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BDI는 Baltic Dry Index의 약자로, 영국 런던에 있는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가 매일 발표하는 드라이 벌크화물의 국제적인 부정기선 운임 지수를 의미한다. 케이프사이즈형, 파나막스 형, 핸디사이즈형 등 각 선형별 운임지수(BCI, BPI, BHI)의 산출에 사용되는 정기용선료의 평균으로 계산된다. 1985년에 시작된 발틱해운거래소의 일별 운임지수는FFA(운임 선물거래)에서 투자자와 해운 관계자의 의사결정 기초가 되는 지수이며, 나아가 해운회사의 결산자료에 사용되고 있는 주요항로 평균 용선료의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케이프사이즈 시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21일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케이프사이즈 선형 주요 4개 항로 평균 용선료가 하루 5,129달러로 계선점 이하까지 하락하였다. 계선은 선원을 하선시키고 일정기간 선박운항을 정지하는 조치이다. 선박 자본비용과 선박관리 비용으로 환산한 평균 케이프사이즈의 총 유지비(손익분기점)는 1일 2만 5,000-3만 달러수준에 달하지만, 1일 용선료가 6,000달러 이하인 경우 변동비조차 조달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계선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본격적인 계선조치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계선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발틱해운거래소에서 항로 평균 용선료를 산정하는 방식이 시황을 왜곡하여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시황을 계선점 이하로 판단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경우 마이너스 용선료가 시장을 좌우하는 현실 개선이 필요에 대해 로이즈 리스트지와 일본해사신문에서 지적한 내용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건화물선 시장과 같은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요와 공급의 실태를 수치화하여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해운의 경우가 그렇다. 케이프사이즈선형의 경우 연간 수송하는 철광석은 약 10억톤인데, 전세계 운항중인 10만dwt이상 1,400척이다. 척당 수송능력으로 나누어 보면 케이프사이즈선의 수요와 공급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항로도 선형도 다른 철광석 해상 무역에서 이 규모의 선박이 얼마큼 선박수요를 초과하고 있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건화물선 외항해운에서 시장가격으로 사용하는 지표가 발틱운임지수 이다. FFA(운임 선물 거래)도 있지만, 거래에 발틱운임지수가 활용되고 있는 이상, 외항해운에서의 발틱운임지수의 영향력은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주요국 선사의 주가조차 발틱운임지수에 연동하여 변동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접하는 발틱운임지수이지만, 그 실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발틱운임지수의 결정에 엄격한 규칙의 하나는 패널사가 매년 갱신된다는 점이다. 발틱운임지수 산출에 참여하는 패널(선박 브로커회사)는 현재 14개사로 구성되어 있다. 특정 거래에 영향을 미칠 용선주의 대리인은 당연히 패널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규칙이 준수되어 있다는 전제가 없으면 매일 산정되는 막대한 용선료의 결정에 신뢰성이 부여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발틱운임지수의 결정 방식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케이프사이즈 4항로 평균이라는 계산 방식이다. 4항로는 C8, C10라는 대서양, 태평양의 각 라운드, C9, C11라는 대서양→아시아, 그리고 반대 항로인 아시아→대서양 등 총 네 개의 항로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대서양 항로 이른바 백홀(back-haul) 항로에 대해 발틱운임지수에서 마이너스 용선료를 계상하고 있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기존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철강 원료 수송은 아시아에서 하역 후 호주에서 석탄을 싣고 유럽의 철강업체에 수송한 후, 다시 브라질로 가서 철광석을 싣고 아시아로 향하는 세계 일주 수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공선운항을 줄이기 위해 왕항, 복항 모두 철광석과 석탄을 수송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광석 전용선의 대형화로 브라질-아시아 간 수송이 아시아→브라질 항로는 공선으로 운항하고 중국, 일본, 한국 등 소비국으로 대량 수송을 하는 방식의 배선이 증가하면서, 아시아→대서양의 백홀의 경우 현물 성약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유럽​​의 철강업체들도 호주대신 남미 등 대서양 수역에서 석탄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백홀항로 성약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발틱운임지수의 용선료 계산은 매일 성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물 성약이 없으면 화물운임에서 묵시적 값을 산출한다. 백홀은 성약화물이 적은 이상, 운임은 산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선운항을 하는 선박에 대해 마이너스 용선료로 묵시적 값을 산출하고 있는 것이다.

2월 21일자 런던 시장의 주요 4개 항로의 용선료는 대서양 라운드가 1일 5,129 달러, 대서양→아시아 항로가 2만 1,333달러, 태평양 라운드가 5,542 달러이었으나, 아시아→대서양(백홀)항로 용선료는 마이너스 1만 473달러로 산정되었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백홀에서의 용선료를 마이너스 1만달러 이상 계상한 것이 케이프사이즈 시황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이너스 용선료의 개념은 과연 옳은 것인가? 실제 마이너스 용선료 개념처럼 운항선사가 용선주에게 용선료를 추가로 지불하면서 운항을 해달라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물이 없는 항로를 공선으로 항해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용선료가 발생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는 없는 숫자가 실물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에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EU의 자문위원회는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시장지표는 실제 거래에 근거하여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발틱운임지수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지수가 투명하고 시장거래에 기반을 두고 산출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발틱운임지수가 세계 외항해운 특히 케이프사이즈 항로에서 마이너스 용선료를 계상하여 지수하락을 부추기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지수 발표 이후 27년간 해운시장의 변화에 따라 발틱해운지수도 변해 왔다. 핸디막스 지수는 수프라막스로 대체되었고, 인광석 무역은 지수산정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이제 BDI 케이프사이즈 운임지수도 실제 성약에 근거해 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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