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국토해양부는 7-8월에 걸쳐 물류기업 및 화주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녹색물류운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의 녹색물류와 녹색물류정책에 대한 인식현황 및 대응수준, 기업의 녹색물류 활동현황 등 녹색물류 운영실태 전반을 조사하게 된다. 조사는 물류기업 268개사와 화주기업 337개사 등 총 6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에도 같은 조사를 하였으나 대부분의 녹색물류사업 초기단계에 있는데다, 기업의 실제 온실가스 감축활동 조사에 치중하였기 때문에 답변의 충실도가 낮았으며, 온실가스 관리현황 작성을 위한 운송수단별 화물차 주행거리, 에너지사용량 등에 대한 기초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답변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이러한 점을 대폭 보완하여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의 운송부문은 1980년부터 2006년까지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8.0%로 나타나, 일본의 1.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육상수송의 분담률이 1981년 59.5%에서 2007년 76.9%로 의존도가 대폭 늘어난 반면, 저소비 수단인 철도수송의 분담률은 줄어든데 기인한다. 에너지 소비 증가에 따라 물류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격히 증가하였다. 1990-2005년 동안 물류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OECD 국가평균은 1.30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는 2.50으로 조사되어 OECD 평균의 약 2배에 달하고 있다. 현대경영연구원의 한 조사결과이다.

물류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이 같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수송기기와 수송체제가 에너지 사용에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 1톤 당 화물수송량이 2006년 기준으로 일본의 52.1톤에 비해 1/4배에 불과한 12.9톤으로 나타나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육상수송수단의 경우 에너지 소비 1톤당 화물수송량이 11.5톤으로 일본의 69.6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철도수송의 경우, 일본과 비교해보면, 에너지 소비 1톤당 화물수송량은 우리나라가 42.6톤으로 일본보다 두 배에 달하는 것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친환경적인 철도운송의 에너지 사용은 효율적이라는 얘기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육상수송기기의 개발과 육상수송체제의 개편 뿐 만 아니라, 철도수송수단의 분담률을 높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7년 기준으로 6억 2000만 톤이며, 이중 수송부문은 1억 톤을 배출하여 에너지 산업, 제조업 및 건설업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물류 활동에 의한 배출량은 전체의 약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물류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은 도로화물수송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는데, 2010년 기준으로 3,868만톤으로 전체 4,430만톤의 87%를 차지하였다. 도로 의존적 수송체계를 전환하기 위하여 우리는 녹색물류체계로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녹색 물류란 본래 자연의 유지 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원재료 생산에서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사용 후 재활용, 재사용,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며, 환경유해 요소와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는 여러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해 녹색물류의 ‘녹색(green)’이란 용어는 학술적이라기 보다는 별칭으로 불리는 대중적인 용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적 용어는 ‘지속가능’(sustainable)이라 할 수 있다.

기업물류적 관점에서 녹색물류는 환경 친화적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들 수 있으며, 친환경 수·배송, 보관, 포장의 표준화와 감량화 확대, 공동물류 및 물류 표준화의 확대를 포함하는 물류기능의 친환경화, 소비단계 이후 폐기물에 대해 생산자가 책임을 지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소비자의 환경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는 추세이며, 미국 소비자의 약 70%, 유럽은 약 80%가 환경친화적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환경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규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기업은 환경친화의 개념을 도입하여 대외 무역에서 환경 장벽을 극복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공급사슬관리(Green Supply Chain Management)가 기업의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공급사슬에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물류업체, 재생업체, 폐기물 처리업체 등 다양한 경제활동 주체들이 참여하면서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친환경 공급사슬관리(GSCM)는 기존의 공급사슬관리에 친환경적인 요소가 추가되어 전체 공급사슬의 프로세스, 조직,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혁신활동인 것이다.

최근 일본선사 NYK는 온실가스(GHG)의 국제적 산정기준(GHG프로토콜)에 의해 자사 사업에 의한 직접 배출량(scope 1)과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량(scope 2), 그리고 관련 공급망에서의 배출량(scope 3)의 산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제3의 기관으로 부터 인증받은 보증서를 취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scope 3이 포함된 보증서 취득은 해운업계에서는 첫 사례이다. 이회사의 2011년 기준으로 벙커 소비 등에 유래하는 scope 1의 배출이 약 2,000만톤, scope 2가 5만 7,000톤. 그리고 scope 3으로 분류되는 배출량이 약 2,300만톤이었다. scope 3의 배출량은 벙커 정제시 배출(45%)과 선박 건조시 배출(52%)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선박의 직접 배출량 감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망까지 거슬러 올라가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의 녹색물류 추진 장애요인, 녹색물류 정책니즈를 파악해 기업이 녹색물류운영을 강화 할 수 있는 실제적인 지원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입장에서도 자재조달, 가공, 보관, 포장, 배송, 판매 및 유통 등 모든 단계의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물질 발생, 에너지 사용 등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급사슬관리라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제고 할 수 있도록 자사의 공급체인 전반을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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