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災사고 막기위해 ‘선원직 매력화’ 필요

지난 1월 14일 이탈리아의 질리오섬 인근 해역에서 좌초된 코스타 콘코르디아호 사고는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000여명이 탄 크루즈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이 사고가 나자마자 선장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한 채 육지로 도망치는 바람에 많은 사상자를 내고 말았다. ‘제2의 타이타닉호 사태’라고 불리우는 이 사고는 선장의 대처만 놓고 봤을 때는 타이타닉호와는 거의 정반대였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승객을 대피하도록 유도하고 침몰하는 본선과 운명을 같이 하는 선장과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바람에 많은 승객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선장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고의 규모는 다르지만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여객선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16일에 인천-연태항로에 취항하는 카페리가 기관고장을 일으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고 1월 19일에는 평택-위해항로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카페리가 모래운반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월 15일에는 인천 자월도 앞 해상에서 226톤의 소형 여객선이 기관실 침수로 조난당하는 사건이 발행하기도 했다. 또한 이보다 앞서서 평택-연운항을 운항하는 카페리가 기관 고장으로 출항을 하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다. 가뜩이나 배를 타기가 불안한 겨울철인데 이렇게 여객선 사고가 빈발하다 보니 업계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오는 2월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국적 크루즈선을 투입하여 근해항로에서 서비스하려는 크루즈선사는 괜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여객선뿐만이 아니다. 화물선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에는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우리나라 유명 국적선사의 컨테이너선과 다른 국적선사의 벌크선이 충돌해 선박이 심하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1월 19일에는 포항항 북방파제에 일반화물선이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1월 21일에는 필리핀 동부 해안에서 한국인 선원 2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12명이 탄 화물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우리나라 상선 사고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솟아 오를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 관련기관에서 잠정적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1년도에 상선 사고는 모두 199건으로 전년대비 8.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어선에 의한 사고는 총 747건으로 전년대비 무려 35.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어선들에 의한 사고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상선의 경우를 선종별로 살펴보아도 대형선 보다는 소형선에 의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앞의 2011년도 통계에서 여객선(17건, 1건 감소), 화물선(96건, 11건 감소), 유조선(37건, 5건 감소) 등 대형선들에 의한 사고 건수는 줄어든 반면에 예선(75건, 10건 증가) 등 소형선은 사고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은 상당부분이 人災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의식 결여에 의한 안전 부주의, 또는 기관 등에 대한 정비 불량 등 선원들과 관련된 사고 원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 발생한 사고들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려운 사고들이라서 대부분이 인재 사고로 분류가 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태는 우리에게 사고를 일으키는 선원들의 자질 문제와 교육 상태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보기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일어난 카페리 충돌사고는 졸음 운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보다 앞서 발생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충돌사고도 상호 교신을 하고도 선체 중앙을 추돌한 사고라서, 한쪽이 안이한 생각으로 운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人災사고가 많아지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선원의 자질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선원들이 승선했을 경우 언어소통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적선사들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질이 낮은 외국선원이나 싼 임금의 선원을 태우려고 하는 욕구가 강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앞으로 선원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는 선진 해양강국으로 가기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해운호황기에 국적선사들이 외국선원을 포함한 선원 양성기관을 능동적으로 운영하거나 직접 지원하기 시작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선원 인재난을 겪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안전 항해를 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선원職을 어떻게든 매력화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선원직에 대해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안전항해를 방해하는 요소에 대응 운전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역시 선원직을 매력화하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원직 매력화 방안’은 벌써 30여년간 업계의 화두로만 명맥을 유지할 뿐 시원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이를 반성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민관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선원 자신들이 정신적으로 안전의식을 재무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는 교육을 통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사들은 선원 재교육과 근무환경 개선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재교육 강화와 처우개선도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선원들, 특히 해기사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생명선 역할을 담당하며 항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무장하여 위기 상황에 미리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 훈련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