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교수
2012년 정기선 해운경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 들어 우리는 해운 각 부문에서 들려오는 많은 힘든 상황을 접하고 있다. 심각한 공급과잉, 높은 벙커가격, 금융조달의 어려움, 신조선 건조에 따른 막대한 부채, 바닥까지 떨어져 실제적으로는 적자 운임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들뿐이다.

2012년에도 머스크라인 등 시장리더 선사들의 공격적 경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적자운임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은행들의 신용경색이 선박금융 조기회수 및 해운부문 추가대출이 억제되고 있어, 선사들에게는 현금흐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비용절감 노력을 하고 있는 업체는 물론 더욱 힘든 생존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지만, 관계당국도 2012년에 가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운 및 조선 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기사가 매일 세계 뉴스를 타고 나가고 있다. 시황이 어려워도 세계적 기업으로 위치를 점하고 있기까지 우리 해운, 조선산업은 여러 번의 어려움을 헤쳐 왔다.

1980년대 중반에 해운산업합리화로 총 115개 선사가 34개로 통폐합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가 1997년 원화가 붕괴되고 재벌로 대표되는 기업간 상호 보증이 와해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거의 파산위기까지 몰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를 넘겼지만, 그 와중에 조양상선 등 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맞아야 했다. 당시 부채비율 200%가 넘는 기업들은 돈이 되는 자산은 모두 팔아서 대출금을 갚아야만 했다. 돈이 된다고 알토란같은 컨테이너 터미널을 헐 값에 팔기도 했고, 자동차 운송권까지 팔아야 하는 시련을 겪어냈다.

그리고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갑자기 찾아 온 세계적 금융위기로 2009년 이후 삼선로직스를 시작으로 대우로지스틱스, TPC코리아, 세림오션쉬핑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30위권 이하 국내선사들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2011년 상반기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운회사의 파산이 한국에서는 계속되었다. 삼호해운 등이 정부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도산하였다. 여전히 해운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운경기는 수십년 동안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오른다는 큰 원칙을 위배해 본 적이 없다. 지금이 어렵다면 곧 시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애기이다.

또한 그동안 세계 1위 조선국의 자리를 중국에 넘겨준다하며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지만, 아직 우리 조선산업은 세계 1위 자리를 지켜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전세계 신조선의 52%를 수주하였고,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가 선박의 대부분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루어, 우리 조선산업의 능력을 다시 보여 주었다.

지난 달 로테르담에서 열린 Europort 전시회가 ''MARITIME ODYSSEY’ to the year 2041'이라는 제목으로 개막되었다. 개막 때 발표된 영상에서 '미래는 그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30년 후에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적어도 해사부문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미래 추세라고 제시하였다. 첫째, 값싼 노동력대신 혁신(innovation)이 주도하는 세상. 둘째, 속도보다는 지구력(durability), 지속성(sustainability)이 주도하는 세상, 그리고 세 번째는 인력보다는 스마트 기술(smart technology)이 주도하는 세상. 그러나 이와 같은 미래에 대응하는 자세에서 무엇이 될지 두고 보는 자세나, 무엇이 나타날지 두려워하는 자세보다는,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갈수 있다면, 우리자신이 바로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멘트로 영상은 막을 맺는다.

우리는 내년 해운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지속성을 높이는 일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장보다는 방어적 생존전략에 우선을 두어야 할 것이다. 초대형선 발주러시에 뛰어들기 보다는 화주의 SCM 혁신에 부응하는 전략, 네트워크 혁신 등으로 재무상태 호전의 기회를 찾아내야 할 때이다. 특히 스마트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파라다임 변화에도 선도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30년 후 우리해운의 미래이고, 우리 회사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 미래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미래 추세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가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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