L.R. 711; [1981] 2 All E.R. 513 (H.L.); aff'g [1980] 1 Lloyd's Rep. 294 (C.A.); rev'g [1979] 2 Lloyd's Rep. 477 (Q.B.).
8)  Mitsui OSK Lines v Garnac Grain Co Inc - The Myrtos [1984] 2 Lloyd's Rep.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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