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끊임없는 중소기업 업종 침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되살려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상생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갈만한 사태가 또 한번 벌어졌다. 정부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주재하에 지난 1월 17일 새해들어 첫 번째로 ‘동반성장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대기업측 위원 9명 모두가 불참하여 회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 동반성장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이익공유제’가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던 대기업들이 노골적인 시위를 한 셈이다.

물론 동반성장위원회가 주장하는 이익공유제는 자칫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사상과 비견되어 오해를 살 위험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언어만이라도 순화하여 ‘동반성장’이나 ‘상생 발전’이라는 단어를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최근에 너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들과 함께 성장을 추구해 나가자는 근본취지 자체를 대기업들이 보이콧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대기업들이 이래 저래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 그룹들은 계열사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함으로써 비난을 받고 있고, 더구나 일부 재벌그룹의 경우 오너나 혹은 2세, 3세들이 중소기업 업종에 마구잡이로 뛰어듦으로써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여 원성을 사고 있다.

언론에 많이 보도된 내용이지만 최근 대기업 오너나 패밀리이 식음료 사업이나 패션사업 등에 진출하여 자신의 계열회사들을 이용하여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이 바람에 동네의 골목상권은 완전히 붕괴되고 있고 관련 중소기업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는데도 정부당국에서는 강건너 불구경만 할 뿐 손을 못쓰는 상황이다. 제과업계만 해도 롯데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롯데 신동빈회장, GS,리데일 허승조 부회장 등이 진출했고, 외식 브랜드 사업에는 애경의 장연신회장 며느리,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 신세계 정웅진 부회장 등이 진출하여 라면, 치킨, 커피등을 팔고 있다. 패션부문에서도 유명 해외브랜드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재벌회사 패밀리들이 많은데, 제일모직의 이서현 부사장, LG패션의 구본걸 회장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 LS네트웍스의 구자용 회장 등이 대표적인 수입브랜드 판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재벌 그룹 패밀리들이 별다른 노력없이 수입 브랜드로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고, 반면에 경쟁에서 밀리는 그 업종의 중소기업들이나 동네 골목의 자영업자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현상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비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 오너일가들이야 놀이삼아서, 혹은 좀 더 돈을 벌 욕심으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그 바람에 아무런 죄가 없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는 것이참혹한 오늘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만 8000개였던 동네 빵집들이 2011년말에는 4000개로 줄어, 무려 1만 4000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기업 계열이나 재벌 패밀리들이 세운 회사들의 공격을 받아서 동네 빵집 80% 정도가 망하고 만 것이다.

이런 비극은 해운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이 포워딩업 분야이다. 대기업 그룹들은 너도나도 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계열 포워딩회사를 하나 둘씩 설립했다. 포워딩회사 설립 붐은 대기업이고 중견기업이고를 가리지 않고 거세게 일어났다. 심지어 중소규모의 건설회사들까지도 자체적으로 포워딩업체를 설립하연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니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글로비스, 삼성로지텍, 롯데로지스틱스는 물론이고 웬만한 대기업들은 누구누구 할 것 없이 포워딩회사를 계열회사로 하나씩 가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에 조사한 것을 보면 위에서 예를 든 물류분야에 직접 진출한 대표적인 대기업 그룹 회사들의 물류서비스 내부거래 비율이 8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83%를 계열 포워딩회사나 물류회사에 밀어주고 나머지 17%를 일반 물류회사에게 경쟁을 부쳐 넘겨주었다고 하니 이런 환경이라면 중소 포워딩회사들이 살아남는 것이 기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견 건설업체들까지 포워딩회사를 계열회사로 두고 있는 상황이니 중소기업인 전업 포워딩회사들의 존폐위기에 몰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벌여 최근 3개 그룹에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김동수 위원장은 한 TV신년 대담에 출연하여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업종별로 조만간 제재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위원장은 또 1월 16일에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 대표들을 만나서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17일에 열렸던 동반성장위원회에 전원 불참한 것을 보면 과연 중소기업들과 상생 발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라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협력하여 중소기업과 상생하려는 의지가 없는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와함께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유지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다시 부활하여 중소기업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 물론 이 경우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해운관련 부대업종은 모두 포함되도록 하여 대기업들의 해운업 잠식에 철퇴를 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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