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학소 원장

▲ 김학소 KMI 원장
21세기를 들어서면서 전 지구적인 온실효과는 점차 우리 삶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시작된 온실가스 배출의 급증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감소와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은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특히 지구 온난화는 북극해의 해빙을 촉진하여 기후변화, 다발성 자연재해, 식량고갈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북극항로의 이용을 가능하게 만들어 현지 자원 개발 및 상업항로의 촉진을 가져오는 새로운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몇 년간 북극의 해빙기간은 지속적으로 늘어왔고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수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07년 북동항로(NSR)의 선박 통과횟수가 4회였으나 2011년에는 41회로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만약 북극해 항로가 완전히 상용화 된다면 동아시아-북유럽 간 해상교역에서 기존 항로인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여 약 5,000해리 정도, 시간상으로 10일 정도의 시간이 줄어들어 물류비용측면에서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최근 북극해 해빙이 가속화되어 2012년 9월 기준으로 사상최대의 빙하면적 감소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북극해 항로 상용화 시점이 더욱 앞당겨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아 3국인 우리나라, 중국, 일본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북극해 상용화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면에서 북극해 항로의 개발은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물류 허브의 위치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더욱이 북극해 항로가 개발된다면 물류에서의 경제적 효과 이외에도 북극해 지역의 싸고 풍부한 천연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북극해 항로 상용화에 있어 지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러시아는 최근 경향에 발맞춰 북극해지역과 동시베리아 지역 경제와 천연자원 개발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세계화, FTA, 국제분업 심화는 해운 산업의 성장과 함께 북극해 항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입니다.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처럼 북극해와 인접하지 못한 지역 국가들의 북극해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북극해 항로 상용화에 있어서 어떤 문제점과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본 고에서는 북극해 항로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 및 정책 방향과 함께 한국 경제의 관점에서 북극해 항로의 효율적 이용과 이를 위한 우리나라의 새로운 항만정책을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합니다.

우선 북극해 항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운 환경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 및 기술의 도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첫째, 북극해 항로 상용화를 위하여 단계적으로 필요한 의제를 도출하고 문제점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점운항(Destination-Arctic Shipping), 통과운항(Intra-Arctic Shipping), 역내운항(Transit-Arctic Shipping)의 순차적인 상업화가 요구됩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북극해 지역 천연자원 수송에 기반을 둔 기점운항이 활성화되어 러시아 연안과 소비자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 단계가 어느 정도 발전된다면 연속적으로 통과운항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북극해 연안지역의 러시아 항만들이 발전한다면 통과운항 역시 빠르게 활성화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역내운항 활성화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과정들이 부드럽게 진행된다면 동아시아와 유럽 간 역내운항은 빠른 시간 내에 정착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극해 항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모여 역내운항, 기점운항, 통과운항의 순차적인 상업화가 진행될 것이고 이를 위한 우리나라의 진출 전략이 필요합니다.

둘째, 기후·날씨·지형 등 예측 불가능한 비경제적 상황을 극복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운과 선박에서의 기술적인 노력이 더욱 요구됩니다. 특히, 선박 운영 시 발생하는 대기와 수질 오염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면에서 LNG 선박과 같이 친환경 기술을 대거 도입해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쇄빙선 사용에 대한 대안으로 2~3대의 선박이 동일 항로를 동일 시간에 통과하는 Block-Shipping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환경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선박 운항 및 관리 비용을 줄이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됩니다.

셋째, 북극해 항로의 경제 타당성 확보를 위하여 동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수출입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 양 지역 간의 수출입이 불균형하다면 선박 운항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여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와 덧붙여 러시아의 해안 항로를 통과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쇄빙선 사용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합니다. 해운 비용은 극동러시아 지역에 있는 연계 항만의 개발로 점차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북극해 항로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거버넌스의 확립은 북극해 항로에 있어 통관 비용, 항로 이용 비용, 미-러 간 베링해 문제, 각 종 환경 문제 등 중요한 이슈들에 대하여 관련 국가들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이끌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미 한중일과 러시아 간의 복합운송 체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 냈으며 이는 동북아 지역의 화물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진전은 해운, 항만운영 및 지역개발에 대한 협력체계로 나아가는 데 시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 언급한 것처럼 북극항로의 상용화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국부창출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존 수에즈 항로 대비 단축되는 운항거리 및 운송비용 감축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북극항로 이용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북극해 항로의 활성화는 북극해 심해지역과 극동러시아 지역의 천연자원 개발을 활성화 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양 석유 및 가스의 생산량은 2009년 2,223Mtoe에서 2020년에 2,992Mtoe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일반선박에 비해 4.9배의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쇄빙선과 내빙선의 수요도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해양플랜트와 항만건설, 해운업, 보험·금융업, 정보통신업, 관광업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의 연쇄발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항만들의 선도적이고 전략적인 준비할 필요할 것입니다.

첫째, 부산항·광양항의 인프라 시설을 정비해야 합니다. 북극항로의 활성화는 우리나라 항만의 아시아 허브항만 기능을 강화할 기회입니다. 수에즈 운하의 적체로 인하여 아시아-유럽 간 물류축은 서서히 북극해로 이동할 것입니다. 따라서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전이될 환적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을 구축해야 할 것이며, 특히 초기에 활성화가 될 기점항로의 주요 이용화물인 에너지 및 광물자원을 처리하기 위한 다목적 및 전용부두의 건설이 동해안 및 남해안 일대 주요 항만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부산항·광양항 등 거점항 주변 항만배후단지에 선용품 유통센터 등 부가가치 창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이 늘어나고 물동량이 늘어나면 항만배후단지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더욱 요구될 것입니다. 이를 위한 배후단지 확보와 자유무역지역 지정, 국제선용품 유통센터 건립 및 유치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친환경 선박의 운항을 지원하는 거점 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현재 선박운항에 사용되고 있는 벙커 C유는 탄소배출과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점차적으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의 이용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북극해는 IMO규정에 의거 환경규제가 매우 엄격하게 되어 있으며 그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벙커 C유를 이용하는 선박은 해당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LNG와 같은 청정연료를 활용하는 선박들이 이용하는 항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항만들이 이런 선박들의 급유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LNG 중계급유기지와 같은 급유허브시설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북극 해양관광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득이 올라감에 따라 극동러시아와 사할린, 베링해, 북극해, 그린란드 등에 대한 체험형 해양관광 수요는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부산-제주도-속초 등 국내 해양관광 거점에 해양크루즈관광시설을 확충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하계 북극 체험 관광, 동계 동남아 여가형 해양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산자원개발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극해는 천연자원뿐아니라 수산자원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부산의 감천항 등 원양수산거점을 기반으로 북극 연계 글로벌 수산물가공복합단지를 개발하고 극동러시아 주요 거점에 국내 기업주도의 수산물가공복합단지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극해는 인류 전체의 자원이자 보물입니다. 또한 동아시아와 유럽의 무역에 있어 새로운 경제적 열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회의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기회를 우리나라의 발전의 한 축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관계 속에서 북극해 항로의 상용화를 차분하게 준비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항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도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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