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akland 회의

▲ 윤민현 박사
1984년 11월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해운 경제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20세기 말까지 해운산업의 향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한 바 있다.

① 복합운송의 진전과 함께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선·하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운동맹은 계속 변천한다. ② 에너지 절약형/대형선이 대량 시장에 나올 것이며 선복의 신장률이 화물신장률의 배에 이를 것이다. ③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Cost 인하와 선사간의 Group화가 불가피 할 것이며 ④ 주요 해운국이라야 고작 2~3개사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다. ⑤ 적자생존을 거쳐 해운질서가 재 조성되면 화주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주력선사(생존선사)에 의한 독점시대가 올 것이다.

27년전 예측이 정확히 얼마나 적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20세기 말에 나타났어야 할 사실들이 21세기 초에 나타났다는 점만 접어두면 비교적 제대로 예측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해운동맹은 태평양의 경우 미국 신해운법 등의 영향으로 사실상 선사간 협의기구로 전락했고 유럽항로의 주축이었던 극동운임동맹(FEFC)은 하주들의 끈질긴 로비에 밀려 결국 2008년 10월 150여년의 막을 내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7년 이후 지속된 호황기에 약 45개에 이르는 신흥해운상장사들은 많은 돈을 벌었고 회사가치도 급등했다. 해운시장에서 평균 투자회수율(IR)은 90년대 선종에 따라 3%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0년대 호황시 9~14%까지 급등했으니 당시의 저금리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이 해운시장에 몰리는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거액의 배당금 잔치를 벌였고 동시에 투자자들은 꿀맛 같은 배당에 맛을 들여 해운에 크게 매료됐다. 그러나 절제되지 못한 선주들의 탐욕은 경쟁적으로 선박의 신조에 나선 나머지 마침내 통제불능의 선복과잉에다 그것도 부족해서 조선설비과잉까지 초래해 이제 해운시장의 장래는 금융자본과 조선시장에 의해 좌우될 처지에 놓였다.

그간 해운계는 대출금 상환을 유예받아 이제 1~2년내 만기가 도래하는데도 현재 되막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불원 도래할 상환부담이 심각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 선복이나 조선능력의 공급과잉 문제는 이미 인위적인 통제권을 벗어난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력선사들은 또 다시 거액을 투자해 친환경, 저원가 초대형선 건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체력전을 위한 Mega ship이 2~3년안에 간선항로의 주력선대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오클랜드의 전망가운데 남은 것은 앞으로 전개될 경쟁을 통해 해운시장의 재편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주요 해운국의 선사중 어떤 선사가 살아남아서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의 문제, 즉 ④와 ⑤인 것 같다. 이제 21세기 두 번째 10년의 첫해가 지나가고 두 번째 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불확실한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작금의 해운시장과 그 주변의 해운외적 사정을 종합해보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④와 ⑤에 관한 향배가 불원간 아니면 적어도 수년 내에 나타날 것 같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2. 해운의 사이클

해운산업을 우리는 주기(cycle)를 타는 산업으로 해운시장은 하락→붕괴→침체→반등의 주기를 거쳐 되살아난다고 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전쟁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7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였으나 근래에는 과거와 달리 특이 사정이 없는데도 1~2년 사이에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년여에 걸친 호황이후 2009년 침체기와 2010년 반짝경기를 거쳐 작년 하반기부터 ① Spot market에 나와 있는 선박이 Key port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② 선주 대부분이 선박의 시가 하락을 인정하지 않아 선박 매매가 이루어 지지 않다가 최근에는 ③ 신용경색, 운영자금 부족, 재정난 등으로 악화돼 위험수준에 근접하는가 싶더니 ④ 금융기관들이 서서히 담보권 행사에 착수(foreclose)하는 가운데 선사들은 현금동원을 위해 신조선, 우수선까지도 급매물로 처분하고 있다. 이러한 조짐들은 해운시장의 주기 가운데 최악의 상황(Extreme cycle)에 나타나는 것으로 주기 이론에 따르자면 남은 것은 과도기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따라 해운시장의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21세기 첫 10년이 롤러코스터 장세였다고 하면 두 번째 10년은 여러 가지 조짐으로 볼 때 그 후유증을 치유하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선주들은 고통스러운 결심, 자력갱생을 위한 노력 등 시장 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중동의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① 시장의 상황 : 수급관계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를 1라운드, 2010년 이후의 최근의 상황을 2라운드라고 표현한다면 2라운드는 1라운드와 현저히 다르다. 1라운드 때는 일시 물동량이 축소되었지만 5년여에 걸친 호황 덕택에 유동성은 충분했다. 선박들은 모두 용선 상태였기 때문에 현찰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대체 담보도 제공할 능력이 있었다. 당시 은행들은 LTV 위반에 대해 6개월 정도 유예해주는 대신 고금리를 징수하는 등 응급조치(Band Aid)만 해주면 됐다. 그후 신용경색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해운, 조선, 금융 모두가 침체로 전환했지만 정부라는 백기사가 있어 구제금융을 통해 시장을 일시 반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라운드는 분명히 다르다. 유동성은 바닥이 났고 수익이 보장되는 T/C도 거의 사라졌다. 선주는 원리금 상환 능력을 사실상 상실했는데도 은행들은 더 이상의 유예는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유동성 확보와 신규자본의 수혈이 절실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접근로는 거의 차단됐다. 마지막 보루였던 정부마저 지금은 도산위험에 처해있다.

OECD, Unctad, 세계은행, IMF 등 발표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2년 세계 성장률은 3.8%, 미국 1.9%, 유로존 0.7%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유럽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경제가 언제 되살아날지는 전망이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향후 2~3년은 더 침체기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Dutch bank ABN Amro).

가장 큰 장애요인은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침체로 유럽의 성장엔진이었던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은 사실상 Zero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른바 PIIGS 국가들은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 리먼사태 이후 지금까지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미국, 유럽 등의 침체를 되살릴만큼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중국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대세이며 서방의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중국의 해운수요 또한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컨선단은 2010년에 9.1% 증가한 1억 4300만teu에서 올해말이 되면 1억 6000만teu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에 걸쳐 쏟아져 나올 극초대형컨테이너선(ULCS)의 물량을 감안하면 2015년 이전에 2억teu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운임은 18개월 동안 계속하락해 머스크, 일본 3사 등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선사들이 3/4분기에 적자로 돌아섰고 태평양항로에서 Matson, TCC, CSAV, Horizon Lines, Grand China Shipping 등 일부 선사들이 철수하거나 서비스 감축에 들어갔다.

유조선 역시 저조한 시장과 수요를 초과하는 신조선의 유입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공급과잉 해소에는 역부족이 되어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2017~18년까지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US McQuilling). 유일한 공급조절 방안이었던 감속운항은 이미 12knots 수준에서 벽에 부딛혀 있다. 선주들은 수급 개선을 위해 8~9knots까지 인하를 원하지만 석유사들이 지나친 감속은 곧 해상 재고기간을 늘려 금융비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의 정도가 가장 심각한 부분이 바로 Bulk부문으로 3개 부문중 가장 취약한 부문이다. 한번 시장에 나온 선박은 해운회사의 M&A, 도산 등의 지각변동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바뀔 뿐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게 되므로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현상황하에서 선박의 침몰 또는 해체 이외에는 수급을 조절 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② 조선산업 : 현 해운에 대한 위험요소는 건조중인 선박이 아니라 과잉 조선능력이다. 2003년 이후 지속된 한국, 중국의 설비증설로 인해 이미 과포화상태이며 상당수의 조선소들이 아직은 2012~2013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BIMCO에 의하면 현재의 조선설비를 기준으로 조선업계에게 2014~2015년의 일감을 제공하려면 해운계는 현 선대의 80%에 상당하는 선복량을 신규로 발주해야 한다. 반대로 해운시장의 조기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조선설비를 절반정도 감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선강국이라 할 수 있는 한, 중, 일 3국의 사정을 살펴보면 일본은 70년대와 80년대의 두차례에 걸친 조선불황을 거치는 동안 설비감축 및 고부가가치선으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진척되어 있는 만큼 설비과잉문제는 통제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주력조선소들은 FPSO, 풍력발전, LNG, ULCS, 대형 Ferry 등으로 전환 중에 있고 중소형 조선소들은 신규 발주가 거의 고갈된 상황 하에서 구제금융이 없는 한 건조중인 선박이 인도가 마무리되면 상당수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의 조선산업이다. 3000여개의 조선소와 세계 제1의 조선공급능력을 갖춘 중국이 과잉설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해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시황하에서 조선과 해운이 공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각자 도생하려 하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해운불황 기간의 장단이 결정되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하동량도 중요하지만 조선정책의 전개방향에 따라 해운계의 수급 상황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③ 중국의 조선과 금융 : 세계 선박금융의 거의 80%를 취급해오던 유럽계 은행들이 선박금융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면서 그 공백을 중국이 어느 정도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의 해외금융 역시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권익을 매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박금융 또한 중국 건조를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자국산업 보호에 우선을 둔 정책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세계 해운계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정책이 해운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기 보다는 자국산업을 위한 무역금융, 조선금융, 선박금융의 정도에 따라 해운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이 금년 상반기에 경기진정과 인플레이션 억제차원에서 긴축통화 정책을 펴자 주요은행들의 대출조건이 타이트해지면서 원자재 수입이 위축되는가 하면 중국의 선사 또는 대형하주들이 지불해야할 용선료가 체불되는 등 Counterparty risk가 재현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중국의 선박금융에 대해 싸고 쉽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은 단순히 금융만을 위하기보다는 해당선박에 대한 통제권에 더 관심이 있으며 조기 상환보다는 원금을 최대한 뒤로 유예하여 선주의 Default를 유도한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중국의 금융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금년초 중국이 그리스 선주들에게 중국내에서 건조한다는 단서 하에 100억 달러의 선박금융을 약속했지만 그리스 선주들이 선뜻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이러한 지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 경쟁전략과 Risk

해운시장의 운임은 선박회사의 원가(생산 및 판매), 하주의 부담능력 및 시장의 수급현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당연히 원가를 최저점으로 하여 그 이상의 수준에서 운임이 결정돼야 하겠지만 현실은 전적으로 수급의 차이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지하듯이 Bulker시장은 가장 진출입장벽이 없는 분야로 물량만 확보할 수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는 수송권을 장악하고 있는 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장이다. 선주들은 최소의 마진이 보장되는 한 장기수송권 확보에 최우선을 두고 있으며 하주 역시 공급과잉 상태를 최대한 활용해 COA와 Spot 시장을 적당히 섞어가며 시장을 요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조선분야 역시 사실상 세계 유수의 오일 메이져들에 의해 운임이 결정되고 있으며 수요가 다소 증가하더라도 단기간에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기선 업계는 타 업계와 같이 기술혁신을 통해 가격을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확대된다거나 시장이 팽창되는 업계가 아니다. 최근 간선항로에서 물량은 전년대비 증가하고 있음에도 평균운임은 계속 하락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선주 스스로가 운임회복보다는 시장 지분 확대와 물량 확보에 우선을 두고 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이다. 2009년에는 그래도 해운업계 전체가 일치단결해 인위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해가며 공급조절을 통한 운임회복 노력으로 일시적이지만 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머스크가 연초에 T-E급 발주를 발표하면서 CEO가 “시장의 리더가 돈을 더 벌어들이는 것이 관례다. 원가가 낮은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는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예상과 달리 2009년 침체기에도 M&A는 없었지만 그때는 해운이나 은행 모두 다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라며 정기선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바꾸어 말하면 원가 구조가 불리하고 자금 확보가 어려운 취약한 선사들은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유럽항로에 Daily service를 도입하였는가 하면 2위 MSC, 3위 CMA-CGM은 운항제휴(Operational alliance)를 통해 경쟁선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주력선대가 유럽항로는 1만 3,000~1만 8,000teu로, 태평양항로는 8,000~1만 2,000teu급으로 개편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고 경쟁패턴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됨에 따라 4위 이하 선사들은 머스크를 따라 차세대 선박을 운항할 것인가 아니면 차별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택할 것인가를 두고 컨테이너 선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Bulker는 Industrial carrier가, Tanker는 머스크·MOL 등이 주축으로 3년 이하의 신예 VLCC 50척으로 구성된 Pool을 추진해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으며 대형하주들도 그러한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해운의 외적·내적 환경이 해운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으나 시장에서 펼쳐질 것으로 확실시 되는 체력전의 향방과 그 결과에 따라 시장의 구도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체력전에 대비하는 선주들의 경쟁전략과 현시장에서 실질적인 수급의 Key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국가, 특히 중국의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는 전개될지가 변수라 하겠다. 시장의 변수와 선주들의 대응전략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전략을 수립, 결정하고 예상되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팎의 상황에 비추어 몇가지 변수(어감상 리스크란 표현을 대신한다)에 대해 예시해본다.

① 소수 대형화 움직임 : Container 정기선 부문에서 상위 10대 선사중 100만teu 이상의 선단이 유럽 3개사이고 나머지 7개사는 50만teu 전후로 그 차이가 현저하다. 머스크에 이어 2위, 3위 선사가 1만 6000teu급을 수용하였고 그 동안 1만 3000teu급 이상의 대형선에 대해 Flexibility가 없다는 이유로 발주에 소극적이었던 NOL 등 아시아권 선사들 중 일부가 이미 1만 3000teu를 발주하였고 나머지 선사들도 자금력 등 여러 이유로 타 선사들로부터 용선하는 형태로 대형선 대열에 참여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Daily Service 출시에 이어 2~3위 선사가 제휴하면서 이들 3사의 시장 점유율(유럽항로)이 50%선에 이르고 있고 제3위 해운대국인 중국의 경우 기초물량, 금융 등 발주 여건을 이미 구비하고 있어 Controlled Carrier라 할 수 있는 이들의 특성상 건조지 문제만 해결되면 하시라도 ULCS 대열에 참여할 수 있으며 필요시는 자국선사끼리 독자적 서비스 형태도 구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 외 선사들 가운데 그동안 ULCS 발주를 보류하거나 최소 용선형태로 참여하려 했던 일본 3사 역시 최근 독자적인 선대 확보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Japan Line 구상을 제기하였고 CSAV는 자사의 컨테이너 부문을 인수해 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 때맞추어 NOL의 Hapag 인수 가능성 대두 등은 우연인지 모르지만 최근의 움직임에 비추어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작년 여름 한국조선소에서 1만 3100teu 명명식에 참여한 한 Investment Owner가 현재 Major line 18개는 너무 많다. 12개 정도로 통폐합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의 예상에 따르자면 현재 간선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의 수가 1/10 정도는 줄어들어야 한다. 현재 Big-3를 제외하면 한국의 2개사, 일본의 3개사, 중국에 2개사, 홍콩 OOIL, 대만의 YM과 EMC, 싱가포르의 APL, 독일의 Hapag 가운데서 적어도 3개사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될 경우 시장은 유럽 3~4개사, 아시아권에서 대만(EMC, YM), OOCL, Japan(3사), Korea(2사), 중국(2사)등 10개사 전후로 재편될지도 모른다. 1984년 오클랜드에서의 전망과 연계시켜 본다면 각국에서 1개사 정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전망과 크게 다를게 없다.

② Japan consortium : 한국조선업계가 T-E 모델선박을 개발하는 동안 일본의 간판조선소인 IHI(eFuture 1만 3000teu급)와 MHI(MALs 1만 4000teu급)도 신형모델을 개발했으며 MHI의 모델은 New Panamax형으로 미동안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한다. 적재용량은 약간 적지만 양대 항로 투입이 가능한 유연성으로 T-E보다 오히려 더 Upgrade된 선형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국가와 달리 일본의 조선업계와 해운분야의 협력관계는 비교적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과거 행동패턴으로 미루어 보건데 일본의 양대 간판 조선사와 3대 주력 선사가 금융업계 주선하에 함께 Team-up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고유가 시대와 날로 강화되어가는 환경 관련 규제동향에 비춰 보건데 T-E와 일본의 신개념 차세대 선박이 출현하게 되면 어차피 시장은 연료효율과 친환경을 기본으로 한 운송원가 경쟁시대에 돌입할 것이며 머스크의 T-E선대가 Asia-Europe 및 부속 남북항로의 서비스 질과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일본의 신개념은 그 차원을 넘어 전 세계 공급체인에까지 중대한 변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연성이 부족한 1만 8000teu와 항로제한이 없는 1만 4000teu급의 경쟁구도가 구축될 경우 서비스의 질과 수송비 두 가지 측면에서 고객의 기대를 충복시키지 못할 경우 고객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③ Industrial carrier의 출현 : Dry bulk 시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Iron Ore는 3대 Major인 브라질의 Vale, 호주의 Rio Tinto, BHP Billiton이 전 세계 물량의 70%를 취급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선과 용선을 혼용하며 이미 해운업에 진출해있다.

최대 광산업체인 Vale는 엄청난 물량을 중국에 수출함에 있어 제2위, 제3위인 호주의 양대 광산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하에서 지리적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출을 전량 CIF로 전환하고 기존선단에 추가해 40만dwt급 VLOC 35척의 추가 확보를 진행중( 5척은 이미 인수)에 있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으로 해상 하동량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Cape의 70%가 철광석 수송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3억여톤에 달하는 국내산 철광석의 경쟁력이 낮아지면 질수록 세계 3대 major의 시장 지배력은 그만큼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수입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할 중국의 처지에 Major들의 지배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중국에게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철광석 등 자국 수입물량의 수송을 위해 자국내 대형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선대확장에 여념이 없는 중국선주들이 Vale의 구상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많은 선사들이 철광석 수송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처지에 만일 Vale가 중국향 철광석 수송권을 장악하려 한다면 중국해운은 물론이고 세계 해운에도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칼자루를 어느 쪽에서 쥐고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중국 당국이 현재 40만톤을 적재한 VLOC가 중국에 기항하는 것을 안전 등 이런 저런 핑계로 허가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국내외 사정과 관련되어 있겠지만 40만톤급 35척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협상의 결과가 어느 한쪽의 완승보다는 양측간 나눠먹기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3자 입장에서는 협상의 결과에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1척당 케이프사이즈 7척과 맞먹는 VLOC 35척의 흡인력이 케이프 시장에 초래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는 대형 하주들의 해운업 진출 러시를 촉발함과 동시에 운임하락의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어 그 향배가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실제 VLOC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일본 선주들(NYK, MOL 등)은 중국과 Vale의 줄다리기를 보면서 VLOC보다는 케이프가 리스크가 적다는 판단하에 NYK는 중국에 발주한 VLOC 2척을 케이프 3척으로 전환한 바 있으며 케이프급 이상의 발주를 자제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연초 일본의 대형제철사인 Nippon Steel(NS)과 Sumitomo Metal(SM)이 합병추진 설에 이어 Kobe Steel도 참여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형 제철회사인 ArcelorMittal의 일본 진출에 대비한 방어 전략이라고는 하나 이들 양사가 수입하는 석탄과 철광석 물량만 연간 1억만톤에 이르며 작년에 NS의 자회사인 Nippon Steel Shipping과 Shinwa Kaiun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NS United Shipping은 그 선단규모가 케이프급 이상 30척을 포함해 130여척에 이르는 회사로 NS의 연간 수입물량 8000만톤의 50%를 수송하는 대형 Industrial Carrier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양사의 합병이 Cost down 및 경쟁력 강화에 주목적이 있는 만큼 SM이 대주주(15%)인 Daiichi Chuo Kisen 선단의 운항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실제 NS+SM 체제에 Kobe Steel까지 가세하면 철광석의 일본 수입물량에서도 과점상태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④ 중국의 침체 가능성 : 중국의 이른바 Urbanization, 또는 Super cities project에 따라 그 동안 추진되어온 도시의 대형화와 신흥도시 건설정책에 힘입어 매년 2500만명이 도시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계획하에 도시화가 급진전되면서(세계 평균의 1.6배)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인구가 GDP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McKinsey Global Institute가 보고한 공항건설계획에 의하면 2020년까지 중국은 134개의 공항을 건설해 2030년까지 인구의 95%를 공항주변 110마일 이내에 거주토록 한다는 것이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도시화를 위해 도처에서 인프라와 주택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이를 위해 중국은 방대한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으며 특히 철광석의 경우 전 세계 철광석 해상 하동량 9억 8000만톤중(2010년 기준) 중국 수입량이 6억 2000만톤에 달한다. 중국의 철광석 특수는 주택수요, 인프라 건설을 위한 수요와 더불어 정부의 싼 정책금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2009년 해운위기 직후 중국정부가 거액의 경기부양자금(5860억 달러)을 쏟아 부음으로 인해 건설투자가 47% 가량 급등했지만 결국 과도한 부양책이 인프라 과잉투자를 유발했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업체인 PWC(Pricewaterhouse Coopering)와 뉴욕대학의 Nouriel Roubini 교수는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흑자가 나는 사업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인프라에 대한 중복 내지, 과잉투자로 인해 중국 경제가 2013년 즈음에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느 여행객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형 고속철도는 절반이 비어있고 새로 지은 역사(station)는 3/4이, 철로와 나란히 새로 건설된 고속도로 역시 3/4이 비어있으며 철도역 바로 옆에는 남중국까지 연결되는 지방의 신공항이 건설 중에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실제 중국 항만의 경우에도 과잉투자로 인해 현재 대부분이 공급 과잉상태이기 때문에 어차피 중국의 향후 항만 투자는 줄어들 것이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축소되면 결국 철광석, Bulk, Crude oil을 운송하는 선사들에게는 반갑지 못한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⑤ 중국판 삼각편대 정책 :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조선산업을 7대 전략산업의 하나로 격상시키고 2015년까지 세계 제1의 조선국 진입과 함께 세계 최대 신형 선대를 구축하여 자재수송과 관련한 외국선박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해운의 3대 요소라 할 수 있는 선박+선원+화물의 세 분야에서 동시에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정부 주도하에 선박확보는 조선산업과 연계 추진하며 동시에 철강산업과 광산의 통합을 유도하고 해운과 하주기업의 제휴를 장려하고 있다.

2008년 위기 직후 거액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자금부족으로 계약이 취소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돈을 대주며 건조토록 하여 국적선대로 편입시키는가 하면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선주들에게 ‘금융+중국건조’의 패키지를 동원해 3000여개에 이르는 자국조선소들의 물량 확보를 위해 정부가 나서는 등 조선산업 육성과 자국 해운력을 강화하는 일거양득을 취하고 있다. 결국 이를 위해 Bank of China 등 국책은행들이 금융지원을 하고 이른바 기업+금융+정부라는 삼각편대를 동원한 공략을 추진하며 중국은 조선과 해운의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지만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최근 신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2008년 당시 98%에 달했던 중국조선소의 Utilization factor는 금년 71%에서 내년에는 68%가 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2013년에는 30%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영대형조선소 10개가 중국조선의 70%를 점하도록 통합을 추진할 예정인 바 불원 중국 조선업계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이 공급축소보다는 고용 유지를 위해 기존설비를 그대로 둔채 효율제고 차원에서 흡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조선시장의 공급과잉 해소는 안될 것이고 결국 찍어내는 대량생산으로 오히려 시장 역기능 초래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풍부한 수출물량과 수입원자재의 수송 수요가 건재하는 한 조선산업을 살리면서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이로 인해 지금의 자국선대가 두배로 증가해도 자국선 우선정책만 확실히 유지할 수 있다면 설사 그로 인해 전 세계 해운산업의 침체기간이 장기화 되더라도 중국이 자신들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삼각편대의 운영을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⑥ 중국의 내수산업 지원 : 세계 Bulker들이 중국의 철광석 수입물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이 철광석 수요를 전적으로 수입산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UNCTAD의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에는 약 8000여개의 광산이 있으며 전 세계 연간 생산량 17억톤의 20%에 상당하는 3억 6600만톤을 생산하고 있는 Major중의 하나다. 다만 국내산의 질이 낮고 수입산에 비해(CIF 기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입산에 더 의존하고 있지만 철광석의 국제시세와 해송운임의 등락에 따라 수입산과 국내산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가격문제만으로 수입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다보면 중국 광산업계가 도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인 바(실제 금융위기 이후 폭락하는 해상운임으로 인해 수입산 가격이 저렴해져 상당수의 중국 광산이 도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송운임이 상승하면 할수록 중국산의 경쟁력은 높아지기 때문에 운임회복이 곧 중국의 수입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임의 등락과 무관하게 내수진작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수입을 줄이고 국내산의 비중을 증가시킬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Bulker 시장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물량감소에 더하여 국내산으로 대체되는 물량만큼 철광석 수입물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⑦ 중국의 VLCC 대량발주와 Tanker Pool의 출현 : 현재 전 세계 VLCC 선단 570척 가운데 현재 취항중인 VLCC 2/3가 최근 10년 안에 투입된 선박들이며 전 선단의 40%가 2007년 이후 아시아 조선소에서 나온 5년 이하의 신예 선박들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현재 건조중인 선박이 인도되면 공급과잉이 20%에 육박하게 되어 석유 수요가 정상적으로 증가하더라도 유조선 시황은 2017년 이후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VLCC 선단 가운데 중국선박이 약 12%로 석유수송을 위해 용선시장에 크게 의존했던 중국이 현재 자국선 적취율 15%를 2015년까지 50%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약 80척 규모의 VLCC를 발주해 2013년부터 인수할 예정으로 되어있어 VLCC 시장의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모두가 고전하고 있는 VLCC 시장에서 최근 머스크, MOL 등 주력 VLCC 선사들이 선령 3년 이하의 신예선박 50척으로 구성된 Tanker pool의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주인 오일 메이져들은 안전성, Counterparty risk의 불식, 선박확보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Tanker pool의 출현을 반기고 있다.

현 세계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때 가까운 시일안에 석유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량은 제한되어 있는데 중국의 대형 VLCC 선단이 출현하고 또 우수선단으로 구성된 Tanker pool이 물량을 선점할 경우 VLCC 시장의 회복은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⑧ 중국의 자국화 자국선 정책 : 중국은 그들의 엄청난 인프라 건설을 위해 운임시장에 붐을 일으켰는가 하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조선시장의 Capacity를 50% 이상 증대시켰다. 그 여파로 해운은 2003년 이후 엄청난 선박을 발주한 나머지 현재 평균 선령이 Bulker 9년, Tanker와 Container선은 각 8년에 불과한 해운 역사상 가장 젊고 가장 비싼 선단을 갖고 있다.

12월로 WTO 가입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중국은 해운시장에서 어떤 나라인가? 며칠전 Lloyd's List Intelligence 주도하에 작성된 ‘Chinese Shipping Insight 2012'에 의하면, 2010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해상 하동량의 22%에 상당하는 18억톤을 점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19억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복량에서는 Drybulk 부문의 1/5,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는 1/3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유 수송선의 척수는 2001년 이후 700%의 증가율을 나타낼 정도로 석유수요가 급증했다.

현재 중국은 안보차원에서 농공산품 안정수송을 겨냥한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으며 국적선 적취율을 현재의 20~30% 수준에서 50~70%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한동안 중국 해운계에서 공급조절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노후선 해체를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특히 Hebei Spirit호의 선주인 Hosco사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해체를 촉진하기 위해 해체선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및 해체선령을 법으로 규정하는 등 이른바 ‘Scrap & Built’ 정책으로 해운과 조선의 상생방안을 채택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었지만 동 제안이 추진되거나 검토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중국 해운계 역시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면 그 만큼 운임수익이 감소할 것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운임 하락상태가 지속되면 될수록 그 만큼 중국의 수출입 상품의 수송비가 절감될 수 있다. 국적선 적취율을 20%로 가정하면 중국의 수출입 물자의 80%는 외국선박이 수송하는 셈이다. 해상운임이 저조하면 20%를 수송하는 국적선들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80%를 외국선박을 통해 싼 운임으로 수송할 경우 절감되는 수송비용의 규모(2009년의 경우 한해 2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함)와 비교할 때 공급과잉에 의한 시장의 침체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공급과잉을 부추기지는 못 할망정 일부로 세제 혜택까지 부여해가며 선복을 줄일려고 노력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조선산업을 살리면서 자국의 해상수요를 국적선에 우선 배정해 자국선박의 적취율을 제고 할 수 있다면 외국선주들에게 타격이 있더라도 공급과잉에 크게 개의치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해운시장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금년에는 2010년 대비 9% 증가한 6억 9000만톤에 달했다가 2012년 8%, 2013~2015 사이에는 8.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완만하지만 계속 수입물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수요 중 수입의존도 역시 2010년 50%, 2015년 66%, 2020년 70% 대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18년경이 되면 세계 제1의 석유 수요국인 미국을 제치고 제 1위 소비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주요 원자재의 수입량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중국이 정책으로 채택한 자국화 자국선 주의가 단시일내 바꾸어 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30년 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중국은 ‘China Inc.’ 정책을 추진하면서 독일을 제치고 이미 세계 제3위의 해운대국으로 부상했으며 2위 일본과 1위 그리스를 제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중국의 물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증가분을 국적선으로 수송하기 위한 선대확장 정책이 계속되는 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4. 맺음말

세계 경제위기와 관련된 여러가지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그 위기는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으며 이제는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지역에서는 국가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상장 해운기업이나 아시아권의 거대 해운사들의 실적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적자투성이 이고 상장 해운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바닥수준에 묶여있고 팔자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형사는 물론 Frontline, OSG, Torm, Teekay 등 대형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유명 선사들 마져도 마지막 생존책으로 Chapter 11 등 파산법원의 문을 두드릴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면 영국, 유럽 등의 주요 선박금융은행들은 이미 시장에서 철수하였으며 KG Fund도 사실상 사라졌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BDI 수치나 낙관론을 펴는 Analyst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해운을 이제는 고위험 산업군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선사들이 이미 Chapter 11행을 택하였지만 계속해서 그런 행렬이 이어질 경우 후유증은 심각해 질 것이며 일부 선박이 긴급 매물로 처분될 경우 선가하락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WTO 가입이후 전 세계의 도움으로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WTO 정신에 입각해 세계 경제를 함께 염려해주기를 기대하는 만인들의 기대를 별로 의식하는 것 같지가 않다. 실제 유감스럽게도 앞에서 열거한 8가지 Risk들도 대부분 중국과 연계되어 있지만 해운업계가 바라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돌이켜 보면 과거 여러 차례 겪었던 해운시장의 붕괴는 한 민간기업 차원의 일이었으며 당사자는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워렌 버핏이 지적했던 것처럼 남의 돈(Other People's Money-OPM)으로 설비를 확대하다보니 해운시장의 붕괴는 곧 자본시장에 심대한 타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한 老해운인은 “이제 선주들은 선대를 확장하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계약이 받쳐주고 있지 않는 어떤 발주도 중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마진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선 위주로 선단을 재편해야 한다. 현 시장상황으로 볼 때 향후 몇년을 감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투자에 대한 회수는 접어두고, 주주에 대한 배당도 적어도 3년 이상 뒤로 미루고 조금이라도 현찰이 생기면 빚 갚는데 써라”고 했다.

생존전략이 무엇인가? 무슨 오묘한 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차원의 경영이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수급의 균형 회복외에는 대안이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과거 시장은 다수의 선박이 계선되고 해체되고 조선소들이 문을 닫아야만 비로소 회복의 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단시간내 이루어지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한 선박금융전문가는 이렇게 조언했다. “비경제선은 아무래도 비경제선이다. 전 세계 선대의 약 10% 정도가 해체선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키지 않더라도 선가의 하락을 인정하고 가능하면 노후선 매각을 통해 비상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신규자본 유치가 어려우면 사재라도 출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선주가 주도적으로 창조적 구조조정(Creative restructuring)과 채무조정(Renegotiating)에 나서면 은행들도 협력할 것이다.”

해운사상 23번째 불황을 맞아 해운에 종사하는 모두가 2011년의 끝을 잡고 내년에는 무언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한해가 되기를 바라며 이런 소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말리 해적들이 더 이상 선원들을 위협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유가는 톤당 100달러 또는 그 이하에 머물도록 해주시고 2015년부터 시행 예정인 저유 황·탈유황 연료유 사용 시기를 당분간 더 유예해 해운계의 이중고를 덜어주소서!
󰋮금융권은 시장이 회복할 시기까지 기다려 주시고 비 오는데 우산을 빼앗은 일은 없도록 해 주소서!
󰋮중국이 가진 자의 오만함 보다는 G2의 위치에 걸맞게 전 세계의 경기회복을 함께 배려하 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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