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싸움으로 번지는 해양수산부 유치戰>

신설 해양수산부 중앙에 위치해야 한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신설 해양수산부가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고, 부산ㆍ전남ㆍ인천지역이 서로 자기지역에 해양수산부가 유치돼야 한다며 말싸움을 하고 있다. 아직 新해양수산부의 조직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안 된 상황에서 과거에 대통령 후보가 했던 말 한마디에만 매달려 이런 난리굿을 펴는 행태들이 참으로 한심하기까지 하다.

이번 사단은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시절 부산에 가서 지역공약으로 ‘해양수산부 부활’을 내세운 데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우리들은 중앙행정조직 개편에 대한 내용이 어찌하여 ‘지역 공약’으로 나왔는가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지난해 11월 9일인가에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에 두겠다는 것인가’ 하는 부산지역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까지 하여 해양수산부의 부산 유치가 확정적인 것처럼 오해하게끔 했다.

여기다가 지역갈등의 기름을 부은 것은 김경재 전의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직함을 갖고 있는 그가 구랍 28일 MBC라디오 출연해 “해양수산부를 목포로 가져갔으면 한다”며 해양수산부의 전남 유치를 적극 추진할 뜻을 천명함으로써 지역싸움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인천지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인천시당은 지난 1월 3일 성명을 내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구체화될 경우 시민과 항만업계가 거세게 저항할 것”이라며 부산지역 유치에 결사반대를 주장했다. 지역신문들, 예컨대 부산일보ㆍ여수일보ㆍ경인일보 등도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해양수산부가 자기지역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을 기사와 사설로 써서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중앙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넌센스 중의 넌센스이다. 중앙부처가 지방으로 이동하면, 그것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지자체로 지위가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학자들의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중앙부처 중 하나를 떼어내 특정지역에 별도로 두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지금 현재 행정수도가 세종시로 바뀌면서 공직자들이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으며, 불필요한 비용 지출의 증가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부산이나 전남으로 이전한다고 하면, 행정적인 불편이나 쓸데없는 비용의 증가는 더욱 심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무엇보다도 중앙행정조직을 갈라놓아서는 행정의 효율화를 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신설 해양수산부의 지방이전 문제를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도 순서에 맞지 않는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부처의 이전이라는 것은 사실 있을 수가 없다. 부처의 실체가 완성됐을 때야 비로소 거취 문제를 논의해야 하며, 따라서 어떤 경우든 신설 해양수산부는 과거에 세웠던 방침대로 세종시에 먼저 입주하는 것이 당연하다.

목포나 인천에 신설 해양수산부가 위치해야 한다는 얘기는 더욱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부산지역조차도 신설 해양수산부가 위치해야 할 타당성을 찾기는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아마도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이 해양수도가 되는 것과 중앙행정부처 하나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사실 당선인이 책임감을 느낄 일도 아니다.

부산은 이미 동삼동을 중심으로 해양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으며 부산시가 적극 나서 선박금융중심지를 겨냥하는 등 이미 해양수도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어느 정도 크기의 해양수산부를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부산 유치를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모든 행정부처가 다 부산으로 오길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해양수산부라는 일개 부처하나만을 부산으로 가져간다고 했을 때 오히려 부산의 해양산업 발전은 상당히 후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와 해양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도 해양수산부의 지역 분산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양을 관할하는 부처는 새정부의 행정조직 가운데도 정중앙에 위치해 큰 힘을 발휘함으로써 해양분야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선두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얘기했듯이 우리나라의 國運은 해양관련 산업을 통해 어떻게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 내고, 미래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중차대한 일을 앞장서서 끌고 갈 해양수산부가 지방으로 처져서 중앙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부처 간의 업무협조나 입법부, 사법부 등과의 협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해양수산부의 부산 유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지역에서도 일부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 대표들이 “현실적으로 부산 유치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부산 유치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국회의원은 자기지역의 발전이라는 측면만 내세워 “부산지역 유치”를 크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마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고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을 갖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설 해양수산부를 유치하기 위한 지역싸움은 이제 접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신설 해양수산부를 어떻게 훌륭하게 만들까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다. 논란의 와중에서도 원칙을 중요시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칙대로 세종시로 행정부를 옮겨가게 했듯이 해양수산부도 당시 계획했던 대로 세종시에 신설할 것으로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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