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세계박람회 예산 삭감 파문>

우리는 아직도 2002년 12월 3일 프랑스 옆의 작은 나라 모나코에서 열린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 3차 투표까지 팽팽하게 전개되던 개최도시 선정 투표에서 여수는 마지막에 중국 상하이에 큰 표차이로 지면서 개최권을 상하이에 넘겨주고 말았다. 당시 총회장에 들어갔던 우리 대표단들은 눈물을 머금고 뒷문으로 총회장을 쓸쓸하게 빠져 나가야 했었다.

5년 후 여수는 다시 세계박람회 개최권 유치를 위한 선거전에 나갔고 2007년 11월말 프랑스에서 열린 BIE 총회에서 드디어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권을 따냈다. 그 당시 한 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결정의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해양수산부 청사에 모인 해양수산 가족들의 간절한 그 눈 빛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기만 하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는 전시기간 3개월의 만국박람회 보다는 규모가 작은 인정박람회이지만, 우리나라 국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우리나라지만 확실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세계박람회와 같은 국가적인 대사를 치러냄으로써 국격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여수 박람회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른 주제로 해양엑스포로 치러내게 됨으로써 미래의 성장동력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박람회는 오는 2012년 5월 12일부터 약 3개월간 여수신항 일대 174만㎡에서 개최되며, 사업비는 총 2조 1000억원이 투입된다. 참가국은 현재까지 75개국이 신청을 했으며 박람회 직전까지는 모두 100개국이 참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예상 관람자 수는 외국인 55만명을 포함하여 총 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주최측은 추산하고 있다. 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생산유발 효과는 122조원, 부가가치는 5조 7000억원이며, 약 8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미 주요사업별로 건설이나 전시 사업자를 선정해 나가고 있으며 11월 30일 현재 전체 공정률은 약 34%를 보이고 있다. 전시관 등 핵심시설은 오는 2011년말까지 완공하고, 2012년 2월까지는 숙박시설이나 아쿠아리움 시설 등 민자사업도 모두 완공하여 대회전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것이 여수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의 구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근 이 여수세계박람회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한심스런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여수 세박’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박람회장을 둘러싼 여수지역의 인프라 건설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내년도 박람회 예산으로 대회장 진입도로망 건설과 환승주차장 건설, 크루즈 부두 건설과 여수공항 활주로 연장 공사, 그리고 이순신 대교 건설 등에 모두 2852억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순신 대교 사업비 500억원만을 내년예산에 반영했다. 여수지역 89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2월 15일 여수 시민회관에서 정부의 예산삭감 규탄 대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국회,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국토해양부를 돌면서 투쟁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당국에 정말 묻고 싶다. 이런 상태로 과연 2012년 5월 12일 여수 세계박람회 개막식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까? 당해 지역 시민들이 성토를 하고, 참가하는 민간사업자들이 볼멘소리를 해대는 이런 상황에서는 뜬 구름 잡듯 ‘역사상에 길이 남을 세계박람회를 성공시켜 보이겠다’고 얘기해 봐야 코웃음만 나올 형편이다. 도대체 여수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그 많은 고생과 그 많은 비용을 지불했던 해양수산인들이나 여수시민, 전남도민들의 그 간절함을 이렇듯 내팽개쳐도 된다는 말인가 묻고 싶은 것이다.

템플스테이 예산의 삭감으로 종교 편향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정부가 이제는 해양산업계로부터는 ‘산업 편향’이라는 말을, 전라도민들로부터는 ‘지역 차별’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정부가 여수 세계박람회에 별로 성의 없이 대하는 것은 이전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벌여놓은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단언컨대 4대강 사업 보다는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가 국격을 높이고 국가경제를 크게 부흥시킬 수 있는 시의적절한 국가적인 사업이다. 국토의 균형 개발이라는 측면과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여수 세계박람회에 투자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우리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현정권과 정부당국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최근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등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을 상당히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지지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바다’나 ‘해양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균형감각이 없는 점은 상당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여수 세계박람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그리고 자라나는 후세들을 위해서 여수 세계박람회를 훌륭하게 치러내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주기를 간곡하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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