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4) 판례 검토
영국법상 해제권의 행사를 연구하기 위하여 판결문이나 관련 참고서에 언급되는 대표적인 영국판례를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검토한다.

가) Langdale호 사건1)
선박소유자 Moel Tryvan사와 항해용선자 Andrew Weir사는 Newcastle항에서 석탄을 선적하는 Langdale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1907년 3월 18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에 의하면 선박이 해제일 1907년 12월 15일까지 Newcastle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가 되지 못하면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선박이 징벌되어 해제일 1907년 12월 15일까지 선적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가 되지 않자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에게 해제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항해용선자는 선박소유자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1908년 6월 15일에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하자 항해용선자는 용선계약서상 해제약관에 의해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는 합리적인 시간 내에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항해용선계약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항해용선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1심 법원 Bray판사와 항소법원(Cozens-Hardy판사, Farwell판사와 Kennedy판사)은 “해제약관은 항해용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해제일까지 선적항에 도착하지 못할지라도 선적항까지 선박을 항해시켜야 할 의무를 진다. 항해용선자는 선박이 해제일이 경과하더라도 선적항에 도착할 때까지 해제권을 행사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Bessa호 사건2)
선박소유자 DNAAL사와 항해용선자 PSSAL사는 Port Said항에서 소금을 선적하여 Colombo항에서 양하하는 Bessa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1918년 5월 6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은 약 6월 10일이었다. 용선계약서상 해제일은 6월 30일이었고,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Port Said항에서 화재사고 등으로 선박은 8월 19일 오전 10시에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하였다. 항해용선자는 화물을 선적하지 않고 있다가 8월 21일 8시 15분에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해제권은 8월 19일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받은 후에 바로 행사하여야 하는데 8월 21일에 행사되었다. 따라서 항해용선자는 일당 ₤400의 체선료를 기준으로 8월 19일 12시부터 8월 21일 해제권이 행사된 기간 동안 산출된 체선료를 지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항해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손해를 증명할 입증자료가 없으므로 항해용선자는 체선료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가 해제권을 늦게 행사하였으나 항해용선계약의 해제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해제권을 늦게 행사함으로써 항해용선자에게 제기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의 권리를 포기하였다. 또한 항해용선계약이 해제되어 선박소유자는 더 이득이 되는 용선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실제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항해용선자는 체선료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Greer판사는 “해제권의 행사가 합리적인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항해용선자는 체선료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Pollock판사, Atkin판사와 Warrington판사)은 중재인의 판정을 확인․지지하면서 항해용선자의 항소를 인정하였다.

다) Helvetia-S호 사건3)
선박소유자 MTESAEH사와 정기용선자 Christie & Vesey사는 12개월 동안 신조선 Helvetia-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56년 2월 8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 제22조에 의하면 선박이 1956년 7월 15일까지 인도되지 않으면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용선계약서에는 볼타임 해제약관이 있었다. 선박소유자가 6월 12일에 인도기일을 8월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자 6월 18일에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1심 법원 Pearson판사는 “선박소유자가 인도기일의 연장을 요청한 것은 정기용선자에게 해제권의 행사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에 대하여 해제일 전에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라) Madeleine호 사건4)
선박소유자 CBSEL사와 정기용선자 Ceylon Shipping사는 볼타임서식(1939)으로 1957년 4월 3일에 3개월 동안 Madeleine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는 “선박이 1957년 5월 2일까지 인도되지 않으면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만약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될 수 없는 경우,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의 통지를 받은 후 48시간 내에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것이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양당사자는 4월 25일의 해제일을 5월 10일로 추가 합의하였다. 선박은 캘커타항에서 양하작업을 마쳤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도착예정시간은 5월 10일 아침이라고 통지하였다. 그러나 선박의 구서면제증명서의 유효기간이 5월 6일에 만료되었으므로 항만위생검역관은 검역소독을 지시하였다. 선박의 검역소독은 5월 11일에 실시되었고 구서면제증명서는 5월 12일에 발급되었다. 선박의 검역소독 때문에 해제일까지 선박이 인도되지 않자 5월 10일 오전 8시와 오후 8시 48분 2차례에 걸쳐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제권을 행사한다.”라고 통지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은 1957년 5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양하를 마치고 정기용선자에 인도되었다. 정기용선자가 검역소독 때문에 선박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선박이 인도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선박에 있는 몇 마리의 쥐 때문에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해제권의 행사에 대한 통지는 해제일 자정 바로 전에 해야 하는데 너무 일찍 하였으므로 효력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구서면제증명서가 없어 해제일에 선박을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용선계약은 해제되었다. 또한 2차례에 걸친 해제통지는 해제일인 5월 10일에 적법하게 이루어 졌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그러나 1심법원 Roskill판사는 “검역소독이 종료되어 구서면제증명서가 발급될 때까지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선박이 항만위생증명서 등을 소지하지 않아서 감항능력인 상태로 인도되지 않았다면, 정기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선박은 오후 6시까지 인도되어야 하므로 오전 8시에 한 통지는 효력이 없다. 그러나 오후 8시 48분에 이루어진 통지는 효력이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정기용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마) Simona호 사건5)
선박소유자 Mediterranean Shipping사와 항해용선자 Fercometal Sarl사는 철강제품을 부분화물로서 더반항에서 선적하여 Bilbao항에서 양하하는 Simona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1982년 6월 11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상 선적준비기일은 1982년 7월 6일-9일이었고,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7월 2일에 선박소유자는 다른 화물의 선적 때문에 선적준비기일을 7월 13일-16일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자,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하였다. 7월 5일에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7월 8일에 선적을 개시할 것이라고 통지하였다. 7월 8일에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하여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선적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었다. 항해용선자는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거절하고 대체선에 화물을 선적하였다. 7월 12일에 항해용선자는 추가로 “해제권을 행사한다.”라고 선박소유자에게 통지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한 것은 부당하게 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중재인은 “항해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부적운임(dead freight)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Leggatt판사와 항소법원(Nicolas Browne-Wilkinson판사, Parker판사와 Ralph Gibson판사)은 항해용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귀족원(Bridge of Harwich경, Templeman경, Ackner경, Oliver of Aylmerton경과 Jauncey of Tuilichettle경)은 “항해용선자가 용선계약을 위반하여 해제권의 행사를 통지하였을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의 해제를 승인하여 항해용선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확인할 수도 있고, 항해용선자의 해제를 부인하면서 항해용선계약이 아직 유효하다고 확인할 수 있다. 본 사건에서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의 해제를 부인하였으므로 항해용선자의 해제권은 상실되지 않았다. 따라서 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선박이 해제일까지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항해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 법원, 항소법원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바) 검토
해제권의 행사에 관한 영국판례를 검토한 결과, 해제권은 해제일 전에는 행사할 수 없고, 용선자가 해제권을 합리적인 시간 내에 행사하지 않고 늦게 행사하였지만 선박소유자가 인정하였다면 선박소유자는 늦게 행사된 해제권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또한 인도기일의 해제일에 일정시간까지 선박이 인도되도록 정하여져 있으면 해제일의 약정된 시간이 지나야만 정기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해제일의 약정된 시간이 정하여져 있지 않다면 용선자는 해제일의 24:00시 이후에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용선자가 해제권을 해제일 전에 행사하였을 경우에도 선박소유자가 부인하였다면 용선자는 해제권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3) 해제권의 포기
선박소유자가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 내에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될 수 없다.”라고 용선자에게 통보하였고 실제로 선박이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을 지나서 용선자에게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었을 경우, 용선자는 해제권을 포기하고 선박을 인도 받거나 화물을 선적할 수 있다. Nikmary호 사건에서6) 선박소유자 Triton사와 항해용선자 Vitol사는 인도 Sikka항에서 가스오일을 선적하는 Nikmary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2000년 11월 3일에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에 의하면 선적준비기일은 2000년 11월 17일-22일이었다. 선박은 지연되어 2000년 12월 2일에 Sikka항에 도착하여 선적준비를 완료하였다.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선박은 12월 3일에 탱크 상태가 좋지 않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선박은 청소 후 12월 5일에 선적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어 검사에 통과되었다. 그러나 선박은 화물이 준비되지 않아 2001년 1월 2일까지 묘박지에서 대기하다가 1월 2일에 선적을 개시하여 1월 3일에 완료하였다.

선박소유자는 항해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하지 못하여 외항에서 선박이 대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대기시간에 대한 체선료를 청구하였다. 항해용선자는 “지연으로 화물의 준비가 늦어진 것은 선박의 지연이 원인이므로 항해용선자는 선박이 대기한 시간 동안에 발생한 체선료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Moore-Bick판사는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항소법원(Simon Brown판사, Mummery판사와 Mance판사)은 “선적준비기일의 해제일까지 선적준비가 안된 선박에 대하여 항해용선자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항해용선자는 화물을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항해용선자는 체선료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2. 손해배상청구권
(1) 의의
선박소유자는 선박을 인도항 또는 선적항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항해시켜야 할 신속항해의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는 반대의 특약이 없으면 명시적인 약정이 없더라도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묵시적 의무이다.7) 신속항해의 의무와 도착예정시기에 관한 약관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나 신속항해의 의무와 해제약관은 서로 상관이 없이 별도로 작용한다. 또한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통상 항해 시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될 수 있도록 그 이전 항구를 출항하여 예비항해를 개시해야 할 예비항해개시의 의무를 부담한다.8)9) 그리고 해제약관과 관련하여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여 인도 또는 선적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주의를 다 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계약위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박이 해제일까지 인도 또는 선적준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소유자가 신속항해 등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면 선박소유자는 계약위반에 의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해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단지 선박소유자가 신속항해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용선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프러스트레이션에 해당한다면 용선계약은 종료된다.10) 결론적으로 해제약관에 의하여 용선자가 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선박의 지연이 선박소유자가 용선계약을 위반하여 발생하였다면 용선자는 입증함으로써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11)12)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대체선을 투입할 권리가 있는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해제일까지 도착할 수 있는 대체선을 지명하였다면, 용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편 용선자가 선박소유자의 요청에 의하여 인도 또는 선적준비기일을 연장하여 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한다고 통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용선자가 손해배상의 청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주----
1) Moel Tryvan Ship Co. Ltd. v. Andrew Weir & Co. - The Langdale [1910] 2 K.B. 844 (C.A.).
2) Den Norske Afrika Linie v. Port Said Salt Association - The Bessa [1924] 20 Ll.L.Rep. 184.
3) Christie & Vesey Ltd. v. Mastschappij tot Exploitatie Van Schepen en Andere Zaken - The Helvetia-S [1960] 1 Lloyd's Rep. 540.
4) Cheikh Boutros Selim El-Khoury v. Ceylon Shipping Lines -The Madeleine [1967] 2 Lloyd's Rep. 224.
5) Fercometal S.A.R.L. v. Mediterranean Shipping Co. S.A. - The Simona [1989] A.C. 788.
6) Triton Navigation v. Vitol - The Nikmary [2004] 1 Lloyd's Rep. 55.
7) 항해용선계약 하에서 선박소유자는 내항성 있는 선박을 제공할 것, 선박이 상당한 속도로 항진할 것 그리고 선박이 부당한 이로 없이 항진할 것을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증은 계약서에 명확한 조항을 삽입시킴으로써 변경 또는 제외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용근, “항해용선계약의 법리에 관한 연구, ⌜한국해운학회지⌟, 제11호, 한국해운학회(1990. 11.), 104쪽.
8)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op. cit., p.537.
9) 연속항해용선계약의 경우에 매 항차마다 이러한 예비항해에 대한 의무가 적용된다.
10) Wilson John F., op. cit., p.63.
11) 강남호, '해상법의 법률지식', (서울 : 청림출판, 1997), 167쪽.
12)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op. cit.,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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