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을’(행정사무관으로) 승진

▲ 이종석 사장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나는 그동안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 순조롭게 승진하여 왔다. 서기보(5급을)에서 서기(5급갑)에 이어 주사보(4급을)에서 주사(4급갑)에 이르렀다.

일반 행정직의 경우 승진은 자리(T.O.)가 있고 승진 연한에 달하면 승진이 가능하였으나 4급갑에서 3급(행정사무관)으로 승진할 경우에는 반드시 승진시험을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승진시험은 4급갑 공무원으로서 2년(실제로는 5년 정도) 이상 근무한 자로 승진후보자 명부 순위에 따라 응시할 수 있으며 승진 인원의 5배수 범위로 추천되어 경쟁시험을 치러 성적순으로 합격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시험 과목은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헌법과 국사 2과목, 2차 시험은 행정법(필수)과 선택과목 1과목(행정학)으로 주관식 논문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1차 시험에 합격되지 않으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그런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 시험이 공무원으로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시험은 대개 1년에 1회 실시되었다.

▲ 행정사무관 임용장
이를 위해 1975년부터 승진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퇴근 후에는 행정고시 학원에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또는 휴일에는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남산국립도서관에 갔다. 남산국립도서관은 6시부터 입장시켰는데 늦으면 자리가 없기 때문에 일찍 가서 줄을 서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도서관 문을 닫을 때 귀가하였다. 이 기간 동안에는 오로지 공부 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시험 기일이 임박해서는 오류동 원각사라는 절에 머무르며 시험 준비를 했는데 그때는 새벽에 스님을 따라 일어나 찬물로 세수를 하고 부처님께 예불을 마친 후 공부를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계속하곤 했다. 2년여 동안 준비 끝에 1977년 드디어 승진시험에 합격(合格)하였다. 그리고 승진자 교육과정을 거쳐 1977년 7월 1일 행정사무관 임용과 동시에 인천지방항만관리청 항무과로 박정희 대통령 명의의 발령장을 받았다.

응시자 중에 1등으로 합격하였다 하여 본인의 희망에 따라 배치한 결과였다. 당시 인천지방항만관리청장은 이종성 씨였다. ‘부두담당’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인천청 업무 중 가장 막중하다고 언명하였다. 내가 맡은 부두담당(사무관) 업무는 인천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어선제외)의 입출항 허가, 예선(Tug-boot) 및 순찰선의 운영, 개항단속, 선석 및 묘박지 사용허가 도선사(pilot)지도 감독업무 등으로 인천지방항만관리청에서 가장 막중하고도 많은 업무량을 관장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직원 50여명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위치였다.

▲ 승진시험에 합격하여 임용장을 전수받은 후 김정학 차장으로부터 훈시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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