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게 바란다> 

해양수산 사랑하는 진짜 전문가를 키워라 

윤진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이 다시 창설되는 해양수산부장관에 내정된 것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공직경험이나 정치적인 경험이 전혀 없이 연구원 생활만 해왔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해운항만업계 많은 관계자들은 장관 내정자가 발표되는 순간 ‘해운항만이나 수산부문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적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닌 여성 장관이 과연 신설되어 조금은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한 해양수산부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통솔력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탁월한 업무능력을 갖고 있는데다가 조직 장악력까지 갖추고 있고, 여성으로서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일처리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아왔다고 듣고 있다. 차라리 신설 해양수산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과감히 개혁을 해나간다면 과거 정치인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들보다 더 훌륭한 업적을 쌓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역시 해양수산분야는 전문산업 분야이기에 상당한 정도의 전문지식이 있어야 정책집행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윤진숙 장관 내정자에게 해양수산, 특히 그중에서도 해운항만 물류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해운이나 수산의 전문언론들의 보도를 잘 챙겨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요, 업계의 실상을 직접 파악해 보는 일도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 외항해운업체들이 너무나 어려운 경영상황에 빠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에 대해 이해를 가지고 업계 부도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진지하게 검토해주기를 청원해 마지않는다. 다 죽어가고 있는 해운업체들을 방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정비하여 신해양 시대에 부응하는 선진 물류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결방책을 내놓는 일이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은 장관을 포함한 정책당국자들에 대한 주문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정부조직 풍토는 정책담당자들이 너무나 자주 바뀌고 있다. 장관에서부터 과 단위의 실무자들까지 1년이 멀다하고 바뀌다 보니 업무 전문성은 쌓일 틈이 없다. 윤 장관 내정자는 앞으로 주요한 전문부서의 정책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인사이동를 자주 하지 않음으로써 전문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해양과 수산의 ‘화학적 융합’ 어쩌고 하면서 양 부문의 전문인력들을 한데 뒤섞는 어리석은 일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문분야에 실력이 있는 정책당국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직자 자신도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공직자 스스로 해양수산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고는, 또는 해양수산을 통해 선진부국을 이루겠다는 열망을 갖지 않고는 전문성이 길러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관 내정자는 자기가 맡은 분야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인재들을 선별하여 육성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와관련 하여 업계와의 소통 노력도 중요하다. 사실 지난 MB정부 5년동안 국토해양부의 해양관련 공무원들 중 상당수는 해운항만업계 위에 군림하는 듯한 고자세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이제 새로 설립되는 해양수산부의 정책당국자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해운업계와는 물론이고 학계나 연구원 등과도 막힘이 없이 시원시원하게 소통을 이루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게 하는 세 번째 주문은 해양수산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해운항만에 대한 홍보에 심혈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사실 1996년 처음의 해양수산부 창설 이래 이러한 내용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되었다. 심지어 5년전 해양수산부가 해체되었을 당시에도 “해양수산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그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해양수산부가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는 자탄의 목소리들이 많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때 그때 지나가는 ‘구호’로서만 해양수산에 대한 국민 인식제고가 존재했기 때문에 오늘날 와서도 똑같은 소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해양수산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를 위한 실천적인 한가지 방법으로 우리는 ‘경정(競艇)사업의 해양수산부 이관’과 그에 따른 ‘해양홍보재단의 설립’을 여러차례 건의해 왔다. 경정사업을 해양수산부에서 관할하여 경정사업의 수익금 일부를 해양수산을 홍보하는 일과 해양기술 R&D에 쓴다면 해양관련산업이 발전하는데 획기적인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경정사업 수익금으로 ‘일본재단’을 설립하고 해양관련산업의 홍보와 신기술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해양수산의 홍보와 관련하여 이미 민간이나 협회 단체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데 대해서는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양소년단연맹의 갖가지 해양 관련 활동과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한국해운신문이 주최하는 5월말의 ‘바다의 날 마라톤’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윤 장관 내정자가 해양수산에 애정을 갖고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 공직자들을 양성하는데 성공하고 해양수산에 대한 국민인식을 제고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해양강국으로 등장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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