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7월 중순 부산 BEXCO에서 제4차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가 개최되었다. 3개국 교통장관 및 많은 정부관료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3국간 교통물류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성명서 및 12개 실천과제 채택되었다. 3국은 지난 2010년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제3차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 이후 많은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은 현재 한국과 중국에서만 시행중인데 일본까지 확대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즉 한일 간에 올 하반기에 피견인 트레일러(샤시) 상호주행 시범사업을 위한 합의에 이르러, 샤시(chassis) 상호주행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이다. 시범사업은 피견인 트레일러를 이용하여 한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로 부터 자동차 부품을 순회・수집하여 일본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수송사업이다.

이로써 한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생산한 자동차 부품을 샤시에 실어 화물선으로 일본으로 나른 뒤 다시 그 샤시를 하역해 일본측 트랙터로 끌어 일본 자동차 회사까지 운송하는 수출 방식이 가능해져 물류비용과 시간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샤시가 양국 사이를 오가는 게 불가능한 지금은 트레일러에 실린 화물을 크레인을 이용해 우리 항구에 정박된 배에 선적한 후 다시 일본 항구에서 크레인으로 일본측 트레일러에 내려 운송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나 현재 지난해부터 일본의 샤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의 우리나라 샤시 사용을 올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개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 샤시의 일본 국내로 운송은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를 거쳐 우리 자동차 부품을 닛산 자동차 등으로 수송한다. 이미 일본의 샤시는 2011년 9월부터 자동차 부품 수송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우리나라의 샤시가 사용되면 양국에서 샤시가 서로 사용되는 것이 된다. 상호통행 때에는 한일 양국의 샤시 모두 상대국의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운송 사업자도 제한되어, 일본의 운송사업자는 일본통운, 한국은 천일 정기화물 자동차가 실시하게 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샤시상호 주행조치로 많은 편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하역 단가가 우리에 비해 높을 뿐 만 아니라, 부산항 배후지를 물류거점으로 하는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초 부산항 신항 웅동 배후단지에 입주할 글로벌 물류기업 11개 업체가 선정되었는데, 이중 일본기업이 100% 투자한 미쓰이소꼬코리아(주)가 포함되어 있다. 세금 감면, 저렴한 임대료 등 자유무역지역인 부산신항 배후단지를 물류거점으로 하여, 하역비, 포장비, 배송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온-샤시(on-chassis) 화물을 일본으로 직접 배송하는 사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미 한중 간 상호주행 중인 피견인 트레일러는 상호주행의 범위를 현재의 산동성 이외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트랙터까지 상호주행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현재 2010년부터 인천항-위해항 간 상호주행을 시작하여 2012년 6월말 현재 한국 3개항(인천, 평택, 군산)과 중국 6개항(위해, 청도, 일조, 용안, 석도, 연태) 간 259대의 피견인 트레일러가 상호 주행 중에 있다. 한중간 피견인 트레일러 상호주행으로 상하차 단계 축소를 통해 화물운송 시간이 4시간 단축되며, 20피트 컨테이너 당 50달러의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

그리고 한·중·일 3국은 일회용 팔레트 사용으로 낭비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재활용 팔레트 관세 면제와 통관절차에 관한 공동연구와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향후 본 사업이 본격 시행되어 현재 0.8% 수준인 3국간 재활용 팔레트 사용률이 30%만 높아져도 연간 4,624억원의 물류비 절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역을 편리하게 위한 받침장치인 팔레트는 통상 수출 상품과 함께 이동하나, 수입국에서 화물이 하역되고 남은 팔레트를 수출국으로 재반입하려는 경우 관세가 부과되므로 수출업체는 1회용 팔레트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는 우리의 제안으로 지난 2006년 서울에서 최초로 열렸으며, 2차는 2008년 일본, 3차는 2010년 중국이 개최한 후, 이번 4차 회의는 다시 우리가 주최하였다. 2006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서는 3국간 물류정보 네트워크 구축, 효율적이고 환경부하가 적은 물류체계 구축 등 동북아 물류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12개 실천과제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2008년 5월 일본 오카야마에서 개최된 제2차 회의는 막힘없는 물류체계 실현, 환경친화적 물류 구축, 물류보안과 물류효율화의 조화라는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의 3대 목표를 설정하고, 논의 의제도 해상운송 중심에서 도로, 철도, 항공 등 물류 전 분야로 확대하였다.

2010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3차 회의부터는 육상・해상 복합운송 시범사업과 RFID를 활용한 화물위치 추적시스템 시범사업 등 실질적인 공동 협력사업을 발굴, 실천해 오고 있다. 2년 후 일본에서 열리는 ‘제5차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 된 물류장비 표준화, 막힘없는 물류체계 구축, 물류정보에 대한 공유를 심화하고, 녹색물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협의 할 것이라 하고 있다.

한·중·일 삼국이 세계 물류의 20%를 전담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음에 비추어, 한·중·일간의 물류흐름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이들 국가의 국제경쟁력 향상과도 직결되는 인프라 경쟁력인 것이다. 이번 합의로 한·중·일간에는 샤시 상호통행이라는 막힘없는 물류의 첫 가시적 성과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한·중·일간에는 샤시 상호통행제도를 본격 시행하기 전까지 우리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품목, 방법 및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삼국간 Ro-Ro 화물을 유형별 실적을 관리, DB화하는 기초작업에서부터, 시범사업 후 사업 본격화 시점에서 취해야 할 상호주의 원칙 및 개방수준 등에 대한 정책적 준비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한·중·일간 운송을 주도할 수 있는 물류기업의 대형화에도 정부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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