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장기수송 계약 입찰 앞둔 논란>

상행협력(相生協力)이라는 말만큼 좋은 것도 없다.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서로 서로 윈윈하여 공동 번영하자는 것이니, 이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우리 무역-해운-조선업계도 이러한 상생협력을 잘 이뤄나간다면 이 대한민국의 발전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상생협력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야권 단일화에서 대선후보가 서로 삐걱대듯 무역-해운-조선은 서로 부딪히며 외국세력과 뒤엉키어 경쟁 속에서 어렵게 틀을 잡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한나라에서 몸을 맞대고 살아도 상생협력 보다는 질시와 외면이 더 많았던 지난날이 아니었나 싶다.

상생협력이 잘 안된 예는 도처에 많이도 있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MB정부 들어오면서 해양수산부가 깨진 이유도 ‘해양과 수산이 상생협력의 길로 나가지 못하고 서로 미워하고 싸움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가 들어서 ’신해양수산부‘가 되더라도 해양과 수산이 화합하지 못한다면 새로 해양수산부를 만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연관성이 있는 산업계간의 협력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놓고 보면 최근 한국전력 자회사들의 유연탄 장기운송 계약을 위한 공동 입찰을 앞두고 떠도는 소문은 참으로 한심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진위여부를 가려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국가의 전략물자인 대량화물 수송 입찰에 일부 국적선사가 앞장서서 외국선사를 파트너로 골라서 뛰어들겠다는 발상이 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통탄할 일이다. 도대체 일본이라면 치를 떠는 우리 국민들을 앞에 두고, 그것도 국가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선거를 앞에 두고, 일본선사를 붙잡고 늘어져서라도 계약을 따보겠다는 비굴한 국적선사가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너무나 해운시황이 어려우니까 외국선사든 누구든 계약을 따낼 수만 있다면 손잡고 입찰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국적선사간의 컨소시엄이라고 하니 외국선사의 국내 현지법인을 국적선사라고 우겨서라도 입찰을 따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해운불황 시기에 결과적으로 우리의 대량화물 운송권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행위는 종당에는 국가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매국행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량화물 수송권은 외국선사, 특히 일본선사에게 상당부분이 넘어갔다. 포스코나 한국전력 계열사들이 필요한 철광석이나 석탄을 들여오기 위해 장기운송 계약을 할 때 ‘국적선사’로 입찰자격을 제한하던 틀이 무너지면서 한동안 일본선사들이 대부분 계약을 따갔다. 물론 해운시황이 호조일 때 국적선사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던 측면도 있지만, 일본선사들은 시장을 넓히기 위해 싼 운임을 무기로 만만한 한국시장을 공략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일본선사들이 우리나라의 대량화물을 싹쓸이 하는 현상에 대해 국적선사들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적선사들은 이같은 이유로 2009년 11월에 한전 계열사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에 의한 유연탄 운송 장기계약에 대해 입찰을 실시했을 때 공동으로 보이콧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한 국적선사가 이같은 공동 대응을 무시하고 NYK의 한국현지법인과 함께 응찰함으로써 그 회사는 선주협회 퇴출 위기로 몰리는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한전계열사들이 이번에는 모두 9척의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에 대해 컨소시엄 입찰을 하려고 하자 다시금 시작도 하기 전에 NYK벌크쉽코리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선사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니, 사태는 심각함을 넘어 절망감을 안겨준다.

거듭 얘기하거니와 NYK벌크쉽코리아는 ‘국적선사’가 될 수가 없다. 한국정부에 외항운송사업을 등록했을지는 모르지만 엄연히 본사가 일본에 있는 외국선사의 한국 현지법인일 뿐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국적선사라고 해석하여 입찰에 참여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아니, NYK 스스로도 남의 나라에 와서 전략물자를 수송해 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만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 국적선사들에게 한 톨의 대량화물도 수송하지 못하도록 교묘히 제한하고 있는 한에는 호혜평등의 원칙에 의해 일본선사들도 우리의 화물을 한 톨도 실어서는 안 된다.

한국전력 계열 발전사들은 이번에 입찰 자격을 ‘외항운송사업 면허 소지자 중에 한국선주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로 한정한다’고 발표해야 한다.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국적선사를 대변하는 한국선주협회에도 가입할 수 없는 선사까지, 본사인지 지사인지 따지지도 않고 입찰자격을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에도 “외국선사가 사실상 지배하는 국내 선박운항사업자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입찰 참여 배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법률적으로도 이미 문제가 없는 일이다. 발전사들은 이제는 분명히 일본선사를 포함한 외국선사는 절대로 대량화물 수송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하길 바란다.

국적선사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일수록 보다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서로 참고 인내하면서 함께 상생협력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나만 살자고 외세를 불러들여 우리 강토를 더 피폐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해운업계는 모름지기 함께 먹고 살자는 ‘한솥밥 정신’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함께 먹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나주자는 이 한솥밥 정신을 깨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 편이 아니므로 공적(公敵)으로 몰려 퇴출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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