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해운시황도 어렵다는데...>

 공적기관들 ‘好況 대비책’ 서둘러 마련해야

 과연 언제쯤에나 해운시황이 회복이 될 것인가? 폐허로 변한 것 같은 해운업계의 엄동설한은 언제나 끝이 날지, 그저 막막하기만 요즈음이다. 한낮의 뙤약볕이 그리운 처지이지만, 먼동이 트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먼 깜깜한 한 밤중인 것 같다.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도와줄 원군은 아무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 그 게 요즈음 우리 해운업계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고, 그저 어렵고 힘든 苦境을 오로지 스스로 인내하며 버티어내야만 한다.

컨테이너부문은 그래도 조금 형편이 나아 보인다. 지난 11월 1일 은행연합회 회의실에서 열린 KMI 세계해운전망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자로 나선 대형 국적선사 해운조사팀장들은 “내년 컨테이너선 시황은 수급 상황만 놓고 볼 때는 올해와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만, 선사들의 시황회복 노력이 배가될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드라이벌크선 부문은 내년에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예의 KMI 시황전망 세미나에서 벌크부문에 대한 시황전망을 한 연구원은 “2013년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가 920P에서 1100P사이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2012년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후반에 발표를 한 중국 상해해사대학의 교수도 “중국의 해운기업가들 중 65%가 2014년말에서 2016년말 사이에 해운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해운경기의 회복이 상당기간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최대선사 NYK조사실은 지난 11월 1일 발표된 시황 분석 자료를 통해 “2014년에 선복 수급 사정이 개선되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부터 드라이 벌크시황이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NYK조사실은 그러나 액체화물인 탱커의 경우는 드라이 벌크보다 시황 회복이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소위 드라이 벌크선을 위주로 하는 원양선사들의 앞날은 더욱 험난하기만 할 것 같다. 정부나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누적된 부채 때문에 은행사이드로부터 해운업 퇴출 압박을 받을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이 뻔하다. 이미 많은 벌크선사들이 운항선박을 빼앗기고 정리에 들어간 상태이며 근근 견디는 선사들 가운데 많은 수가 사실상 은행관리 하에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당국이나 협회 단체, 금융기관 등의 지원은 전혀 받을 수 없고(사실은 누구 하나 지원을 고려해보지도 않았고) 극심한 불황으로 배를 세워놓고 있어야 할 판에 빚독촉만 받고 있으니 이건 아수라가 따로 업다. 그렇다고 무슨 뽀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구책은 더더구나 마련할 수 없는 딱한 사정이다.

우리가 이 상황이 더욱 안 좋다고 보는 것은 쓰러지고 엎어져서라도 후일을 기약할 수 있어야 하는데, 희망의 움을 틔우기에는 너무나 선사들이 큰 內傷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다가오고 있는 시황 회복기 내지는 호황기에 대비를 해야 하는데, 당장에 숨 쉬기조차 곤란한 선사들에게는 무리한 주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해운시황이 극도의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회복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엄습으로 한순간에 해운불황이 찾아들었듯이 해운시황의 호황 반전도 우리가 생각지도 않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운시황의 조기 회복설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말이 아니라도 “계곡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평범한 진리가 곧 실현될 것이고 보는 것이다.

이 해운의 엄동설한 속에서 우리는 “해운 호황기에 대비하자”고 강력히 주장한다. 원래로 불황 때는 호황을 대비해야 하고 호황 때는 불황을 대비해야만 한다. 有備無患의 정신은 우리 해운업계에도 언제나 꼭 필요한 정신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당국을 포함한 공적기관들이야말로 이제 ‘해운 호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이다. 얘기할 것도 없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선사들에게 호황 대비책 운운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고 맞지도 않는다. 원래 호황 대비책은 해운을 진흥시키고 장려해야 할 공적인 기관에서 마련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얘기다.

현재 갑자기 해운시황이 회복된다고 했을 때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선사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사들, 특히 상당수의 벌크선사들은 영업기반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호황의 메리트를 향유할 수가 없는 처지이다.

그러므로 당국을 포함한 공적인 기관들은 이제 국적선사들이 영업기반을 튼튼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영업기반을 다시 곧추세우려면 무엇보다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 다음은 필요시 운전자금도 지원이 돼야 한다. 공적인 기관들, 특히 금융기관들은 선사들이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고, 대신 선사들은 향후 호황기의 영업이익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호황기에는 선박의 추가 매입을 부추기고 불황기에는 가지고 있는 선박마저 회수해 가는 ‘不協和 딜’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이다. 공적기관들이 ‘호황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할 때 好況은 빨리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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