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물류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물류비와 씨름하고 머리를 짜내는 사람, 명절 때 쉬지도 못하고 배송하는 사람들, 여름 내 더운 창고 내에서 작업하는 사람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류활동을 하는 젊은이들, 이들 모두는 물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화물을 적기에, 적소에 운송하고, 보관하기 위해, 힘든 일을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결제하는 세상이 되면서 실물보관, 운송이 남겨지게 된다. 글로벌 조달, 생산, 판매의 기업환경으로 변화하면서 물류경쟁력이 곧 기업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물류산업이 고용없는 성장, 즉 첨단산업화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고용창출의 마지막 보루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일반 국민들도 물류산업이 우리경제의 고용창출에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잇는 듯하나, 정작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나 정치를 보면 물류산업에 대한 고용 정책적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9대 총선에서 많은 입후보자들이 물류관련 공약 및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 대부분 공약은 지역 사회 발전과 기여를 위한 유통·물류센터 유치에 한정되었고, 범국가적 물류정책은 그나마 새누리당이 ‘해운업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와 ‘중소물류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자금 마련을 통한 중소물류기업용 정책자금 융자사업’ 추진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 모두 물류산업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하는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물류산업을 고용창출 산업으로 인정하고, 그에 걸 맞는 정책 공약을 제시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년 말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자 진영마다 정책공약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 물류산업이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면을 국민들이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물류에 대한 포지셔닝(positioning)을 고용으로 매겨나가는 정책공약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물류산업은 생산ㆍ유통ㆍ소비 등 다양한 관련 업종과 연계하여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이다. 영국 해운․항만산업 연합단체인 Maritime UK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해운․항만 산업 규모는 440억 달러이고, 직접적 효과만을 고려할 경우, 고용창출은 22만 7,000명, 간접적 효과를 포함할 경우, 53만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해운항만 등 물류산업이 영국 경제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 기준으로 물류산업 매출액은 75조원에 달하며, 종사자수도 약 55만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 경제성장률이 3~4%에 그치고 있는 반면 물류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연간 9%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매출액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가 전산업 평균이 13.9명인데 반해 물류는 15.8명~19.2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물류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부산항신항 항만배후단지 물류기업들의 경우 단순 물류사업을 수행하는 다른 물류기업들에 비해 약 5~10배에 가까운 고용파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물류산업의 이러한 고용도 외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인천 아암물류단지는 100만 평방미터 규모인데 1,014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은 40만 평방미터 물류단지에 1,7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같은 규모의 단지에서 고용하는 인력이 우리의 4배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연간 20피트짜리 컨테이너 700만개를 처리하는 암스테르담이 1천 200만개 이상을 처리하는 부산항보다 고부가가치 물류활동이 월등하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류단지에서 우리보다 훨씬 많은 고부가가치 활동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고용도 많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물류단지나 물류창고가 대부분 단순하게 수출입 상품을 임시 저장하는 곳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이들 외국에서는 고용을 많이 유발하는 고 부가가치 물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이다.
되돌아보면, 2006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8개 국책연구원장들이 집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 보고서가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것이 고용 중심적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훈련, 인재양성 등 여러 가지 고용성장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작 고용 중심적 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국정 우선순위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 듯하다.

고용 중심적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수행자들의 평가지표에서 고용창출 실적을 가장 우선순위에, 그리고 평가에 많은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부처에 대한 감사원의 평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원, 행정안전부의 평가시, 어느 부처가, 어느 지자체가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했는지를 추계하여 이를 행정의 최고 실적, 덕목으로 삼기를 제안한다. 이렇게 될 경우 비로소 고용 중심적 정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신규 고용창출을 사소한 규모라 할지라도 정부부처, 지자체의 주요 업적으로 보도하고, 장관, 도지사, 군수의 실적으로 비교하여 평가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아마도 국토해양부를 포함한 여러 부처 장관들은 앞 다투어 일자리 창출 및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를 발표할 것이고, 도지사, 군수 등 선출직 지자체 장들은 임기 중 추가되는 고용숫자를 늘리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기업유치 활동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을 받은 젊은 인재는 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 경제가 과거 같이 고용으로 흡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고용창출을 유지해 나가지 못하면 소득분배의 양극화 및 청년실업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급기야는 최근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소외된 젊은이들의 ‘묻지마 칼부림’이란 사회병폐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류, 또 다른 고용창출산업’, 언뜻 광고 카피 같은 이 말은 물류산업을 고용창출의 최후 보루산업으로 인식하자는, 물류에 대한 새로운 포지셔닝으로 사용함직한 말이다. 그러나 물류단지가 고부가가치 단지가 되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게 하기 위해서는 물류단지를 관할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 뛰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고용을 행정의 최고 실적지표가 되도록 하는 국정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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