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인현 고려대 교수
치열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의 열기도 가라앉았고 제4기가 입학하게 되었다. 해운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 중의 하나는 금년 로스쿨 입시에서 해기사 출신들이 얼마나 입학하였는가 일 것이다. 금년 입시에서 부산대 로스쿨 2명, 전남대 로스쿨 1명 그리고 동아대 1명 총 4명의 해기사 출신들이 합격하였다. 고려대에도 지원이 있었지만 합격이 되지 않았다. 좋은 결과이다. 제1기에 부산대에 1명, 2기에서 부산대 3명 제주대에 1명 총 4명이 있었고, 제3기에는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이번 4기에서 4명이 합격하였다. 이렇게 되어 현재 로스쿨에 재학중인 해기사 출신들은 모두 9명이다(1기 졸업생포함)(한국해대 8명 목포해대 1명).

현행 사법시험체제하의 50여년 동안 한국해양대 해기사 출신 변호사가 4명 배출된 것에 비하면 이러한 숫자는 '해기사 출신 해상변호사 양산'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쿨제도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양대학 출신 해기사들에게는 변호사가 되기에 정말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해기사 출신들이 약진하는 이유는 대략 세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째, 해양대학교 해사대학 출신은 우수한 학생집단으로 평가받고 둘째, 졸업 후에 진출할 수 있는 전문분야가 있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하고 셋째, 도선사 협회에서 장학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각 로스쿨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으로서 각 로스쿨은 이러한 학생들을 선호한다.

이렇게 늘어난 입학생 숫자를 두고 본다면 이는 해운업계에서 오랫동안 바라던 염원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면의 뒷면에는 장차 이들의 변호사 시험합격여부와 취직여부에 대한 걱정이 도사리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여부는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도와줄 방법은 없다. 취직은 정말 심각한 형편이다. 기본적으로 1기들의 취업시장은 기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저조하다. 전체로 보아서 졸업생의 50%가 체 취직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상변호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취직상태는 어떠한가? 현재 해상변호사의 양성을 표방하는 학교는 고려대와 부산대가 대표적이다. 고려대는 해기사 출신들은 없지만 해운회사, 해양경찰 등 해운관련 유경험자가 있었고 또 필자를 포함하여 2명의 해상법 교수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해상관련 취업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5명 정도가 진정 해상변호사가 되길 원하여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그러나, 해운관련 분야에 2명이 취직자리(STX그룹과 법률사무소 호크마)를 잡았을 뿐이다. 이러한 저조한 실적은 아직도 사법연수원생들이 배출되고 있고 이들이 더 선호되기 때문이고, 해상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 업계의 수요 자체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업계에서 영국준거법 및 영국관할과 영국중재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하에서 약 40여명이 넘는 우리나라 해상변호사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자명한 것은 1년에 4~5명씩 배출되는 해기사 출신 해상변호사와 4~5명 정도 되는 일반 출신 해상변호사 희망자 등 약 10명을 해상변호사업계에서 모두 소화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해운기업, 해상보험, 조선회사 등에서 신입사원과 같이 로스쿨출신 변호사를 채용하여 기획 혹은 법무를 담당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선박관리업체 같은 곳에서도 해기사 출신 변호사를 채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사법연수원 출신과 동일한 실무실습을 갖추도록하는 것은 로스쿨과 변호사 협회와 선배 해상변호사들이 도와주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이제 해마다 해기사 출신들이 4~5명 그리고 해운경험자 출신 등이 4~5명 배출된다면 10명의 학생들을 위한 해상변호사 특별실무수습제도를 로스쿨, 변호사 및 관련 산업계가 합심하여 만들어 운영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변호사 시험을 치른 1월부터 시험 발표에 이르는 4월초까지 3개월간 특별 연수를 시켜주어서 직무능력을 키워준다면 해운회사 등에서도 부담없이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에 동반하여 법률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산업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세계 1위(조선) 세계 6위(해운)를 차지하는 실물경제의 법률수요를 모두 외국에 맡겨서 법률비용이 계속 해외로 유출되게 할 것인가? 우리 앞에 로스쿨 제도라는 좋은 제도가 만들어져 우리 업계가 키운 해기사들이 법률수요까지도 담당하기 위하여 목표를 세우고 로스쿨에 입학하고 또 졸업을 하게 된다.

해기사 출신들의 변호사가 양산된다는 것은 업계의 오랫 염원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특히 해기사 출신 변호사들이 많이 있는 영국과 미국의 해상로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웨뜨(선박충돌, 오염등) 사건에 있어서 우리 해기사출신 변호사들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부탁드린다. 모든 로스쿨 해기사출신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5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도선사협회에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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