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음
그때는 차가 드물었기 때문에 도보로 약 10km를 걷게 되었다. 중간쯤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옷이 흠뻑 젖고 냇물이 불어 바지를 걷어 올리지 않고는 건널 수 없었다. 내가 “아버지 제 등에 업히세요” 하고 말하려는 순간 아버지께서 먼저 등을 내미시며 업히라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여 사양하였으나 재차 “나는 이미 젖었으니 괜찮다. 어서 업혀라” 하시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등에 업혀 불어 오른 냇물을 건넜다.
아버지는 막걸리를 좋아 하셨다. 길옆 주막(막걸리 집)에 들어가 막걸리 한 잔(사발)을 청하여 드시고는 “얘! 너도 한 잔 마셔라” 하시면서 주인에게 부탁하였다. 주인이 따라준 막걸리 한 잔을 나도 비웠다. 아버지는 대견스러운 아들에 대한 부정(父情)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술잔에 담아 건네주셨던 것이다.
한국해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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