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부산항이 세계 2위 컨테이너 환적물량 처리항만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신항에 2015년까지 피더 전용부두를 조성하고, 북항에는 부두운영사 대형화 유도하는 등 신항··북항 투트랙 정책이 추진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달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항 환적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부산항에서의 환적물량 증대추세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전망만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에서 나온 대책이다. 중국, 일본 등 경쟁항만 또한 공격적인 물량유치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다, 부산항은 북항과 신항의 분리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 하는 등 환적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소해야 할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원양선사의 기항빈도가 높은 신항에서 피더선으로의 환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올해 7월에 착공하는 2-5단계 부두의 건설과 연계하여 피더선사 전용부두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피더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앞으로는 새로이 신설되는 부두가 개장 초기에 환적화물을 집중적으로 유치함으로써 부두운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부두운영사 선정시 선사의 참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환적항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인 선사에 대해서 지급하는 볼륨인센티브도 개편했다. 부산항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선사가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지급방식도 항비감면에서 현금지급으로 변경했다. 북항-신항간 환적물량이송으로 인해 초래되는 육상․해상 셔틀비용 지원수준을 작년보다 상향조정하였으며, 특히, 북항과 신항을 모두 기항하는 선사가 이동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teu당 1만원을 지원키로 하여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부산항의 환적물동량은 1997년 100만 teu를 넘어선 이후 3년만인 2000년에 200만 teu를, 그리고 다시 3년만인 2003년에 400만 teu를 넘어섰다. 작년에는 7백만 teu를 돌파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적물량의 급속한 증가로 부산항은 작년 12월 세계에서 5번째로 컨테이너 1,500만 teu 처리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같은 기록적인 환적물량 증대는 ‘비용절감’과 ‘정시성’을 추구하는 글로벌선사의 전략적 선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선사의 부산항 환적이 늘어나는 이유는 첫째, 부산항이 간선항로에 위치하고 있어, 운항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가 지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부산항에서의 환적은 운항비용절감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고 있는 점, 그리고 둘째는 최첨단 하역장비와 효율적인 하역시스템으로 선박들의 환적을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 선박 운항의 정시성을 확보 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셋째는 중국․일본․동남아를 잇는 거미줄 같은 피더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환적의 용이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부산항 컨테이너 환적물동량은 그 규모는 크게 증가했지만, 부산항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 총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즉 부산항 총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환적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에 41.6%로 40%를 넘어선 이후 2011년에 45.8%를 기록하는 등 지난 10년간 41-45% 대에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견인에 환적물동량이 담당한 역할은 수출입화물 이 담당한 역할정도에 그치고 있다. 즉 2002년 부산항 컨테이너 총 물동량 935만 teu에서 2011년에 1,606만 teu로 671만 teu가 증가하였다. 이 증가량 중 환적 물동량은 325만 teu, 그리고 수출입물동량은 346만 teu로 거의 동일하게 증가했다. 즉 지난 10년간 환적물동량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을 견인한 것은 사실이나 수출입물동량이 늘어난 정도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항 환적 물동량 성장세는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항만 물동량이 증가해왔으나, 항만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부산, 광양항 등에서 환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중국도 항만시설을 확충에 역점을 두어 항만처리능력도 크게 증가하였고, 또한 초대형선 취항으로 세계 주요선사들 항로 재편시 중국 항만에 직기항 비율을 높이면서 부산항의 환적 물류기능이 점차 잠식당하고 있다.

특히 환적물동량은 수출입물동량과 달리 주된 고객 선사가 기항항만을 변경할 경우 쉽게 물동량이 감소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환적항만으로 성장하려는 부산항은 인근 항만에 비해 환적 경쟁력을 부단히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 중에서도 초대형선의 기항이 늘어나면서 정교하고, 저렴한 환적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향후 항만의 환적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항의 환적비율을 감안할 때 12,000-15,000 teu 선박 1회 입항시 약 2,000여개 이상의 환적 컨테이너가 발생된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중심항/중심항간 환적, 중심항/피더항간 환적을 위한 피더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인 경쟁요인이 되고 있다.

1만 teu이상 초대형선은 선가만 1억 달러 이상인 고가 선박이다. 이러한 선박은 값비싼 하역시스템이 장착되어있는 대형 항만에서 서비스 받아야 재항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반면에 200 teu-1,500 teu급 중소형 피더선은 접안 및 하역비용, 그리고 보관비용이 저렴한 항만에 기항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따라서 초대형선이 기항할 수 있는 부산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환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하며, 그 핵심은 이들 소형 피더선박들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환적항의 개발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부산 신항에 피더 전용부두를 조성하겠다는 정책은 피더 네트워크 구축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많은 피더선들이 부산 재래부두에서 환적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으며, 부두 보관 장소가 없어 ODCY(off-dock CY)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이들 피더선들이 부산항에 더욱 많이 운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더선 전용 안벽과 하역장비, 그리고 전용 컨테이너 야드가 공급되어야 하며, 특히 하역 및 보관료를 크게 낮추어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항에 신설되는 환적항의 개발은 민자사업 방식보다 정부재정에 의해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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