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家 김형수

청결한 마음을 상징하듯 백련의 흰 꽃잎을 열어 세상을 받아 주려는 미소와 맑은 향기는 청량하기만 하다.
애굽 땅 바알스본 맞은편 바닷가(홍해)에서 애굽 군대가 뒤를 쫓을 새,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자손들은 앞뒤전후가 다 막혀버린 절망의 상황에 이른다. 그러나 바닷길이 열려 홍해를 건너가고, 이내 다시 바닷물이 합쳐져서 뒤따르던 애굽 군대는 수장이 되는 장면이 성서에 나온다. 이를 두고 “ 모세의 기적”이라고도 하며, 현재도 바닷물이 갈라져지는 곳들을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 운다.

南海바다 한려수도 삼 백리 물길의 동쪽 끝자락에 비취 빛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15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 흔히들 통영팔경이라 하면, 첫째가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둘째가 통영운하 야경, 셋째가 소 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섬이다…
소 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밀물 때는 물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100m 가량 몽돌길이 썰물 때 하루 두 번씩 드러난다. 그래서 이곳을 “열린 목”이라 한다.
소 매물도를 가기위해서 자동차를 몰아 거가대교에 이른다. 거가대교는 지난해 말 개통된 다리로 가덕도와 거제∙장목면을 잇는 길이 8.2km의 다리다. 수중 침매터널 구간만도 3.7km이다. 1시간 정도면 거제시에 도착 된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왼쪽으로 돌아 달리다 보면 몽돌해수욕장이 나오고, 해금강에 이르며, 조금 지나면 저구항이 나온다.

저구항에서 배를 타고 소 매물도를 향한다.
매물도는 본섬인 대 매물도의 형상이 “매밀”처럼 생겨서 부쳐진 이름 이라한다. 매물도 옆에 있는 작은 섬이라 하여 소 매물도(면적2.51km²) 라 불리며, 등대섬의 본이름은 “해금도” 라고 한다.
파란 하늘이 내려 않는 수평선, 쪽빛 바다, 그리고 섬들은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소 매물도!
등대섬과 함께 천혜의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선착장에 이르니, 갈매기가 기암적벽에 앉아서 반기는 듯 정겹다. 이 섬에서 제일 높은 곳이 망태봉이다.
망태봉은 소 매물도 마을 뒷산인 해발 152m의 봉우리로, 옛날 산정에서 섬사람들의 물건을 노략질 해가는 해적들의 동경을 망보던 망대가 있었기에 망태봉 이라 이름 부쳐진 것이란다.
소 매물도는 하늘에서 보면, 소를 닮은 데다 나무가 많아 수우(樹牛)도라고도 불우기도 했다. 산을 오르다보니 소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후박나무 군락지, 동백나무 군락지, 칙 덩굴 등이 무성하여 청량한 나무향기가 땀방울에 매친다. 모두들 햇살이 키우고 바람이 살피고, 망대봉에서 바라본 등가도와 등대섬의 전망은 환상적이고 이국적 정취는 한마디로 해상낙원 이구나…

바다를 안는 소 매물도 섬!
고요히 울려 퍼진 환상이 멈추고
바다에서 볼 때 섬은 외로워 보였으나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섬은 외롭지 않고
섬은 바다를 품고 있는 듯하다.

망태봉에는 1978년7월에 매몰도 세관감시서가 설치되어 10 여 년 동안 남해안 지역의 해상밀수근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폐쇄된 곳이다.
콘크리트 감시전망대에서 24시간 쌍안경으로 관측하고, 철탑위에 레이더가 돌아가며, 10년 동안 총 87건, 시가 7천1백만원 상당의 밀수 적발성과를 거두었고, 자가발전 설비로 전기를 공급하고, 식수저장탱크를 설치하여 식수공급 등 지역주민생활환경개선에 크게 이바지 한 곳이기도 하다.

필자도 이 무렵에 거제도 장승포에 근무하면서 통영앞바다 일대에 배를 타고 밀수단속 감시업무에 종사 했기에, 망태봉에서의 감회가 남달랐다. 보기 흉하게 방치되어 있는 이곳 감시전망대를 세관 당국이 개보수하여, 통영의 한산이 충무공의 한산대첩의 역사적 문화유산으로 관리하듯, “관세역사관”으로 지정하여 운영관리하기 위해, 수개월째 공사 중이다. 골재운반 등이 어렵기 때문에 선착장에서 망태봉까지 헬기로 운반해야 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의 공사이다.

최근엔 1박2일 TV 프로에 방영됨으로 등대섬을 찾은 관광객이 많아졌다 한다.
등대섬을 가자면 망태봉에 있는 “관세역사관”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대국민 홍보차원의 대마도가 바라다 보이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망태봉에서 바라본 관세선은 이상 없었구나!.“라고 속삭이면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중하고 퍽 다행스런 일이다.
망태봉에서 내려가면 해무(海霧)에 어린 등대섬에 이른다. 물이 잠겨 건너갈 수가 없지만, 열린 목에서 기다리다 보면, 썰물 때 바다길이 열린다.
아마도 먼 옛날 지혜로웠던 사람들은 이러한 자연의 지형적 변화 현상을 미리 알아 두었다가 위급할 때, 이용했을 것 같다.
갇히거나 잠겨 있다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 상태로 놓인 곳이 열린 목 같아서, 이곳 등대섬에서 하늘을 우러러 자연이 준 혜택에 감사하며 앙망(仰望)하는 것이, 새 힘을 얻어 기적을 이룰 열린 목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소 매물도 망태봉 “관세역사관”공사현장을 다녀와서, 2011년 8월 21일

작가소개

金亨洙  : 시인·수필가


-1954년생 전남 장흥 태생
-1978년부터 관세청 근무-
-부산항해운·항만물류 애로사항 및 불편사항 수렴처리로
“고객만족 동산”을 가꿔가고 기쁨의 전령사처럼 기쁨을
주는 세관 옴부즈만으로 일하고 있음

-저서 : “모든 꽃잎은 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추수하는 기쁨”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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