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리는 한중해운회담>

오는 11월 23일과 24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8차 한중해운회담은 한중항로에 선박을 추가 투입하는 문제로 격론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회담도 하기전인데 해운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사나 카페리선사를 불문하고 당국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기자간담회를 하는 등 업계 이익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 하는 모습이다. 항로질서 안정을 내세우며 기존의 영역을 지키려는 세력과 이제 한번 한중항로에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 보자는 신진 세력간에 치열한 다툼이 예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서 몇 번이고 ‘정기항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왔다. 기점과 종점이 정해져 있고 定時性을 띄고 있는 정기선해운의 경우는 “기존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며 정책을 변경시키려면 일정기간을 두고 모두가 알 수 있게 공지하는 ‘마스터 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해 온 것이다. 정기선 해운에 대한 정책은 가능하면 바꾸지 않되 변화가 필요하다면 사전에 고지하여 사업자가 이 변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기선해운 정책이 개방이나 자유화 보다는 보호나 지원에 무게가 실리는 정책이 돼야 하는 이유는 정기선해운의 특성상 사업자들이 빨리 빨리 사업내용을 변화시킬 수 없는 특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기선 해운이야 선박을 투입했다가 장사 좀 안되면 그냥 빼면 되지만, 정기선 해운의 경우는 그 사업에 진입과 철수가 자유롭지 않은데다가 한번 투자했다가 그만둘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크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잦은 정책 변화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을 놓고 보면 이번 한중해운회담에서도 그렇게 큰 논란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신규 항로 개설 문제나 선박 투입 문제를 처결해 나가면 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정기선해운의 특수성에 대해서 별로 인정하지 않고 정기선해운이나 부정기선 해운이나 모두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일방적인 개방주의’ 또는 ‘경쟁 제일주의’가 官民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을 해야 발전이 있고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니 신규항로 개설의 제한은 결과적으로는 악덕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은 정기선과 부정기선을 나누어 보지 않고 하나로 생각하는데서 오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보도에 의하면, 한중간에 다시 신규로 4개 페리회사가 신규항로 개설을 계획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이번 한중해운회담에서는 지원자가 몰리는 한국-산동성간 카페리항로 신규개설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을 해도 지금도 9개항로가 운영되고 있는 한국-산동성간 카페리항로에 다시 신규로 선박을 투입하여 항로를 개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지난 2007년 제15차 한중해운회담에서 합의되어 항로가 개설된 평택-청도항로는 큰 손실을 내고 사업 시작 5개월만에 운항을 중단하고 말았으며, 평택-위해항로는 현재 개설은 했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산동성은 아니지만 평택-일조 카페리항로의 경우도 사업성이 없어서 서비스가 중단된 채 사업자가 바뀌면서 항로 재개는 차일 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허용된 항로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항로를 허용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다. 신규항로 개설은 기존 항로가 제대로 운영이 되고 선사들마다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었을 때 해도 늦지가 않다. 해운당국이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중심을 잡아서 이번 해운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기득권층만을 보호하기 위해서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 정기선의 개방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중간 컨테이너항로는 원래는 2009년도에 이미 ‘완전개방’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마침 2008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 위기 상황이 계속되자 한중 양당사국간에 합의에 의해 완전개방을 연기한 것이다. 현재 상황은 경기가 약간 호전됐지만 근본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정책을 급격하게 바꿔야 할 필요성도 사실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개방 문제를 서서히 다뤄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컨테이너항로의 전면적인 개방 이전에 물량이 늘어나는 평택항과 인천항을 부분적으로 개방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다룰 수 있겠지만, 한중 양국간에 합의를 해야 하는 사항이고 선박을 투입할 때는 한중 양국 선사들이 동등비율로 투입을 해야 하므로 매우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평택, 인천항의 개방 문제도 정기선 해운정책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누구나 알 수 있게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개방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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