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설립

▲ 이종석 사장
1970년대 우리 마을 온수동에는 금융기관이 없어 예금, 적금, 송금 등을 위해서는 약 2km 거리의 오류동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변두리에 인구도 얼마 안되는 낙후지역에 금융기관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마침 전국 방방곡곡에 대대적인 새마을운동이 벌어졌다. 근면, 자조, 협동을 기치로 주민 소득증대와 주민 자치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즈음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마을금고의 설립을 바라던 온수동 주민들은 내게 조력을 요청했다. 우리 온수동에 새마을금고1)를 유치하고 싶으나 설립이 어려우니 힘써 달라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새마을금고는 동별로 설치되는 지역 새마을금고, 직장별로 설치되는 직장 새마을금고, 단체별로 설치되는 단체 새마을금고가 있는데, 이미 오류동에 온수동 지역을 공동유대로 하는 오류동 새마을금고가 설립·운영되고 있어서 설립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온수동에는 온수 조기 축구회가 결성되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나 자신도 조기축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새마을운동 정신에 입각한 자율적 금융기관을 창립하자면 단체금고의 형식으로 설립·추진하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온수 조기(축구)회 회원들로부터 설립 찬성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기본 운영자금을 출자할 희망자들을 모았다. 일금 100만원씩 출자하겠다는 10명의 희망자가 나왔다. 이영수, 장세봉, 이인선, 김명기, 김영환, 문명식, 문상익, 박정본, 백순봉, 황영섭 등이었다. 1979년 10월 14일 창립발기인 총회와 1980년 1월 20일 창립총회를 열어 온수 조기회는 새마을금고를 설립할 것을 결의하고 인가되기까지는 ‘온수 조기회 기금’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하되, 모든 것을 새마을금고 제도를 활용·답습하기로 하여 주민들에게도 홍보하였다.

나는 발기인 총회의장과 창립총회에서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되어 모든 금고 업무를 주관하게 되었다. 고액출자자와 열의있는 회원들로 임원진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오류동 새마을금고 강장석 이사장을 찾아가 온수동 주민의 편의를 위한 온수 조기회 기금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 다음 우선 회계원 1명을 채용하고 온수동 118-4번지에 점포를 임대하여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금융 업무를 개시하였다.

▲ 온수 조기회 새마을금고 창립기념


나는 물론 공직 재임 중이었으므로 퇴근 후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 야간 등을 이용하여 금고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렇게 실질적인 주민은행이 설립되어 주민들에게 편리하게 되었지만 인가를 받기까지는 새마을금고연합회의 공식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주민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은 담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년 결산 총회 시에는 주민대표는 물론 지역 파출소장과 오류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초청하여 실정을 두루 알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런 상황을 유지담 교우(당시 서울지법판사)와 박수만 후배 교우(공인회계사:경영학과 68학번)에게 하소연했더니 그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연말결산 총회(항상 일요일에 개최)에 참석하여 우리 새마을금고의 공정성과 성실성을 주민들에게 주지시켜 주곤 했다. 주민들은 현직 판사와 공인회계사가 법률고문과 회계고문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하여 격려해 주는 것을 보고는 새마을금고 이용에 자부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 격려에 대한 고마움을 나는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이용으로 금고는 나날이 발전하여 갔다. 또 당시 새마을금고는 전산화 전이었지만 이 금고에서는 전산전문가(고상현)를 상무2)로 채용하여 금고 업무를 전산화하였다. 그러나 합법적인 법인금고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국 새마을금고 연합회에 회원등록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특별시장의 권한을 위임 받은 관할 구로구청장의 법인설립인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전국 새마을금고 연합회에서는 이와 같은 단체 새마을금고를 회원금고로 가입(등록)시킨 일이 없어 관할 주무 부처인 내무부의 유권해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무부 관계자를 찾아가 온수동의 여건과 금고 신규설립의 불가피성과 주민의 여망을 호소하였다.

처음에는 전례가 없어 난색을 표하였으나 수차례에 걸친 설득과 호소로 1983년 12월 27일 전국 최초로 온수동 조기회 새마을금고 설립인가를 받게 되었다. 이 금고는 이후 온수동 주민의 은행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여 왔으며, 명칭을 온수동 새마을금고로 개칭, 2009년 12월 31일 현재 총 자산이 306억원에 달하고 있다.

주---

1) 새마을금고는 이윤을 추구하는 특수법인체로 운영되나 주민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금융기관이며 일반 상사 법인과는 달리 출자자(주주)의 의결권이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 1표로 제한되는 인적조직체의 성격이 강하며 정부의 지원과 보호를 받는 단체임.
2) 여기서 상무라 함은 새마을 금고 고유의 직명으로 금고의 실무책임자를 말하며 상사법인의 상무이사와는 구분됨.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