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1억원을 추징당한 시도상선 회장>

시도상선의 권혁회장이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4101억원을 추징당하게 됐다는 언론보도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아직까지 화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그 규모부터가 너무나 엄청난데다가, 국제해운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관행화 되어 있는 便宜治籍(편의치적)에 의한 해운영업 행위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선박 도입이나 신조가 자유롭지 못했을 때 편의치적선을 운항하다 ‘위장취업선’이나 ‘해적선’의 누명을 쓰고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추징 당해 본 경험이 있는 국적선사들에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국세청과 시도상선측이 서로 위법한 행위를 했다, 안했다로 시비 다툼을 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조만간 법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도상선의 행위가 국내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그에 따라 세금을 추징해야 하는지의 여부는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본사설에서는 무엇이 옳은가 하는 정의의 문제 보다는 이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과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 등을 한번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시도상선의 문제에서 가장 큰 쟁점은 개인의 경우 시도상선의 오너인 권혁 회장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거주자이냐, 아니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비거주자이냐 하는 문제이다. 거주자라면 해당 개인이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국세청은 권혁 회장이 비거주자로 위장하여 숨어지낸 실질적인 대한민국 ‘거주자’라고 주장하고 있고, 권혁 회장측은 일본, 홍콩등지에서 사업을 하느라 바빠서 대한민국에는 연간 180일간 이상을 체류하지 않은 ‘비거주자 신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듣고 있기로는 권혁사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해외 체류기간이 더 많았던 것인데, 이점도 역시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

국세청의 시각은 사업체도 실제로는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고 한국에서 영업을 했으므로 한국에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법인이 본사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국내의 현지 대리점인 ‘유도해운’을 통해 모든 영업했고 실질적으로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시도상선측은 홍콩 본사는 홍콩의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고 직원 35명이 근무하고 있는 진짜 본사가 맞고 한국의 대리점은 단순한 대리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세금을 내려면 홍콩에다 내야 옳다는 것이다. 이 부문도 해운업계의 편의치적선의 국제적인 관행을 생각할 때 시도상선측의 말이 맞는듯이 보이나 역시 법정에서 그 진위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이 몇가지가 있다고 본다. 우선 우리나라 세법과 상법의 충돌 문제이다. 소위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편의치적선 제도는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이지만, 세법상에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제도이다. 물론 현재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제주도를 역외치적지로 정해서 소위 ‘위장취업선’을 국적선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고 있지만, 편의치적선의 경우는 ‘해적선’으로 불리며 세무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편의치적선에 대한 명확한 법적인 해석이 필요하고, 해외에서 선박을 취득했을 때의 세금관계, 외환 관계의 명확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권혁 회장과 같은 해외 떠돌이 사업가가 양산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국세청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해외에 회사들을 위장해 놓고 사업을 해왔다고 말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면, 공무원, 국회위원, 경찰, 세무서, 기자 등등의 비위를 맞추어 가며 사업을 해야 하는 과거의 대한민국은 정말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됐지만 과거에는 한국에서 해운업 하기란 정말로 너무도 힘들고 어려웠으며, 만약에 시도상선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기는 힘이 들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도 좀더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이번과 같은 사태는 반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권혁 회장의 경우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많은 반성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의 발단이 된 호텔 인수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직원들 관리의 중요성, 그리고 좋은 직원들을 양성하지 않는 상태에서 쥐여짜기식 경영이 문제를 확대시킨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기왕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모두 노정된만큼 시도상선은 이제 당당히 국적선사로 등록하고 대한민국 선사로 국위를 선양해 주는 역할을 맏아주길 우리는 진심으로 바란다. 시도상선측도 국적선사 등록을 희망했지만 보유선박이 너무나 많아서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왕에 생각이 있었다면 국제선박등록법에 의한 역외치적이라도 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선으로 당당히 나서주길 희망하는 것이다. 시도상선과 같은 세계적인 선사가 한국해운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어 준다면 해운업계로서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