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모니호의 역사적인 취항 기념식>

지난 2월 1일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사 하모니크루즈 소속 클럽하모니호의 역사적인 취항식이 열렸다. 우리가 이 클럽하모니호 취항을 두고 ‘역사적’ 운운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선박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적 크루즈 면허선사가 직접 외국에서 도입한 국적 크루즈선이다. 따라서 이 클럽하모니호의 취항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크루즈선 취항 시대 개막’을 알리는 것이요, 따라서 이 선박이 취항한 2012년이야 말로 우리나라의 ‘크루즈 元年’이라고 할만하다.

2월 1일 부산 영도의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클럽하모니호 선내에서 치러진 취항기념식은 정관계인사들과 연예인, 해운항만 관계자등 4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고 행사도 짜임새 있게 잘 진행됐다. 그러나 이 기념식에서 클럽하모니호의 취항이 갖는 의미, 우리나라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이 취항하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많은 외부인사 가운데 그 누구도 클럽하모니호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국적 크루즈선 취항시대가 개막되었다는 사실을 선언적으로 발표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이런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일본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의 경우는 1989년 7월 일본조선소에서 건조한 대형 원양크루즈선이 취항한 것을 기념하여 ‘크루즈 元年’을 선포했다. 그에 때를 맞추어 ‘Cruise’라는 격월간 잡지가 창간되었으며 현재까지도 발간되고 있다. 무려 23년전에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일본은 원양크루즈선의 취항을 기념하여 크루즈 원년을 선포하고 해운 조선업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크루즈 원년’을 축하했다. ‘크루즈 원년’이라는 의미를 되새기지 않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크루즈가 자라기에는 척박한 황무지에서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황무지에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하모니크루즈와 한희승 회장에 대해 우리는 아낌없는 찬탄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대형선사들도 힘들어 하는 해운위기 상황에서 거침없이 자본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사업에 나선 것은 보통의 용기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이 크루즈 사업이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용기와 도전정신이 반드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우선 크루즈 사업의 성패는 ‘자금과 시간’과의 싸움에 달렸다는 것을 생각하길 바란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을 장시간 버텨내야만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많은 승무원이 필요하지만,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인 사업인데다가 투자 자본을 회수하는 자본 회임기간도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한일항로에서 살아남은 카페리선사들이 대부분 10여년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고 오늘의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크루즈 사업은 카페리 사업과 비교할 때 5~10배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차근차근 서비스 질을 높여나가면서 장기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취항식을 조금 뒤로 미루더라도 완벽한 사전준비가 필요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왕 스타트 했으니 계획을 이제와서 뒤로 미룰 일은 아니지만, 보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갖추고 하나하나 배워가는 자세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관련이 있는 카페리선사들의 협조를 받는 일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떻게든 먼저 경험한 노하우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외국의 크루즈선사와 비즈니스 제휴 등도 처음부터 계획을 하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클럽하모니호는 올해 한국을 기점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를 순항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들 4국 가운데는 그래도 생활수준이 높은 것이 일본이므로 일본인 모객에 우선 집중하는 전략은 좋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공략은 쉽지가 않다. 쉽지 않은 일본 고객을 유치해 내는 것이 클럽하모니의 초기 사업성패에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일본 경험자, 전문가를 확보하고 일본에 대한 연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크루즈 원년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우선 클럽하모니호 취항한 2012년을 크루즈 원년으로 선포하고 크루즈산업을 진흥시키 위한 특별법 ‘(가칭)크루즈산업 발전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법안 제정과 관련하여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산하에 해양레저산업 육성위원회 같은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주요 항구마다 국제 여객선 터미널과 크루즈 터미널을 조기에 건설하도록 명문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7개 항만에 9개 크루즈 터미널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진척의 속도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이미 취항한 선박이 있으므로 당장이라도 부산, 인천에 터미널을 건설하도록 서둘러야만 한다.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의 발전은 정부나 해당 선사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관련업계, 일반 국민들, 관련 언론사, 조선소,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여행 관련 업계가 모두 모두 노력해야지만 얻어지는 것이다. 좀 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크루즈 산업을 포함한 해양레저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인정하여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후원을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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