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세 절감으로 해운빌딩 매입은 오해> 

해운빌딩, 한국해운산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얼마 전에 이헌승 국회의원(새누리당, 부산진을)은 국토해양부의 해운정책을 ‘無관리, 無투자, 無관심, 無의지’ 등으로 요약되는 4無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일견 구구절절 옳은 얘기가 아닌가 싶지만, 첫 번째로 지적한 한국선주협회의 빌딩 매입 건은 상당한 오해가 있기 때문에 해명하고 분명히 밝혀둬야 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토해양부도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선주협회가 해운빌딩 건립을 위해 해운기금을 조성한 것은 회원사간에 자발적으로 한 것이며 톤세제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을 했지만, 왜 이러한 사단이 벌어졌는가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어물어물 넘어갈 사안이 절대로 아니다.

이헌승 국회의원의 주장은 한국선주협회가 톤세제도로 절감된 세액으로 조성된 해운기금을 이 어려운 시기에 해운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빌딩 매입에 사용함으로써 선주협회의 배만 불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왜 해운업계가 ‘해운빌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동안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서 ‘해운빌딩’을 건립하기로 의견을 모았었는지를 잘 모르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외항선사들과 심지어 해운정책 당국자까지도 톤세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절세 효과를 본 국적 외항선사들이 조성한 ‘해운기금’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 빌딩 구입에 쓰여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역시 ‘해운빌딩’ 건립이 아주 오래전부터(1990년대 중반 이후) 외항선사들의 숙원 사업이었으며 역대 선주협회 회장들이 한결같이 추진해왔던 일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해운빌딩 건립은 故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선주협회 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내걸었던 공약사항 중의 하나였다. 그 후 장두찬 회장을 지나 이진방 회장이 선주협회 회장이 되면서 다시 해운빌딩 건립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되었다. 결국 지난 2007년 6월에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에서 국적선사들은 해운빌딩 건립을 위해 400억원정도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이 때 회원사별 모금 방법을 톤세 적용 선사는 톤세 기준으로, 톤세 비적용 선사는 회비 기준으로 모금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이 때문에 톤세 절감으로 조성된 것이 해운기금이라는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사실 톤세 절감 등으로 많은 이득을 봤으므로 ‘뭔가 사회적인 공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국토해양부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일부 정책당국자들은 외항선사들이 해운기금을 모았을 때 “그것은 톤세 절감으로 모아진 기금이므로 정부가 공헌 바도 있으니, 정부의 관련 재단(해양문화재단) 등에 기금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선주협회가 자체적으로 해운기금을 사용하는데 반대했다. 이들은 물론 선주협회가 해운기금으로 해운빌딩을 건립하는데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우리는 본란을 통해서도 국토해양부가 외항해운선사들에게 ‘사회적 공헌’을 강요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을 하기도 했었다.

현재 외항해운업계가 어려운 형편이지만,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의 해운대국 대한민국에 상징성을 띄는 ‘해운빌딩’ 하나 없다는 것은 그만큼 후진적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해운빌딩은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기금이 조성된 해운기금으로 마련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해운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 되어야만 한다. 해운클러스터가 이 건물에 집적이 돼야 하고 여기에 해운관련 연구기관이나 언론관계 단체, 해운거래소 등이 함께 들어가서 명실상부한 해운업계의 빌딩이 돼야만 한다. 해양사상을 전파하고 해운산업을 홍보하는 메카로서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운업계 여론과 정보의 총집합체 구실도 해야 한다.

마침 선주협회가 이번주에 여의도의 한 건물을 315억원 정도에 매입하여 조만간 이주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운기금으로 205억원 정도가 조성돼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무실 매각대금과 관련단체인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 P&I) 등의 협력을 받으면 충분히 매입이 가능한 상태이다. 해운빌딩 구입자금을 용도에 맞게 쓰는데 토를 달 일은 아니다.

아마도 선주협회가 해운빌딩을 구입하더라도 현재 세 들어있는 입주자들을 한꺼번에 나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장에 해운관련기업이나 관련 헙회 단체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래의 취지대로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해운관련 기업이나 단체’가 입주하도록 유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빌딩의 이름도 당초부터 불리던 대로 ‘해운빌딩’ 혹은 ‘해운센터빌딩’ 등으로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해운 전체의 발전을 리드해 나가는 상징성을 가지려면 이름 역시 보다 포괄적인 이름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해운빌딩이 진정한 한국해운산업의 메카가 되도록 하는데 외항해운업계는 물론이고 정부 당국까지도 협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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