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 위기의 해운기업 살리려면>

선박 중심으로 해운 구조조정 해야

2012년 壬辰(임진)년 한해는 해운업계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12월 6일 가진 해운전문지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도 벌크시황을 전망하면서 선복량은 10% 늘어나는데 반해 물동량은 3% 증가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에 평균 BDI는 1600-1800포인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부정기선 시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다. 해운업계에서도 실제로 내년도 해운시황을 KMI가 내놓은 전망치 보다도 더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이다.

비단 부정기선 부분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기 컨테이너선부문도 시황이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고, 더구나 원양정기선항로에서는 시장 점유율 상위사들간의 합종연횡으로 중소 컨테이너선사들이 경영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2012년의 해운업계의 전체의 전망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오리무중’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에 국적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발행한 사채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24조 5000억원 정도이며 이 가운데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 조선, 해운업종의 만기도래액은 5조 2000억원으로 21.2%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발행한 전체 사채 가운데 조선과 해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기도 하지만, 더구나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가 집중되어 큰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적선사들이 어려움이 빠질 것이 명약관화한데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혹자는 이러한 ‘우는 소리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하지만, 현재와 같은 어려운 지경이라면 앞뒤 재고 따질 여유가 없다. 해운기업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으로서, 경제에 든든한 성장동력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체면을 따질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사실 불황기에 개별기업이 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비절감에 노력하고 보다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펴서 매출을 늘리도록 노력하는 것 밖에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국적선사의 경우 모두들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의 자구계획에 대한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오너의 경우는 전재산을 털어넣어서라도 선사의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몸부림 쳤을 것임에 틀림없다. 외부의 도움 없이 재무적인 안정을 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여하튼 재정적인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힘을 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정부나 은행권, 또는 선주협회를 비롯한 기관단체들이 어떻게 대응하여 국적선사들을 위기에서 구해 내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당국은 물론이고 관련 기관 단체들이 한국의 해운기업들이 쓰러져 죽어나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당장이라도 해운산업의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주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물론 이같은 구조조정은 그에 따른 금융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정부당국의 강제조정에 의한 것 보다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민간베이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먼저, 가장 시급한 것은 해운기업의 자산이 되는 선박을 어떻게 통합하고 구조조정 하느냐 하는 문제다. 국적선사들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선박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한데 뭉치고 구조조정하여 통합관리하는 것이 선사들을 구원하는 가장 좋은 현실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012년부터는 그동안 해운기업들의 선박을 매입해주던 캠코펀드가 가동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부실 선박을 매입하여 관리하는 기구의 설립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난 11월 30일 해운중개업협회 실무교육에서 카스마리타임의 김상록 사장이 “선박투자공사를 설립하여 해운과 조선을 지원하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해운, 조선업종의 합종연횡에 대해 금융측면에서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선박회사와 선박회사가 합치든, 선사와 조선소가 연합을 하든 정부가 이에 대해 신용보증을 함으로써 금융권이 지원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선하주가 협력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에 따른 혜택을 주도록 하면 된다. 선박신용보증기금 등을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금융권과 해운, 조선, 무역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되, 정부당국에서는 큰틀의 방향을 잡아주고 시행이 잘 되도록 지도감독 해야 할 것이다. 선박투자공사나 선박신용보증기금 설립 등을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정부당국의 몫이다.

사실 해운과 조선 분야에 대해서만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주도형의 우리 경제에서 조선과 해운산업만큼 중요한 산업도 없다. 앞으로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산업, 그리고 일정기간의 위기만 잘 넘기면 다시 호황을 구가하여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원을 하는 것이 경제대국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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