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5월 31일은 17회를 맞는 '바다의 날'이다. 우리나라 바다를 지키고, 또한 바다를 통해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그리고 해양진출로 글로벌 한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진취적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리는 날로 기념하는 날이다. 또한 국민들이 바다를 다시 생각해 보고, 관련 산업의 국가경제에 공헌하고 있는 점 등을 알려 일반국민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바다와 관련된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의 날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다의 날’을 1996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운영하고 있다. 2008년 해양수산부 기능이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나누어지면서 ‘바다의 날’도 두 부처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에 대한 통합행정이 해체된 이후 ‘어민의 날’이 부활되어 따로 기념하는 등 바다의 날 행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는 듯하다.

일본도 ‘바다의 날’을 우리와 같이 1996년부터 국가 경축일로 기념하고 있으며, 특히 공휴일로 지내고 있다. 7월 3번째 월요일을 ‘바다의 날’로 기념하여 3연휴의 하루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해운이 전후 부흥, 경제 성장을 수송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였고, 해양산업, 선박, 선원의 중요성을 사회에게 알리기 위해 ‘바다의 날’을 공휴일로 기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연휴일의 하루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바다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1996년부터 기념하던 7월 20일을 바다의 날로 환원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1819년 5월 22일에 미국 사바나, 조지아에서 사바나 증기선이 최초로 대양 항해를 시작해 성공한 것을 기념해,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5월 22일에 이날을 ‘국가 해사기념일’(National Maritime Day)로 제정하였다. 이밖에 영국은 1992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지구회의에서 해양의 부흥 및 보호촉진을 위해 6월 8일을 해양의 날(Ocean Day)로 한 것을 받아들여 제정하였다. 중국은 2005년부터 1405년 명대의 무장 정화가 대 항해를 출발한 날을 기념하여 7월 11일을 ‘항해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선 1위, 원양어업 생산량 3위, 컨테이너 처리량 5위, 수출입 물동량 6위 등 세계 10위권의 국가 해양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변국간 해양관할권 분쟁, 동북아 물류허브 경쟁, 심해저 자원개발을 위한 치열한 기술경쟁 등의 대내외 여건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특히 올해는 해양을 주제로 개최되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다. 선진국 형 해양관광 시대를 열고, 우리나라를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의 날’을 기념하면서 최근 해운업계가 처한 유동성 위기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 누구도 그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외화 가득액은 2010년에 300억 달러를 돌파하여, 우리나라 서비스 총 수출액의 40% 내외를 차지하면서, 반도체, 핸드폰 등 주요 제조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서비스 산업이다. 그러나 이처럼 국부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해운산업의 당당한 모습은 간데없이 집단 부도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해운기업만 해도 삼선로직스, 티피씨코리아, 대우로지스틱스, 세림오션쉬핑, 봉신, 대한해운, 양해해운 등 10여개에 이른다.

금년 들어 상황은 더욱 어렵다. 1월~4월까지의 벌크선 운임지수(BDI) 평균은 900수준으로 작년 동기의 평균 1,355에 비해 33%나 하락하였다.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용선료가 하루 평균 6,862달러로 2011년 하루 평균 2만 6,000 달러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STX 팬오션은 2012년 1분기에 1억 39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2011년 1분기의 4,870만 달러 손실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하반기에 급격한 시황회복세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상당수 벌크 선사들이 유동성문제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컨테이너 선사의 경우도 2012년도 1분기 실적을 보면, 세계 1위인 머스크 라인이 6억 달러규모의 적자를 기록하였고, 현대상선 1억 7,400만 달러, 그리고 한진해운 1억 8,3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행이 컨테이너 선사들이 올 3월 이후 대폭적인 운임인상에 나섬에 따라 2분기 이후 실적은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하반기에도 운임이 유지될 것인지가 불확실한데다 벙커유가 등 비용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여전히 상황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우리나라에 ‘해운의 날’이 있었다. 1977년 제1회 기념식을 한 후 1995년 제19회까지 법정 기념일로 이어오다가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과 함께 ‘바다의 날’로 흡수되어 버린 기념일이다. 만약 기념일이 지속되었다면 금년 3월 13일이 36회째를 맞는 ‘해운의 날’ 이었을 것이다. 해운산업이 경제발전과정에서 필요불가결한 전략산업으로 인식한 것이고, 실제로 외화운임수입과 자국선 적취율 증강으로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당시 박대통령의 ‘해운의 날’ 기념휘호인 사해약진(四海躍進)의 바램처럼, 우리의 해운산업은 선박량 기준으로 세계 8위로 전 세계로 약진한 산업이 되었다.

중국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코스코와 차이나쉬핑 두 국영 해운회사에게 5년간 약 2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였고, 일본은 일본선박투자촉진㈜을 제정해 세계 선박금융시장 침체로 선박금융을 조달하기 어려운 해운회사에게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캠코 고유계정 자금도 금융위 벽에 막혀 국적선 매입을 할 수 없게 되어, 해운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해 주던 기능까지 막혀버리게 되었고, 유동성 공급을 위한 자산담보부 채권(P-CBO) 등의 도입도 검토했지만 정부 보증문제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외국에선 심각하게 해운산업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해운산업의 어려움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바다의 날’을 기념하면서 지금은 없어진 ‘해운의 날’이 생각나는 이유이다. ‘바다의 날’에 표창을 받는 것은 수고한 선원, 선사, 물류업체 임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것으로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해운산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한 점을 국민들에게 더욱 알려나가고, 세계적인 해운산업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과, 정치적 관심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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