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인정받는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같은 경제학자는 세계경제는 암울한 침체국면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3-4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2010년은 전망과 달리 세계경제와 교역이 크게 회복한 한 해였으며, 당시 2011년은 세계경제가 강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금융위기 3년째이었던 2011년은 비극적인 일본의 지진과 해일, 아랍의 봄, 유럽의 채무위기, 그리고 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체인의 붕괴 등의 일련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이후 경제지표가 크게 나빠졌다.

2012년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미해결, 유가상승 등으로 2011년 보다 더 큰 침체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2년은 거시경제의 고통이 뒤따르는 2008년 금융위기의 두 번째 물결이 들이 닥치는 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World Bank)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수정 폭은 지난 2009년 1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2012년 전체 선진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1.4%로 낮췄고, 개발도상국의 성장률도 6.2%에서 5.4%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이 경제성장율 전망을 수정하면서 2012년 세계교역 증가율도 6.6%에서 5.2%로 수정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수정 발표 중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경제성장율 대비 교역증가율 탄성치가 당초 1.8에서 2.1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비록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2012년 글로벌 수출입 수요는 비교적 건실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기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세계 경제의 성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나, 세계교역은 그 성장세를 유지해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물류산업으로 보면 해상운송부문이 가장 큰 리스크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하반기부터 벌크선 부문과 컨테이너선 부문의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2012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2009년에 보였던 큰 폭의 운임반등이 없다면 통합을 통한 합리화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2월 3일에는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지수가 647포인트를 기록하였다. 이는 2008년의 금융위기 당시보다 낮은 것으로, 지수 산정이후 26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것이다. 최근 지수가 가장 높았던 2011년 10월 14일의 2,173과 비교하면 1/3이하로 하락한 셈이다. 이에따라 케이프사이즈선 용선료도 2011년 월 평균은 하루 2만 6,000 달러이었으나 1월 말 기준으로 6,000 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 노르웨이 선박브로커회사인 RS Platou사는 벌크선 물동량은 2011년 5% 증가하였으나 2012년에는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여 금년에도 침체국면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벌크선 업계의 수지가 올해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 부문의 경우는 유럽​​ 항로는 1만 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대량 준공에 의한 공급과잉으로 이미 2010년 가을 이후부터 운임이 크게 하락해왔다. 그 결과 이미 2011년 말 부터 세계 2위와 3위 업체인 MSC/CMA-CGM간의 연합, 그리고 ‘뉴월드 얼라이언스’의 3개사와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3개사 등 총 6개사가 초대형 선사네트워크인 G6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고, CKYH와 에버그린사가 제휴에 나서는 등 세계 정기선사들의 그룹 재편이 시작되었다. 맥쿼리사의 분석에 의하면 아시아-유럽항로의 운임 회복은 올 가을 이후 피크시즌이 되어야 가능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3월부터 운임인상을 예고하고 있지만, G6 등 새로 결성된 얼라이언스들은 운임인상보다 시장점유율 확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송과 물류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2012년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교역량 규모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해상운송부문의 수급불균형에 의한 운임하락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외형을 늘릴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중국 등 아시아의 수출 감소로 중국은 수출주도 경제에서 내수 소비 진작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결과 중국 및 아시아 역내 운송 및 물류서비스 기업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유럽의 경우 수입이 2011년에 8-9%나 증가하여, 해상운송기업 및 항만운영사들에게는 취급물량 면에서 기록적인 한 해이었었다. 그리고 영국의 CTS(Container Trade Statistics)사가 2011년 아시아발 유럽향 컨테이너 물동량을 전년 대비 3.3% 증가한 1,392만 TEU로 발표하였다. 지난해 이례적인 해운업계 불황과 미국․유럽의 경제 위기를 고려했을 때 유럽의 이러한 실적은 훌륭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실업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생산이 꾸준히 늘고,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Drewry사는 전년 대비 7.4%, 글로벌 인 사이트는 6.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약 7% 내외의 비교적 견조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별 물류서비스 제공업체들은 높은 자본비의 부담을 지고 있어 인수, 합병으로 그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간기업 뿐 만 아니라 국영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각 국들은 엄청난 예산절감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 도이치 포스트-DHL, DB 쉥커 및 Geodis 등 국영 물류기업도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 물류기업들도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이 커지고 있고, 해외 현지 화주들을 대상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수출입 규모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맞는 기업이 물류분야에서는 아직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어려운 때라 할지라도 외국기업과의 M&A 및 현지투자를 통해 글로벌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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