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첫 해외 출장②

▲ 이종석 사장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Brussels)은 외관상 프랑스처럼 화려하고 웅장했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4시까지로 이 시간이 지나면 식당 문을 닫았다. 그러나 2시간 동안은 쉴 새 없이 서비스를 했다. 식당에서 달러로(us$) 식대를 지불했더니 “only belgium money”라고 하면서 벨기에 돈으로 내라고 했다. 그리고 거리에서 소형차에 의류 등을 진열해놓고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당시 우리나라에는 자동차가 귀할 때다).

일요일 덩케르크 항으로 돌아와 다시 일주일을 항만시찰, 갑문 설계보수 등에 관한 견습, 자료수집, 토의 등 일정을 마치고 다시 프랑스 파리로 돌아왔다. 휴식을 취하면서 루브르박물관과 에펠탑을 관광하고 오페라 극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3년 동안 계속 공연 중이라는 캉캉 공연을 관람했다.

이곳에 있는 신혼부부들의 소원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이라는데 나는 큰 행운을 경험한 것이다. 관람 후 기념으로 공연장면 사진 한 장을 구입했다. 몽마르트 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쇼윈도(show window)에 진열된 눈에 띄는 원피스 한 벌을 구경했다. 선명한 칼라에 독특한 디자인인데 아담하기도 하여 아내에게 꼭 맞을 것 같았다. 몇 번을 보고난 후에 아내 선물로 구입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르 아브르(Le havre) 항으로 향했다.

르 아브르 항은 유럽대륙의 심장부인 서북 유럽해안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프랑스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이다. 부두 총연장은 26km에 150개의 선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종 크레인 168대와 석유저장시설 4,600,000m3, 임항철도 연장 326km를 구비하고 있다. 8개의 갑문시설을 보유하고 최대 25만 톤급 선박이 입출항할 수 있는 세계적인 항만이다. 또한 르 아브르 항만청은 인천지방항만관리청과 자매결연 맺은 관계이며, 인천항 갑문 건설시 많은 지원을 보내준 관계로 우리를 각별하게 맞아주었고, 우리는 각종 항만 시설과 장비에 대하여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갑문운영 및 유지보수에 관하여 많은 지도를 받았고, 유류오염 방재선박에 대하여도 설명을 청취했다. 일정이 끝났을 때 드브아 르 아브르 항만청장은 우리를 청장실로 맞이하여 격려하며 방문기념 선물과 송별 만찬을 주선해 주었다. 우리도 준비해 간 간단한 선물을 전달했다.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런던으로 갔다. 주영 대사관 박수환 해무관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으나 마침 강창성 한국(본국) 해운항만청장이 유럽 출장 중이어서 수행차 출장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박수환 해무관은 본청외항과 근무 시 직접 모셨던 상사였는데 못 만나게 되어 아쉬웠다. 대신 연락처를 대사관 주소로 하여 두었기에 서울 아내로부터 온 2통의 편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국땅에 장기 출장 간 남편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과 아이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런던 항만주변과 타워브리지, 버킹검궁 등 시가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서둘러 이태리 로마로 향했다. 여행사의 배려로 항공료는 별도 부담 없이 경유할 수 있었다. 로마 교황청,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등을 거쳐 다시 로마에서 스위스 취리히를 경유해 네덜란드로 와서 암스테르담의 워싱턴이라는 작은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서독 함부르크의 항만을 둘러본 후 일본 도쿄로 향했다.

도쿄에는 처제(장정자) 내외가 살고 있어 우리를 하네다공항에서 맞아주었다. 우리 일행은 요코하마 항만을 돌아본 후 처제의 배려로 도쿄의 고급호텔인 다이이치(第一)호텔에서 일박 후 덥수룩한 머리로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긴 여정을 끝내고 그립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동안의 출장 결과를 서울본부 해운항만청장께 보고했다. 역시 선진 항만갑문시설 견학은 후일 인천항 갑문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주영대사관 정문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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