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융합’보다 ‘전문성 배가’에 역점을

‘퓨전국악’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전래의 악기를 가지고 서양의 신나는 노래를 연주하는 것을 ‘퓨전국악’이라고 부른다. 대체적으로 퓨전국악은 구슬픈 음을 내는 우리나라 전래 악기를 가지고 서양의 신나는 캐롤송이나 경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악만을 가지고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보다 대중적인 서양음악과 국악을 뒤섞음으로써 흥미를 끌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인데, 요즈음 행사장에서 퓨전국악을 연주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월 12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붙어있는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교통물류ㆍ해양산업 경제인 신년인사회’에서도 식전행사로 퓨전국악이 연주되었다. 신년인사회에 퓨전음악을 연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번에 퓨전국악이 길게 공연된 것을 보면 ‘이질적인 집단의 융합과 단결’을 바라는 정부당국의 뜻이 반영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통물류와 해양산업의 두 분야를 하나로 통합관장하는 국토해양부로서는 그런 생각을 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정부당국 높은 사람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12일의 신년인사회는 참여 단체들간에 화합되지 못했고, 교통물류와 해양산업, 두팀으로 나눈 사람들이 뒤범벅이 되어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인상만 심어주었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 신년인사회는 아는 사람들끼리만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다가 모르는 사람을 마주치면 이를 피하느라 참으로 어색했고, 더구나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이 늦게 행사장에 나타남으로써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신나는 퓨전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지만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에 음악을 감상할 만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뒤늦게 행사에 참가한 권도엽 장관은 “국민편의 중심의 교통문화, 지속성장을 이끄는 녹색물류,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해운, 미래의 성장동력인 해양을 만들자”고 강조하면서 “교통물류와 해운, 해양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과 복합 수요를 창출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권 장관은 또한 교통물류와 해양산업 관계자들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도 당부했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서 신년인사회를 하다 보니 ‘소통과 협력’ 혹은 ‘융합’ 같은 좋은 말들이 참가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1월 12일의 신년인사회를 다시 회상해 볼 때 우리는 분명 이 인사회를 개최하고 주도한 주체들이 앞으로 꼭 고쳐야할 문제점이 몇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해양산업과 교통물류 두 분야가 함께 신년인사회를 하는 것은 이제는 지양했으면 한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오로지 같은 부처의 산하에 있는 협회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모여서 어색해서 서로 악수도 나누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 교통물류와 해양산업은 이질적이기 때문에 따로 따로 신년인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과거 해양수산부 시절의 신년인사회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과거가 더 가족적이었고 화기애애 했었다. 오로지 당국자들의 편의에 의해서, 혹은 관리부서의 행정적인 융합을 위해서 한데 몰아서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아주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토해양부 당국으로서야 교통물류와 해양산업 부문이 행정부서 통합으로 이미 한식구가 된 마당에 서로 화학적인 융합까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특질이 다른 분야를 억지로 융합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넌센스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분화된 세상에서는 행정 분야별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토해양부가 실무자들을 1년이 멀다하고 자리를 옮기게 하는 것이나, 전혀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생소한 부서로 발령하는 인사이동 패턴과 관행은 정말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항만산업이라면 해운항만산업을 현장에서 몸소 겪고 배운 해운항만 전문가가 관련 행정을 맡아야만 해운항만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래야만 업계와 정부당국간의 소통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가 있다.

12일의 신년인사회를 두고 다음으로 지적할 사항은 어려운 때인 만큼 경비절감에 더욱 노력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굳이 강남의 비싼 호텔에서 신년인사회를 해야 하는 것인지, 또 굳이 비용을 들여서 식전행사 같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신년인사회는 그야말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1년을 잘해보자는 다짐을 하는 그런 화합과 단결의 한마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지엽적인 문제이지만 신년인사회에 자리싸움이 치열했고 일부 잘못된 자리 배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귀빈들은 무대 앞에서 일렬로 서서 기념식을 진행했는데, 해양부문에서는 일부 단체장이 귀빈석 자리에서 빠진 대신에 과거 국토해양부 공무원 출신들이 그 자리에 서는 경우가 있었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는데, 주최측은 이러한 의전에 대한 것도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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