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후 1993년부터 매년 열린 한중해운회담이 금년 가을 20주년을 맞게 되었다. 그동안 한중해운회담에서는 양국 간 컨테이너 항로 및 카페리항로의 개설 및 운영 관련 논의, 항로운영관련 제도개선 및 운항선박 선령 제한 등, 양국 선사의 취항항로와 선박투입 방향을 결정해왔다.

한․중 간 정기선 해운서비스는 양국 수교 이전인 1990년 9월부터 시작되었다. 2010년에 취항 20주년을 맞이한 바 있다. 한․중항로는 시장 진입에 제한을 두어 양국 정기선사들은 과당경쟁 없이 적정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선사들의 신규 진입 및 카페리선의 다양한 항로 개설과 투입 등 취항선사들이 늘어나고, 비동맹선사의 신규진입과 투입선박의 증가로 인해, 한․중 간 무역량 확대, 중국의 시장개방으로 인한 교역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중 간 해상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심화로 운임하락 등이 지속되고 있는 세계 컨테이너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중항로에서도 고유가, 운임하락 등이 지속되면서 선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부산-중국 간 20피트 컨테이너화물의 운임은 2011년 기준 90달러로 2009년 250달러 수준과 비교 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인천-중국 간 20피트 컨테이너화물 운임도 2011년 150~180달러로 2009년 300달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 2005년 제13차 한중해운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은 양국 간 컨테이너 항로를 2009년부터 완전 개방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2008년 제16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세계경제 침체와 해운업계의 위기를 감안해 한중간 컨테이너 항로개방을 잠정 유보했다. 2009년 이후 한중해운회담에서는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하면서 신규 컨테이너 선박 투입을 자제해 오고 있다.

정부는 한·중 해운회담 시 양측이 합의한 “양국 해운시장의 여건을 종합 고려해 점진적으로 개방원칙”을 계속 견지해 나가되, 아울러 항로 안정화 유지를 위해 원칙적으로 신규항로 개설 및 선박 추가투입 등을 최대한 억제하고, 향후 해상 수송수요 발생 시 이러한 기본원칙 하에 양국항만의 시설여건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항로를 관리·운영해 나갈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즉 한․중간 컨테이너항로 개방문제는 한․중 항로에서의 선사 간 과열 경쟁, 참여선사들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여 점진적 개방만을 정해놓은 상태이다.

특히 글로벌선사의 대형컨테이너선들이 한․중항로를 포함한 아시아 역내시장에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으며, 한․중일 3국간 항로, 그리고 동남아 항로와도 하나의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통합 되는 등 한․중항로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 실제로 양국 항만을 기항하는 원양선사가 공 컨테이너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로컬화물을 집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5년 8월 이스라엘 선사인 ZIM 라인 계열의 골드스타라인이 인천-중국-마닐라 간 신규서비스를 개설하였고, 홍콩선사가 인천-청도-홍콩-마닐라 항로에 취항한 이후 제3국 선사에 의한 한중항로 취항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머스크 라인이 2007년 2월부터 인천-광양-모지-상하이-인천을 잇는 한중일 컨테이너 신규 서비스를 개설한 바 있다. 현재는 머스크 라인, Zim-Line 이외 우리나라 원양선사 한진해운 STX-Pan Ocean, 현대상선은 물론, 외국의 Yang Ming, CMA-CGM, TS-Line, WAN HAI, RCL 등의 선사들이 아시아 역내 동남아 항로에 취항하면서 동시에 한중항로에 취항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내외 원양선사의 참여로 이미 한중항로는 항로개방 효과가 존재한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한중항로가 완전히 개방되면 일중항로와 마찬가지로 저비용 구조와 막대한 선복량을 무기로 한 중국선사의 독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하고 있다. 일중항로는 현재 중국선사가 장악한 상태로 일본선사의 시장점유율이 10% 내외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공정한 경쟁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중국 해운시장에서 우리나라 선사와 중국선사의 완전경쟁을 시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카페리선사와 컨테이너선사간 경쟁이다. 한중화객선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한중항로 최대 선적허용 650teu급 컨테이너선이 인천항에 기항 시 운송능력 기준 teu당 원가는 338달러이다. 따라서 컨테이너선의 인천-중국 간 적정운임은 teu당 약 400달러 수준이나, 시장운임은 그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화객선은 컨테이너선에 비해 운항원가, 자본비 등 원가에서 teu당 약 100-200달러 높아 경쟁 열위에 있기 때문에, 시장이 개방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 동안의 자체적인 자율관리에도 불구하고,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됐으며, 시장진입 규제가 수익성 확보 전략에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정 수익을 내고 있는 항로를 개방하여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계 해운질서에 맞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하면 항로관리체제가 그다지 오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방이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할 시급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한중일 FTA가 추진될 경우 역내 운송자유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 경우 근해 선사들은 유럽의 근해해운(Short Sea Shipping) 같이 내륙운송과 연계된 역내 해상고속도로(sea-motorway) 같은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한일항로에서 한진해운이 대형선박을 투입하면서도 근해선사들과 상생구조를 찾아냈는데, 한진해운은 환적화물 위주로 수송하고, 수출입화물에 대해 운임 불안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하는 한편, 근해선사들도 한진해운의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지원하는 등 원양선사와의 상생 구조에 합의하였다.

컨테이너선 서비스 시장에서 원양항로와 근해항로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영역 구분도 없어지고 있다. 결국 한중항로 선사들은 화주니즈에 부응하는 신규 운송서비스를 개발하고, 한중간 피더 서비스를 추가로 발굴해 내고, 원양서비스와의 연계운송 등, 시장의 파이를 키워내야만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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