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항 홍보 설명회에 쏠린 관심>

경인항 홍보 및 화물유치 설명회가 지난 12월 22일 무역센터 5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설명회에는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3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250석을 준비한 자리가 모자라 급히 접이식 의자를 펴는 가하면 맞춰놓은 기념품이 모자라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여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 직전만의 모습을 놓고 보면 경인아라뱃길과 경인항의 운영은 높은 관심 속에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경인항은 소위 우리가 경인운하라고 부르는 '경인아라뱃길'의 양쪽 끝단에 위치한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합쳐서 부르는 항만 이름이다. 따라서 경인아라뱃길은 자연스럽게 경인항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인운하, 경인아라뱃길의 사업 목적은 첫째가 부천에서 김포에 이르는 소위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를 방지하고 두 번째는 내륙 주운수로를 통한 물류수송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경인아라뱃길은 상습침체구역인 굴포천 유역의 물길을 잡기 위해 기존의 14km 방수로 구간을 확장 보완하고, 그 끝지점부터 다시 약 4km를 더 파서 한강과 연결함으로써 한강 물이 서해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경인아라뱃길은 총연장 18km(수심 6.3m, 폭 80m)의 운하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2009년 6월부터 시작하여 2012년 6월에 가서야 모두 끝나고 정상 운영이 된다. 경인항의 경우는 인천터미널이 12개 선석, 김포터미널이 8개 선석 등 총 20개 선석을 건설하고 수면 높이를 조절하는 갑문은 서해쪽에 2기, 한강쪽에 1기 등 3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12월 22일 현재 이 사업의 공정율은 98.2%로 기초적인 시설 공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갑문과 터미널 건설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현재 선박운항도 시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제 정식 개장일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경인항의 부두 운영사 선정도 끝나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의 컨테이너부두는 한진해운이, 여객부두는 C&한강랜드가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인천터미널의 다목적부두는 대우로지스틱스와 인터지스가 각각 별도로, 김포터미널의 다목적 부두는 대한통운이 운영하기로 결정되었다.

장황하게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설명한 것은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않은 채 경험이 없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의해 추진이 되다보니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미비점이 드러나고 있다. 좀 더 물류나 항만건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추진됐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인아라뱃길의 태생적인 문제점은 경제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당초의 생각은 운하를 건설하여 대형선박으로 많은 물자를 한꺼번에 운송함으로써 운송 코스트를 절감하는 물류혁명을 일으켜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6미터가 겨우 넘는 수심으로는 3000dwt급 이상의 선박이 사실상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대량의 물자운송은 불가능하다. 컨테이너선의 경우도 200teu급 이상은 사실상 취항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 컨테이너항로 개설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문제는 3000dwt급의 선박이 설사 통항을 할지라도 원웨이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80m의 폭으로는 2척이 서로 교차 운항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당장이라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인아라뱃길 자체가 무용지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리고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18km를 운항하기 위해 갑문을 두 번 통과한다고 하면 단순히 생각해도 자동차로 수송하는 것 보다도 경제성은 떨어진다. 서울의 중심부까지 들어오는 거리라면 몰라도 짧은 거리를 무엇 때문에 뱃길로 가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따라서 자동차에 싣기가 곤란한 화물이나, 저급한 화물을 싣는 선박 말고는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선박이 없을 수도 있다. 22일 설명회에서 바지선을 운항하여 화물을 수송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많았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칫 하면 바지선만 오가는 운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는 낙담만 하고,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대해 비난만 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이미 만들어지고 준공이 된 부두를 이제와서 어떻게 바꾸기는 어려우므로 보완책을 생각하여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경인항과 경인아라뱃길이 앞으로 여객과 화물 가운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두어 나갈 것인가 하는 정책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22일의 화물 유치 설명회는 당연히 화물에 중점을 둬서 운영하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서 재고해 주기를 요청한다. 물류적으로는 너무나 취약한 점이 많다는 것이 드러났고 따라서 친수공간을 더 만들고 주변 경관을 이용한 여객선 운항 등 해양레저와 관련된 활용도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는 절대로 없다는 점을 상기해줬으면 한다. 화물의 경우는 특수한 형태를 빼고는 기존의 인천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정부당국은 경인아라뱃길 운영 방향을 재고하여 정책 방향을 대폭 개편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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