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금년 1월 1일 이후 3월초까지 발틱운임지수는 평균 767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중 운임수준으로는 1985년 지수발표이후 가장 낮은 상태이다. 건화물선 모든 선형의 선박이 운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최악의 세계경제 침체를 맞게 되었는데, 해운시황도 2008년의 피크에 비교해 93%나 운임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2008년까지의 대량선박발주와 2010년의 재차 선박발주에 따라 2013년까지 6년째 물동량에 비해 선대증가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리먼 사태 이후 4년이 흐르면서 해상물동량은 2008년의 83억 톤에서 2012년 95억 톤으로 14%증가, 연평균 3.5%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물동량 증가율 3.8%에 비해 크게 저조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물동량 14%증가할 때 선대는 35%가 증가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 기간 동안 수요대비 선박공급능력이 20% 더 늘어난 것이다.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경우 올 들어 하루 평균 용선료가 6,358달러에 불과하다. 이들 선박들은 변동비만 고려해도 최소 하루 용선료가 7,758달러가 되어야 하며, 자본비인 선비까지 고려한다면 적어도 용선료가 16,000달러는 되어야 하는 선박이다. 파나막스선도 마찬가지다. 금년 들어 파나막스선의 하루 평균 용선료는 6,427달러이나, 변동비 수준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용선료가 6,606달러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운항되는 건화물선 선박이 8,500척에 이르는데 현재, 이중 2,400여척이 닻을 내리고 있고, 이중 상당수는 화물운송을 포기하는 정선이나, 계선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는 2008년과 2009년에 평균 닻을 내리고 있는 선박 수가 1,000척 이하인 것에 비교해 두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IMF가 금년도 세계 교역 성장율을 당초 4.5%에서 3.8%로 하향조정하였다. 전세계 교역의 90%가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어 금년 해상물동량 증가세도 함께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건화물선 물동량 중 가장 큰 철광석 해상물동량의 65%, 석탄 해상물동량의 18%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 건화물선 해운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어, 해운경기에서 중국효과를 예전만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톤마일의 변화와 감속운항으로 공급과잉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황개선이 이루어지려면 상당부분의 공급능력 감축이 뒤따라야 한다. 다행이 선박해체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선박신조발주가 크게 감소하면서 2014-15년부터는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해운산업은 이미 최근 벌크선 해운경기 침체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삼선로직스를 시작으로 대우로지스틱스, TPC코리아, 세림오션쉬핑, 고려해운, 삼호해운 등 총 60여개 이상의 업체가 법정관리 또는 폐업되었고, 30위권 이하 국내 선사들은 유동성위기로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STX 팬오션사도 매물로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벌크선 해운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해운시황은 호황과 불황의 싸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큰 호황이라면 곧 하락국면을 맞을 것이고, 극심한 침체라면 곧 회복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게 된다. 너무나 큰 불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회복될 때가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하고, 혹자는 지금이 중고선박 저가매수, 혹은 신조선 발주의 시점이 아닌가 말하기도 한다.

해운경기가 싸인 커브를 그리며 등락을 반복하는 것은 완전경쟁 시장의 속성상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해운경기의 등락에 따라 해운산업의 흥망이 함께 하도록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클락슨사의 마틴 스토포드(Martin Stopford) 박사는 해운은 세계에서 가장 큰 포커게임이라고 한 바 있다. 정말 해운은 지속적인 번창이 이루어지는 산업이라기보다는 룰렛게임 같은 산업인가?

해운은 세계경제를 지탱해주고, 우리사회에게 가치를 전달해주는 전략적 임무를 갖고 있다. 이러한 해상운송 공급사슬은 중요한 인프라이기 때문에 한 국가 입장에서 해상운송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국민경제에게 커다란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는 삼면이 바다라지만 북한으로 인해 대륙과 단절된 상황에서 해외 물자수송 측면에서는 섬나라와 다를 바 없다.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중공업 원자재의 100%를 해상운송에 의해 수입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미래 경제는 바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특히 건화물선은 군사적, 경제적 유사시 우리의 전략물자를 수송해 주는 선대인 것이다. 단순히 해운산업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산업이고, GDP에서 차지하는 산업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정도의 시각으로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린 바다를 통한 원활한 물자수송 인프라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해운산업을 볼 수가 없다. 단기적인 성과위주의 정책적 안목으로는 장기적 해상운송인프라 구축이라는 국가 백년대계 산업정책을 세워나갈 수 없다.

해운산업을 미래 우리경제의 번영의 기초라고 생각한다면 이제부터 해운산업이 시황변동에 의해 수익성 변동을 덜 받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 나가는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선박금융을 하는 금융기관과,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 ,해운회사, 그리고 전문가들이 장기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국회의원 중에 해운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최근 발의된 해양금융공사법도 해운업, 해양산업발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종의 금융지원기관을 만들자는 것으로 이 분들의 노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해운산업이 우리 경제의 발전과 미래세대를 위해 번창시켜야 할 산업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시스템의 절대적인 연계가 필요한 해운산업임에도 우리나라 경제부처들은 해운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 점도 국무회의석상에서 경제부처 장관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해운산업과 조선산업, 그리고 해양관련 산업클러스터를 더욱 발전시켜, 우리나라 경제 번영의 기반을 이루어야 하는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적 책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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