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투기 23년 - 우리가 바다에 버린 건 ‘우리의 양심’ 이었다.

얼마 전에 동해에서 잡은 대게에서 돼지털이 붙어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료를 조사해 보니, 우리 정부에서 1988년도부터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에 규정한 바에 따라 육상 쓰레기를 해양에 버리게 된 것이었다.

속담에 ‘행복과 불행은 함께 온다.’는 말이 있다. 1988년이면 우리나라가 서울 올림픽을 하던 때였다. 육상에서는 우리도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좋아라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해 우리나라 정부는 후진국의 행태를 부끄럼 없이 저지르고 있었다. 해양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이미 유럽의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몰라서 바다에 쓰레기들을 버렸다고는 주장하기 힘들 것이 아닌가. 아마도 쓰레기 처리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때문에 저지를 것이 아닌가 싶다.

영국의 경우 1887년부터 약 100여 년간 템즈강 하류에 육상에서 발생한 각종 오폐수 및 쓰레기들을 버렸는데, 그로 인한 어족 자원의 피해 와 환경 재앙이 보고되어 해양투기를 법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만 외국의 사례를 돌아보았더라면, 쓰레기의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법령 자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육상 쓰레기의 합법적 해양투기가 실시된 1988년에는 약 55만여톤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졌었다. 그 넓은 바다에 비하면 당장의 영향은 무시할 정도로 미미했었다. 그러나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매년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양이 늘어나 작년 한해만 해도 447만 8,000여톤의 쓰레기를 동해 두 곳과 서해 한곳에 버렸다. 지금까지 버린 쓰레기가 약 1억 2,300만여톤이라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속담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쓰레기를 버리는 곳은 포항 동쪽 125km 지점(동해병), 울산 동남쪽 63km지점(동해정)과 군산 서쪽 200km지점(서해병) 지역인데, 이 지역은 이미 카드늄과 납 등 중금속으로 오염되어 있어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말았고 오염물의 상당부분은 결국 해류를 타고 우리 남해안 및 서해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것이다.

어떤 쓰레기들이 버려지는지를 살펴보니, 산업폐수 117만여톤(26%), 음식물 찌꺼기 110만여톤(25%), 하수슬러지 119만여톤(24%), 축산분료 106만여톤(24%), 인분 4만5천여톤 등이었다.

결국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해양 생명체들이 중금속에 오렴되어 생식기능이 떨어지게 하고, 적조를 발생하게 해서 어패류들의 때죽음을 당하는데 큰 요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조업 생산량이 급감하는 이유가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때문이라고 중국에 대해서 욕을 해대지만, 실은 어느 종교의 기도 문구처럼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모든 것이 내 탓이로소이다’라고 반성해야 옳지 않을까.

과거에는 우리가 먹고 사는 일에 정신이 없었고 또 비용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이런 부분을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우리가 바다에 쓰레기들 버릴 때, 우리 양심도 함께 버린 꼴이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이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필자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더욱 많은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충분한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계적으로 런던 협약(London Dumping Convention)이 1972년에 채택되었고, 한국도 1993년 12월 가입하였으며, 1999년 1월에 런던의정서에 가입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는 육상쓰레기의 해양 투기를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 수구(水球)의 보존과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인류가 엄청난 거보를 디딘 것이기에 인류 사회의 장래가 그나마 희망이 있어 보여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해양환경단체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눈을 부릅뜨고 정부가 어찌 하는지, 육상 쓰레기 처리 용량과 기술을 어떻게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지, 법령의 개정 등 제도상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등등 세심하게 따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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