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하 전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항로표지기술협회 이사장)

▲ 류영하 항로표지기술협회 이사장
21C 해양의 시대에 우리 해양인들의 일관된 소망은 “해양부국 실현”이고, “강한 해양수산부”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11월 프랑스 파리와 서울 계동 해양수산부 사옥에서는 해양인들이 전부 모인 가운데 여수해양엑스포 유치성공의 국가적인 축제가 열렸다. 그 해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는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의한 대형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했지만, 수많은 국민들의 자원봉사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모범적인 성공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을 주도했던 해양수산부는 불행하게도 2008년 2월 22일 해체되고 말았다. 현직 해양공무원들은 서로 헤어졌고, 외곽에 나와있던 해양인들은 참 많이도 울었다.

나는 당시 마지막 총무과장으로서 해양수산부의 인력과 재산을 나누고, 기록과 흔적들을 정리해야 했다. 특히 해양수산부 표지석은 포항 호미곶에 있는 국립 등대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표지석이 이사하던 날 우리는 정동향 양지 바른 곳에 표지석을 안치시키고 천지신명께 고했다. 부디 해양수산부를 다시 부활시켜 주시고, 우리 해양인들의 꿈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절하면서 울었고 또한 반드시 부활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통해 해양수산부 부활의 꿈이 이뤄졌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이제 우리 해양인들, 해무청과 수산청의 전ㆍ현직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해군ㆍ해양경찰ㆍ선원ㆍ항만근로자ㆍ어업인ㆍ등대원ㆍ항만건설기술자ㆍ해양수산연구원ㆍ해양관련 대학교수ㆍ해양과학기술자 등 모든 해양인들은 해양수산부 10년의 역사가 아닌, 해무청ㆍ수산청ㆍ해양경찰청ㆍ해군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해양역사를 다시 써 나아가야만 한다. 그 기록과 성과를 신 해양수산부에서 잘 정리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해수부 부활을 앞둔 현재 우리의 첫 번째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신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인들의 위대한 업적도 기리고, 해양인들이 대접받게 하고, 자라나는 신세대들이 해양인을 선망하고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해양수산정책을 펼쳐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두번째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해양시대 정신에 맞는 새롭고 강한 조직을 만들어져야 하고, 적재적소에 훌륭한 인재가 기용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양영토수호와 분쟁해소를 위해서 유엔해양법 협약에 따라 영해기점 및 최끝단 무인도서의 이용ㆍ개발 정책을 잘 펼쳐야 한다. 다목적 등대와 접안시설을 설치해 해양관측기지, 선박AIS기지, 어선대피소, 요ㆍ보트 계류장, 휴대폰 송수신소, 해경정ㆍ군함 계류장 등으로 활용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해양영토정책국을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가 함께 모여 다이나믹한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는 바닷가의 뛰어난 경관과 부지, 공유수면을 전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돌려주는 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예컨대, 캠핑장ㆍ해안누리길ㆍ요양소ㆍ마리나를 포함한 다목적 어항개발, 바다낚시터 제공, 자유로운 섬여행을 위한 섬개발 및 연안여객선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해안을 어선수리조선소, 해양레포츠 교육 및 정비소 자리로 제공해 주는 정책도 검토돼야 한다.

넷째는 바다와 바닷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해양플랜트산업, 풍력ㆍ조력 등 해양에너지산업, 도서개발 및 관리사업, 조선 및 발전사업 등 해양관련 사업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통제하고 일관성 있게 이용ㆍ개발ㆍ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해양이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적 차원에서 조정ㆍ통제해야 해양영토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해양환경을 보전하고, 해양산업을 제대로 육성ㆍ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해양문화의 창달이다. 바다에서 먹거리를 찾고, 즐기고, 노래하고, 詩와 小說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바다를 가까이 하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양부국이 될 수가 있다.  또한 해양문화 창달을 통해 바다에서 도전과 개척정신을 배워 오대양을 지휘하고 섭렵함으로써 해양강국을 만들어 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해양수산부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편하게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해법을  먼저 찾아서 제시해주고 앞장서 실천해 나가는 일류 부처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천년의 빛, 희망의 등대에 우리의 소망을 빌어본다.

▲ 국립등대박물관에 해양수산부 표지석을  안치, 고사 지내는 장면(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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