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다7040 판결

이번 호부터 게재되는 '염정호 칼럼'은 '재용선계약상 선박임차인(선체용선자)의 지위'로 일도해운 대표이사이자 법학박사인 염정호 박사가 지난 2008년 3월에 한국해사법학회지 제20권 제1호에 게재했던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해운신문 독자분들을 위해 새롭게 고쳐 쓴 것입니다.<편집자주>

▲ 염정호 일도해운 대표
최근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물동량 증가로 해운산업은 놀랄만한 성장을 하였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초기에, 해상운송은 주로 해운회사가 소유한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였으나, 최근에는 용선선박이 소유선박보다 규모가 더 크거나, 심지어 소유선박 없이 용선선박만으로 운항하는 해운회사도 등장하였다. 이런 현 해운시장에서 용선에 대한 법적분쟁이 증가하고 있어, 용선 및 재용선에 대한 법적 연구 및 검토를 하고자 한다.

재용선의 계약조건은, 대부분의 경우, 주용선계약에서 용선료 또는 운임을 제외하고 동일하거나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부분만이 수정된다. 따라서, 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지급할 용선료 또는 운임과 자기가 재용선계약에 의하여 취득할 용선료 또는 운임과의 차액의 이득 또는 손해에만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다. 최근에는 용선시장에 운임선도거래(freight forward agreement)가 성행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용선료 또는 운임의 차액에 대한 거래인 재용선계약이 더욱 빈번하게 체결되고 있다.

선박소유자가 소유한 선박이 용선된 후에 용선자가 본 선박을 재용선하여 운송 중 화물이 손상되었거나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피해자는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중 누구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본 사건에서는 선박이 선체용선과 항해용선의 형태로 여러번 순차적으로 재용선되었는데, 운송 중 발생한 화물의 손상에 대하여 선박소유자, 선체용선자 및 항해용선자 중 어느 운송인이 운송 중 발생한 화물의 손상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가에 대하여 검토한다.

본 연구는 본 판례의 검토․분석을 바탕으로 재용선계약에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해운업계 실무자가 법률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자료를 제공하였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Ⅰ. 들어가며
현재 해운업계에서 선복의 확보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용선에는 주로 선체용선, 정기용선과 항해용선이 있다. 이러한 용선계약은 주용선계약에 이어 순차적으로 재용선계약이 성립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중 누가 운송 중 발생한 화물의 손상과 기타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본 연구는 본 사건의 판례평석을 통하여 첫째 재용선계약에 연구하고, 둘째 재용선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운송 중 발생한 화물의 손상과 기타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에 대하여 연구한다. 마지막으로, 본 사건에 관한 법원의 판결을 검토하고자 한다.

Ⅱ. 사건의 개요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는데, 사실관계와 당사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사실관계
“라트비안”사는 2000. 9. 12. 재화적재중량이 5,887t에 이르는 위 회사 소유의 Cloudfree Hohlov호를 “클라우드프리”사에게 24개월 동안 선체용선하여 주고, “클라우드프리사”는 2000. 9. 28. 피고에게 위 선박을 같은 기간 동안 선체용선하여 주었는데,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재선체용선자로서 2001. 8. 25. 위 선박의 선체용선자인 “클라우드프리”사와의 사이에 피고가 위 선박으로 냉동어류 약 4,200t을 남쿠릴해 또는 베링해의 어선에서 선적하여 부산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클라우드프리”사는 2001. 9. 4. “아르고”사와의 사이에 “클라우드프리”사가 위 선박으로 냉동어류 약 1,500톤을 남쿠릴해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아르고”사는 그 무렵 “유.알.엠.”사에게 위 선박의 일부를 용선하여 주었다.

이 사건 선박의 선복용선자 “유.알.엠.”사는 “영덕해운주식회사”의 중개로 2001. 9. 9 주식회사 “창진교역” 및 “서림수산”과의 사이에 “창진교역” 소속 “302창진”호가 쿠릴해에서 잡은 냉동꽁치 2만 박스(순중량 200t, 이하 “제1화물”이라 한다)와 “서림수산” 소속 “302서림”호가 쿠릴해에서 잡은 냉동꽁치 15,779박스(순중량 157.79t, 이하 “제2화물”이라 한다)를 이 사건 선박에 환적하여 부산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각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위 각 용선계약서에는 “아르고”사가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고, 화물의 도착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선박소유자는 선창의 온도를 섭씨 영하 18°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선박은 위 각 용선계약을 체결한 2001. 9. 9. “창진교역” 소속 “302창진”호로부터 이 사건 “제1화물”을, “서림수산” 소속 “302서림”호로부터 이 사건 “제2화물”을 환적하였으나, 다른 조업선들로부터 냉동생선을 환적하면서 위 쿠릴해 어장에 계속 머물다가 2001. 10. 22.에야 위 쿠릴해를 출발하여 2001. 10.31. 부산항에 도착하였는데, 2001. 11. 1. 14:00경 하역작업이 진행되던 도중 냉동꽁치인 이 사건 화물이 심하게 건조되어 변색된 것이 발견되었다.

원고는 2001. 9. 10. “서림수산”과 사이에 피보험자는 “서림수산”, 보험가액은 금 362,917,000원으로 하여 “제2화물”에 관하여 그 운송중의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고, 2001. 9. 13. “창진교역”과 사이에 피보험자는 “창진교역”, 보험가액은 금 4억원으로 하여 “제1화물”에 관하여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냉동꽁치의 손상으로 인하여 “창진교역”에게 금 106,567,532원의 보험금을, “서림수산”에게 금 151,514,469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는 2001. 9. 11. “서림수산”에게 이 사건 “제2화물”과 관련하여 번호 SJAH-0901, 송하인 및 수하인 모두 “서림수산”, 선적지 쿠릴해, 양륙지 부산항으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교부하고, 2001. 9. 28. “창진교역”에게 이 사건 “제1화물”과 관련하여 번호 sjah-0902, 송하인 및 수하인 모두 “창진교역”, 선적지 쿠릴해, 양륙지 부산항으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교부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의 주장
냉동꽁치인 이 사건 화물은 심한 건조현상과 함께 해빙 후의 재결빙으로 인하여 손상된 것인데,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화주인 “창진교역”과 “서림수산”에게 각 선하증권을 발행한 이상 피고는 위 화물의 운송인에 해당하고, 따라서 피고는 운송인으로서 상법 제787조, 제788조에 따라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사용인이 운송물의 보관 등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선장의 직무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선박소유자로서 상법 제806조1)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피고가 운송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물을 실제로 운송한 자이고, 이 사건 화물의 손상은 실제 운송인인 피고 측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789조의 제3항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의 운송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선박의 냉장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등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어떠한 책임도 없다.

Ⅲ. 판결요지
원심과 대법원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고등법원2)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운송과 관련하여 “창진교역” 및 “서림수산”에게 각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그러나, 각 용선계약서에 “유.알.엠.”사가 계약당사자로 기재되어 있다는 점, 이 사건 선박은 “아르고”사가 “클라우드프리”사로부터 1,500톤을 용선하여 “유.알.엠.”사에게 그 일부를 재용선하여 준 것인데, 이 사건 화물의 운송과 관련된 운송료는 “유.알.엠.”사와 “영덕해운주식회사”를 통하여 “아르고”사에게 지급되었다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정에도 불구하고 “창진교역” 및 “서림수산”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은 어디까지나 “유.알.엠.”사로서 피고는 단지 “유.알.엠.”사의 대리인으로서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의 선박소유자는 피고가 아니라 “라트비안”사가 분명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선박의 재용선자인 피고가 2001. 8. 25. “클라우드프리”사와의 사이에 피고가 위 선박으로 냉동어류 약 4,200톤을 남쿠릴해 또는 베링해의 어선에서 선적하여 부산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용선계약을 체결하였고, “클라우드프리”사는 2001. 9. 4. “아르고”사와의 사이에 “클라우드프리”사가 위 선박으로 냉동어류 약 1,500톤을 남쿠릴해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아르고”사는 그 무렵 “유.알.엠.”사에게 위 선박의 일부를 용선하여 주었는데, “유.알.엠.”사가 “창진교역” 및 “서림수산”과의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각 용선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상법 제789조의3 제4항3) 소정의 실제운송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뿐만 아니라, 조업선 “302창진”호와 “302서림”호는 꽁치를 포획하여 카톤박스(상하로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에 담아 그 위에 비닐을 덮어 포장을 하였으나, 이를 냉동처리하는 과정에서 냉동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위 비닐에도 구멍을 뚫어 두었고, 위 냉동꽁치가 장기간(이 사건 선박에서의 냉동기간만도 50여일에 이른다) 냉동보관되는 동안 위 비닐 구멍 등을 통하여 냉기와 접촉되면서 심한 건조현상이 일어나 손상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냉동꽁치인 이 사건 화물이 이 사건 선박에서 보관되어 있는 동안 해빙되었다가 재결빙됨으로 인하여 손상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위 냉동꼬치가 이와 같은 경위로 손상된 것이라면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이나 선원들에게 위 화물의 손상에 관하여 고의․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 점에서도 이유 없다.

2. 대법원
재용선계약의 경우,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주용선계약과 용선자와 재용선자 사이의 재용선계약은 각각 독립된 운송계약으로서 선박소유자와 재용선계약의 재용선자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할 것인바, 재용선계약 등에 의하여 복수의 해상운송 주체가 있는 경우 운송의 최종 수요자인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용선계약에 의하여 그로부터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운송인이 확정되는 것이고, 선하증권의 발행자가 운송인으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 하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선하증권의 발행사실만으로 당연히 운송인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선박소유자가 선박임대차계약에 의하여 선박을 임대하여 주고, 선박임차인은 다른 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여, 그 항해용선자가 재용선계약에 의하여 선복을 제3자인 재용선자에게 항해용선하여 준 경우에 선장과 선원에 대한 임면․지휘권을 가지고 선박을 점유․관리하는 자는 선박소유자가 아니라 선박임차인이라 할 것인바, “선박임차인이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상법 제766조 제1항4)의 취지에 따라, “선박임차인은 재용선자인 제3자에 대하여 상법 제806조에 의한 책임, 즉 자신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선장의 직무에 속한 범위 내에서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상법 제787조5) 및 제788조6)의 규정에 의한 책임을 진다”라고 할 것이고, 이는 재용선자가 전부 혹은 일부 선복을 제3자에게 재재용선하여 줌으로써 순차로 재재재용선계약에 이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선박이 선박임차인으로부터 순차 재재재항해용선되었다고 하더라고, 선박임차인은 자신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위 선박에 의하여 운송계약을 실제로 이행한 자이므로 화물이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동안 자기 또는 선박사용인의 고의․과실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Ⅳ. 판례평석
본 사건의 쟁점사안을 정리하고, 재용선계약상 선체용선자의 지위에 대하여 연구한 후, 본 사안에 대하여 검토한다.

1. 쟁점사안
본 사건에서 주요하게 다루어 진 쟁점을 정리하면, 첫째 피고는 선체용선자로 화주와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송 중 발생한 화물의 손상에 대하여 제3자인 화주에게 책임을 지는지 여부, 둘째 피고가 화물의 화주에게 선하증권을 발생하였으므로 운송인으로 간주되어 화물의 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지 여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물의 손상을 선장의 직무범위에 대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선박소유자로서 상법 제806조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로 요약되어 진다.

주---
1) 현행 상법 제809조에 해당한다.
2) 부산고법 2003. 12. 11 선고, 2003나172 판결.
3) 현행 상법 제798조에 해당한다.
4) 현행 상법 제850조 제1항에 해당한다.
5) 현행 상법 제794조에 해당한다.
6) 현행 상법 제795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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