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해운 활성화 전략’ 좌담회를 마치고>

수출입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하는 육상 도로운송 물류는 정말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도권에서 생산된 물건을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통해 수출하려면 이동거리가 멀어서 도로 파손, 교통체증 유발, 대기 오염 등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히 인천항을 통해서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연결하는 해로를 통한 물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안해운을 통한 녹색물류의 활성화’라는 구호가 나온지 오래되었건만, 아직도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연안해송의 활성화는커녕 이어지던 맥조차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 15일 한국해운조합 회의실에서 ‘연안해운의 활성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해운신문 주최의 특집 좌담회에서는 녹색물류의 첨병으로 각광을 받아야만 할 연안해송 컨테이너 물류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존폐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부산-인천간과 광양-군산간에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있는 (주)한진의 관계자는 “매년 30여억원의 손실을 보는 바람에 항로 폐쇄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육상운송을 해상운송으로 바꿨다고 하여 받은 전환교통보조금은 겨우 2억원에 불과하여 손실 규모를 보전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개인기업이 손실을 보는 부분에 대해서 무조건 정부에서 모두 보조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엄격히 얘기하면 사업자가 연안해송을 택한 것은 정부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개인 기업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녹색물류를 강조하면서도 막상 녹색물류에 전념하는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나 몰라라 한다면 이 또한 온당한 태도라고 볼 수는 없다. 육상 도로운송을 함으로써 매연 문제와 도로 파손 문제 등이 제기되는 것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면 유럽 국가들처럼 녹색물류로 인정하여 과감한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 것이다.

컨테이너화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벌크화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육상운송을 해상운송으로 전환하여 매연 감소와 도로 파손 방지 등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다면 당연히 상응하는 지원이 따라야 한다. 한국해운신문의 특집 좌담회에서 화물운송의 경우는 연안해운 활성화를 위해 정부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의지가 매우 중요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연안여객선의 경우는 정부의 역할 보다는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안여객선들은 대체적으로 경영이 안정되어 있지만 오랜 타성에 젖어서 서비스 질은 최근 여객들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여객선사들은 자체적으로 서비스질 제고를 위해 스스로 과감한 투자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당국에서 연안여객선사들의 면허제도를 손보려고 하는 이유도 일부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연안여객선사들의 혁신을 유도하고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연안여객선의 경우는 선사 스스로가 먼저 많은 연구와 새로운 도전으로 신규 고객을 창출해 내는 것이 연안해운 활성화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연안여객선 역시 정부 당국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본다. 특히 최근 연륙교가 늘어나면서 여객선 운항이 필요 없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 그 때마다 보상 문제로 시비를 벌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것은 당국이 적절한 보상이 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도서민들의 편의를 위한 적자 감수 배선 등에는 역시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연안해운의 활성화는 결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해양부의 당초 계획으로는 녹색물류 실현을 위해 철도나 해송에 대한 수송분담율를 대폭 높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한 계획에 맞춰 실질적으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라도 연안해송의 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연안해운의 활성화는 ‘통일 한국’ 시대를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통일되어 남북한의 운송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연안해송이 더욱 위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에 통일에 대비한 연안해운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것은 민간기업에서 미리 예상을 하여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정부나 혹은 해운조합과 같은 공공성을 띤 단체에서 앞장서서 통일 대비 전략을 마련해야 해놓아야 할 것이다. 대북한 문제의 경우는 아라뱃길처럼 연안해운업계가 찬밥 신세가 돼서는 정말 곤란하다. 당당히 주도권을 쥐고 통일 시대에 대비해 나가는 것이 우리 연안해운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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