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해운업계 희소식>

삼선로직스가 지난 5월 18일 법정관리를 종결했다는 뉴스는 침체되어 있는 우리 해운업계로서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리먼브라더스 사건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해운시황이 극한 상황으로 몰리자 우리 국적선사들 가운데 제일 먼저 법의 보호를 신청했던 것이 바로 삼선로직스였다. 그런 삼선로직스가 이번에 법의 보호를 받지 않고도 스스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건전한 국적선사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니 축하할만한 일이다.

이번의 법정관리 종결은 시시각각 변하는 해운시황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없었던 법정관리를 벗어남으로써 독자적인 영업 능력을 높이고 대외 신용도를 회복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해운경영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용선을 하거나 선박도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법정관리 하에서는 이러한 영업활동이 매우 부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선로직스의 법정관리 조기 종결과 같은 좋은 소식이 우리 해운업계에 많이 들려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모든 해운인들의 마음일 것이다.

삼선로직스가 소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글로벌경제 위기가 심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2월 6일로 우리 해운업계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2년 3개월여만에 M&A 없이 법정관리를 종결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 법정관리 역사상 최단 기간 조기종결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이같은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지난 3월말 서울지방법원 파산부가 법정관리의 조기 졸업을 의미하는 ‘패스트 트랙’제도를 받아들여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기 종결은 삼선로직스가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 도산법)에 의해 기업의 회생절차가 시작한 이후에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했고 계획대로 채무도 변제하고 있는 우량기업이라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선로직스는 지난해 4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 1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생절차를 이행하면서 총자산이 총부채를 안정적으로 상회하고 있고 최근의 경영수지도 회생 계획서 상의 그 것을 초과하고 있다고 법원은 보고 있는 것이다. 오너가 자기 재산을 털어 넣는 등 회사가 자구계획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결정을 앞당긴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더구나 법정관리 조기 종결에 대해서 채권자들도 대다수 동의하여 조기에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삼선로직스가 법원의 관리를 벗어났다고는 해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모든 것이 다 정상화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법정관리가 종결되었다고 해도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야 할 의무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향후 9년동안 회생계획에서 밝힌대로 회생채권에 대한 상환을 이행해야 하고 예정된 대로 자산매각계획을 해나가야만 한다. 만약에, 정리계획에 의해 당초의 채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인데 이것마저 제대로 상환하지 않는다고 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기업으로서 시장에서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법정관리제도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리는 본다.

또한 삼선로직스의 경우는 개정된 법에 의한 최초의 법정관리 조기종결 사례라는 점에서 모든 면에 모범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일 뿐만 아니라 해운업계 최초이기 때문에 이후 다른 선사의 법정관리 해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삼선로직스가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삼선로직스 법정관리 조기 종결 사태를 보면서 우리 해운업계가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해운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이다. 삼선로직스의 경우 오너가 사재를 털어 넣어서라도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을 보인 것도 있지만, 일찍부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온 것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보인다. 삼선로직스 뿐만 아니라 모든 해운기업들이 전문경영인을 어떻게 대접하고 활용하느냐와 오너가 얼마만큼 경영에 관여하느냐가 앞으로 선사경영 성패의 중요한 바로미터 된다는 점을 깊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법정관리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삼선의 법정관리 패스트 트랙 적용은 우리 해운업계에 희망을 주는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삼선로직스 자체가 숨통을 트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해운업계에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으로 우리는 본다. 모처럼만의 희소식을 계기로 해운시황도 호전되어 해운업계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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