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III. 지급정지의 기간

1. 지급정지의 개시
지급정지는 관련 조항에 열거한 사유 또는 선박의 가동이 방해되어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사용․수익할 수 없는 때로부터 시작한다.

2. 상실시간의 계산
상실시간이라 함은 선박이 정기용선기간 중에 지급정지약관에 열거한 사유가 발생하거나 완전한 가동상태를 하지 못함으로서 정기용선자의 사용․수익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시간의 상실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것은 시간의 상실이 지급정지약관에 열거한 어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용선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관의 고장과 같은 사유가 발생하였다 하여 무조건 지급정지의 기간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로서 정기용선자에게 시간의 상실을 가져올 때에 비로서 지급정지의 기간으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박이 항해 중에 기관의 고장으로 정기용선자로서 당장 필요한 항해의 계속을 방해하면 시간의 상실이 생기고 자동적으로 지급정지의 기간이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운송물의 적양하작업 중에 기관의 고장이 생기면 정기용선자의 계약의 목적에 당장 지장을 주지 아니하므로 하역작업을 완료할 때까지는 기간의 상실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는 한 정기용선기간 중에 지급정지로 인하여 손실된 시간만큼 정기용선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만약 이런 규정을 계약에 삽입하고자 할 때에는 동시에 정기용선자가 이런 선택권을 행사하고자 할 때에 사전에 이를 통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지급의 재개
선박의 지급정지의 사유에 해당되어 지급이 중단되었던 용선료가 선박이 다시 완전한 가동상태로 회복되면 정기용선자는 용선료를 다시 지급하여야 한다.1)

IV. 판례연구 (Laconian Confidence호 사건)
항만당국의 출항금지조치가 지급정지(off-hire)로 되는지의 여부에 관한 영국의 판결에2) 대하여 검토하였다.

1. 사실개요
피고인 선박소유자와 원고인 정기용선자는 1995년 4월 6일에 양공항에서 방글라데시항까지 1항차 동안 뉴욕프로듀스서식(1993)을 사용하여 Laconian Confidence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정기용선자는 50kg 포대에 든 쌀 1만 165톤을 선적하고 치타공항에 도착하여 5월 5일에서 5월 26일까지 양하를 하였다. 5월 26일 23시 25분에 양하작업이 끝났고 합동검사를 실시하였으나 15.75톤의 잔존물(rejected residue sweeping)이 있음이 발견되었다. 방글라데시 항만당국은 잔존물이 본선에 남아있다는 이유로 다음 항차를 위하여 본선이 출항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로 이 잔존물을 바다에 투하하고 출항이 허락될 때까지 대략 18일 동안의 지연이 발생하였다.

2. 판결 요지
(1) 중재

중재인들은 5월 26일 이후의 지연은 화물손상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항만당국이 화물에 대하여 취한 이상한 조치 때문인 것이라고 하였다. 해손(average accidents)에 의한 억류에 의하여 본 지연이 발생하였다는 정기용선자 측의 신청에 대하여 중재인은 화물에 대한 해손에는 물리적 손상을 발생시킬 만한 상당한 크기의 우연한 외력(fortuity)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기용선자 측의 신청을 거부하였다.

중재인들은 또한 본 사고가 “어떠한 다른 원인(any other cause)”에 포함된다는 정기용선자들의 주장도 “whatsoever”라는 추가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동종제한의 원칙에3) 근거하여 거부하였다. 중재인들은 “어떠한 다른 원인”은 다음 3 가지와 동종인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①선박의 선원에 관련된 사항 ② 심각한 크기의 고장 혹은 손상사고 ③ 필요한 드라이도킹이다. 중재인들은 또한 “어떠한 다른 원인”은 “선박의 완전한 가동을 방해하는”이라는 문장에 의하여 수식받기 때문에 선박이 요구되는 용역을 완전히 제공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어떠한 외적 사유가 정기용선자로 하여금 선박의 사용을 못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용선료는 계속 지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2) 1심 법원
Rix판사는 선박의 완전한 가동은 선박이 물리적으로는 비록 완전히 가동이 가능한 상태일지라도 즉, 항만당국의 출항금지로 인하여 선박이 출항이라는 다음 서비스에 투입되지 못한 것은 완전한 가동이 외부적인 원인에 의하여서도 방해받을 수 있으나, whatsoever라는 단어가 없는 이 사안에서는 항만당국의 개입은 정기용선자가 예견할 수 없는 완전히 외부적인 요인이므로 명시된 지급정지 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따라서 지급정지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즉, 지급정지가 아니라는 중재의 판정과 결론은 같으나 선박의 완전한 가동은 외부적인 원인에 의하여도 방해받을 수 있다는 판시를 한 점에서 다르다.

3. 검토
뉴욕프로듀스서식(1946) 제15조에는 지급정지(off hire)에 대한 사유가 제한적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러한 제한사유에는 “어떠한 다른 원인”이라는 사유가 포함되어 쓴다. 영국에서는 “어떠한 다른 원인”이라는 사유를 뉴욕프로듀스서식(1946) 제15조에 명시된 사유와 동 종류의 것으로 해석하므로 선박소유자에게 책임이 있더라도 뉴욕프로듀스서식(1946) 제15조에 해당하는 사유임을 정기용선자가 입증하여야만 지급정지로 용선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항만당국이 출항정지명령을 하여 “선박의 완전한 가동”이 방해된 것으로 판시한 부분에 대하여는 의견을 같이한다. “선박의 완전한 가동”이 방해를 받았어도 이것이 뉴욕프로듀스(1946) 제15조에 기술된 명시적인 사유가 아닐 경우에는 지급정지가 되지 않으나, “whatsoever”를 추가하게 되면 동종제한의 원칙이 배제되어 지급정지의 사유가 확대되므로 선박의 내부문제와 관계가 없는 외부적인 경우까지도 지급정지의 사유가 된다는 것이 Rix판사의 견해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whatsoever”를 추가한 경우 적용범위를 너무 넓게 확장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whatsoever”를 추가하지 아니하더라도, “항만당국에 의한 억류”의 근본적인 사유가 본선 자체의 결함으로 발생하였다면 이는 기술된 명시적인 사유에 해당되어 지급정지가 된다고 할 것이다.

주---
1) Smailes (Thomas) & Sons v. Evans & Reid [1917] 2 K.B. 54.
2) Andre & Cie S.A. v. Orient Shipping (Rotterdam) B.V.-The Laconian Confidence [1997] 1 Lloyd's Rep. 139.
3) 동종제한의 원칙(principle of ejusdem generis) : 담보위험, 면책위험 기타에 관한 약관에서 앞에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열거하고 마지막에 “기타 일체의” 물건, 위험, 사항이라고 하는 총괄적인 문언을 기재한 경우, 그 포괄적인 문언을 문자 그대로 망라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되고, 그에 앞선 구체적인 열거사항과 “같은 종류의” 사항으로서 열거에 빠진 것만을 포괄한다. 이러한 해석원칙을 동종제한의 원칙이라고 한다. 해운․물류 큰사전 편찬위원회, '해운ㆍ물류 큰사전', (서울 : 한국해사문제연구소, 2002),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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