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말 항만청, 항만공사 등 관계기관과 ‘항만배후단지 투자유치 간담회’를 개최해 항만배후단지 마케팅 전략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한-EU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계기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기업의 항만배후단지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내륙지역에 위치하던 물류시설이 조달과, 생산 판매의 국제화, 즉 글로벌 경제활동에 따라 기업의 공급사슬망과 물류시설들이 허브 항만의 항만배후단지에 집중, 통합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내륙지역에 소재하고 있던 화주들의 물류창고들이 항만 혹은 항만배후단지로 이동하고 또한 내륙물류단지들도 항만과 직접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로스 로빈슨(R. Robinson)교수는 여러 논문에서 항만배후단지 물류 통합화가 다른 업종간의 수직적 통합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대형 선사, 하역업체, 전문물류회사 등이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항만배후물류단지를 중심으로 다른 업종산업에 대한 수직통합까지 해나가고 있는 현상을 분석한 것이다.

각국의 항만당국도 항만 인근지역에 물류단지, 보세구역, 경제자유구역 등을 제공하면서 항만을 단순 하역기능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물류서비스 창출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즉 항만이 항만배후단지를 통해 운송중심에서 물류중심으로 발전하고, 화물의 집중, 환적, 보관, 배송, 배닝, 디배닝, 가공, 하역, 관리, 복합운송 및 정보처리 등 통합 제3자 물류제공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고부가가치 물류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1년부터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평택·당진항 등 주요 항만에 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항만배후단지 조성과 글로벌 기업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십 개 정도의 업체만이 운영하고 있는 등그 유치실적은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어 한-EU, 한-미 FTA 발효, 그리고 일본기업의 해외진출 가속화로 우리나라 항만배후단지에 대한 외국인투자 매력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항만배후단지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최대한의 부가가치 창출과 신규고용 창출로 연계될 수 있도록 마케팅전략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항만의 차별적 경쟁력을 부각하는 ‘항만별 맞춤형 마케팅’ 추진을 논의 하였다 한다. 부산항은 피더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조·유통기업의 아시아 물류센터를 유치하고, 또한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기업의 투자를 흡수하는 전략을 세우며, 광양항은 포스코·여수석유화학단지와의 연계로 집적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관련산업, 그리고 신선농산물 거점을 유치할 계획이다. 인천항은 수도권 배후, 공항근접성 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첨단 전자기기 글로벌 물류센터 유치 및 신규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평택당진항은 자동차항만의 특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자동차 클러스터로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케팅 추진방식도 전면 개편하여, 과거 불특정 물류․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동마케팅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개별마케팅으로 유치한 글로벌기업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항만배후단지를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

항만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난 2010년에 항만법을 개정하여 항만배후단지에 물류활동을 지원하는 업무시설, 교육연구시설, 판매시설 등이 입지할 수 있게 하였다. 항만배후단지의 복합물류기능이 더욱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글로벌 기업의 유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항만별 항만배후단지 마케팅 전략을 전면 개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우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유항, 보세항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자유항, 두바이 자유무역지대, 중국 보세항구 등이 항만 등 지정구역내의 모든 활동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여 다국적 기업을 유인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05년 상해 양산항을 최초의 보세항구로 지정한 이래 천진 동강항, 대련 대요만항 등을 보세항구로 비준하는 등, 보세항구를 국제적 환적․배송, 중계무역 및 수출가공을 담당하는 고도의 대외 개방 시범구역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보세항구는 국제이송, 국제배송, 국제구매, 국제중계무역 및 수출가공 등의 5대 기능을 갖추게 하고 있다.

당초 항만의 발달이 도시와 그 지역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컨테이너 운송이 시작되면서, 화물이 항만도시 보다는 내륙으로 이송되면서 전통적인 항만관련 일자리가 크게 줄게 되었다. 이제 다시 내륙보다는 항만배후단지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의 고부가가치 물류단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항만 배후부지를 제조와 비즈니스 등이 가능하도록 함을 물론, 국제물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게 환경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항만과 항만도시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항만배후단지는 비용이나 편리성 등 투자여건에서 중국 등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항만배후단지의 관리운영 제도인 경제자유구역은 제도적 유연성과 입주조건, 노동제도 등이 여전히 많은 장애요인을 안고 있다. 항만배후부지 마케팅 차원에서 한 발 더 나가, 항만도시를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항만 배후단지에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외화물의 입항 후 보세, 국내화물의 입항 후 세금환급, 구내 가공제품의 부가가치 면제, 구내 화물 유통의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면제, 통관절차의 편리화, 간소화 등 다국적 유치기업의 모든 활동에 대한 규제철폐가 추진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기업간, 항만간 형평성 같은 지엽적인 문제는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항만 배후단지 마케팅 전략에 이어 동북아 국제 물류시장에서의 위상 제고와 항만물류 활성화를 위한 한 단계 더 획기적인 정책추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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