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대한해운 법정관리 사태>
우리 대표선사를 살려야만 한다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여파로 해운업계가 온통 술렁이고 있다. 최근들어 해운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으레 대한해운 사태가 화제에 올라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탄식처럼 흘러나온다. 한국해운을 대표하던 ‘대한해운’이 어느 틈엔가 동정의 대상이 되어버린 요즈음, 해운인들의 마음은 쓸쓸하기만 하다.

 대한해운 사태가 안타까운 것은 대한해운이 가망이 없어 보이는 싸움이라고 짐작을 하면서도 한국해운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서 몸으로 막아내다가 결국은 손을 들고 말았다는 점 때문이다. 신용도가 높았고, 그래서 해운업계의 ‘대장주’라고 불리던 대한해운은 그 높은 신용도 때문에 보다 약한 선사들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었다. 하지만 바로 그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계 경제가 글로벌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자 가장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벌 경제위기로 해운시황이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한국의 약한 선사들 가운데 일부는 대장격인 대한해운쪽을 향해 쓰러졌고 그것을 대한해운은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기에 어려움은 점차 가중되었다. ‘맏형’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최후까지 유상증자를 해서라도 회사를 살려보려는 의지를 보였던 대한해운은 그러나 불어나는 영업손실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서 마침내 법정으로 달려가고 만 것이다.

 대한해운이 소위 법정관리라고 불리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자명하다. 최근 3개월에 걸쳐 영업손실만 1조원대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정기 해운시황은 앞으로 크게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한해운이 법정관리에 대해 연구를 안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해서라도 자체적인 회생방안을 마련하려 했던 점을 보면 법정관리 신청은 최근들어 급박하게 내려진 결론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유상증자를 놓고 대한해운의 도덕성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우리는 본다.

 대한해운 문제가 심각한 것은 결코 일개 사기업의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해운은 한국선사 가운데서도 가장 경영이 튼튼했던 회사요, 그 오너가 바로 한국선주협회 회장이었기에 한국해운을 대표해온 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해운업계가 법정관리 신청 소식에 탄성을 지르며 위기감에 휘청거리는 것은 대한해운의 이런 상징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해운 사태는 거래가 집중되어 있는 외국선사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지만, 부차적으로는 우리 국적선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그러지 않아도 어려움 속에서 벼랑 끝으로 밀리고 있던 일부 선사들도 대한해운과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일부 외국선사들이 해외 항만에서 대한해운 선박을 대상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게 된다면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파국을 맞는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지금은 법원이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시켜 빨리 대한해운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돌발적인 상황에 맞닥뜨려 거의 올스톱 상황에 빠진 대한해운의 모든 선대를 생각해서라도 법원은 서둘러 기업의 회생 절차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해운업계는 물론이고 해운당국도 대한해운 사태를 남의 일로 치부하여 방관자적인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해운 문제가 곧 대한민국 해운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만 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는 수밖에 별도리는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국으로서는 대한해운의 존속 필요성과 아울러 만약에 존속이 되지 않았을 경우 한국해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요로에 적극적으로 설명하여 적어도 대표선사가 주저앉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우리는 대한해운이 이번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 1968년 12월 창립된 이래 대한해운은 우리나라의 기간산업 육성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수송하는 국민기업으로서 굳건하게 성장해 왔다. 해운 초호황기에 수익의 극대화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다시 과거의 자세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또다시 십수년의 흑자기록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철저하게 과거로 돌아가 대한해운의 상징이었던 ‘경영안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한해운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進一步’하여 묘수를 찾아내기를 진심으로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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