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사 CEO들의 신년사에 담긴 뜻>

2012년 흑룡의 해를 시작하는 해운업계 CEO들의 각오는 남다른 것 같다. 대형선사들마다 CEO들의 ‘신년사’가 발표가 되었는데, 이를 읽어보면 새해를 시작하는 최고경영자들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가 있다.
국적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내놓은 최고경영자는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이다. 신년사를 12월 1일에 발표하면서 2012년은 13개월이라고 선언하고, 한달 앞서서 직원들에게 새로운 각오로 업무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최회장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핵심업무에 대한 집중을 강조하고 체질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에 주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물론 계열사 책임자들에게는 최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줄 것도 주문했다. 한진해운 최고경영자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상선의 이석희 사장은 신년사에서 고유가와 세계경제의 저성장, 그리고 대형신조선의 대량 시장 유입 등으로 2012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생존게임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과거에 역경을 헤쳐나온 저력이 있듯이 ‘4T’로 요약되는 ‘현대정신’으로 일치 단결하여 목표달성에 매진하자고 역설했다. 이석희 사장은 원양컨테이너항로에서 머스크, MSC와 CMA-CGM, GA와 NTWA가 연합한 G6 얼라이언스 등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현상은 해운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서 예상치 못한 판도가 벌어질수도 있지만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언급했다.

SK해운의 황규호 사장은 “지난 3년은 그레이트 컴퍼니를 뛰어넘는 위대한 회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련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2012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결코 안주하지 말고 走馬加鞭의 자세로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뛰어난 실적을 만들자고 역설 했다. 그는 또한 뛰어난 실적을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남다름과 열정’이라고 못박고 “우리의 강점에 집중하여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차별화를 이루어 내자”고 역설했다.

STX팬오션의 배선령사장도 1) 해운사업의 수익성 제고 2) 유가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강화 3)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노력 4) 글로벌 네트워크의 재정비 등을 새해의 경영방침으로 밝히면서, 2020비전인 ‘세계 최고의 해운종합 물류기업’ 달성을 위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STX팬오션의 미래성장동력으로 프로젝트 화물 운송과 산업간 융합비지니스 개발을 꼽아서 주목을 끌었다.

일본3대선사 CEO들도 2012년도가 매우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임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등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日本郵船(NYK)의 쿠도(工藤泰三) 사장은 신흥국들의 착실한 경제성장이 희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가운데 “2012년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흑자 전환”이라며 전임직원들이 단결하여 분발하자고 호소했다.

商船三井(MOL)의 무토(武藤光一) 사장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내일을 창조할 수 있는 변화의 지혜와 용기를 갖고 행동으로 옮겨가자”며 역시 사원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川崎汽船(K-Line)의 아사쿠라(朝倉次郞) 사장도 ‘2012년은 ’守成의 해‘라고 정의하고 “살아남기 위해 철자하게 守成하는 자세를 갖고 상승 사이클을 기다리자”며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강조했다.

韓日 대형선사 CEO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2012년은 매우 어려울 것이니까 일치 단결하여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성장 동력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그렇지만 공격적인 경영 보다는 욕심 내지 않고 守成하는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경영자들이 많았다.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는 그 자체로서 훌륭하냐 안하냐를 따질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강조하는 내용 보다도 그것을 듣고 해석하는 임직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그에 따르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경비를 줄일 것이 없는 형편에서 경비를 줄이자고 강조하거나, 영업력을 배가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진 영업환경에서 영업력 강화를 외쳐봐야 큰 울림을 주지는 것이다. 큰 방향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년사를 아예 발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은 요란한 말의 성찬으로서의 신년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듣고 동감하고 일천에 옮기는 실행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상하간의 소통이 중요하고, 한 목표를 향해 대동단결하여 실천해 나가는 기업 문화의 형성이 절실한 것이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보다 근원적인 것은 역시 인재의 양성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아닌가 한다.

경영이 어렵다고 양성된 인재들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방출하는 사태는 이제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회사의 생존이 먼저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면 변명은 되겠지만 조직을 파괴하는 정도의 감원은 결국 회사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우리 선사들은 경영자나 종업원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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