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고문(경영학박사,Penb46@naver.com)
1. 서 언

6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의 명명식이 개최됐다. 파란만장할지 아니면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가 될지 모르는 머스크라인의 1만 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7월 중순이면 부산항에서 첫 컨테이너를 선적할 예정이다.

경제학자와 기상 예보관의 공통점은 앞날을 예측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예보관은 최소한 오늘의 기상은 알고 있으나 경제학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2년전 발주 당시 전세계 해운업계를 긴장시키며 차세대 경쟁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선박이지만 지금의 시장 흐름을 고찰컨대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해운산업은 하락→붕괴→침체→반등으로 이어지는 주기성 산업이라고 한다. 2008년까지 기록적인 호황을 보였던 시장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최악의 상태로 붕괴된 후 5년째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 시장은 △운임이 운항원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연료절감을 위한 감속운항 △신용경색, 운영자금 부족, 재정난등이 겹치면서 침체기(trough)의 전형적인 현상을 보인지 오래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의 담보권 행사(foreclose)에 이어 선사는 현금동원을 위해 신조선, 우수선까지도 급매물로 처분하고 있고 노후선 선가가 해체가격 수준으로 하락하며 해체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주기상 최악의 상황(Extreme cycles)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해운시장의 하강곡선은 3~12년 간격으로 움직인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는 대략 그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주기론에 의하면 이제는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고 하겠으나 문제는 ‘바닥이 너무 낮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과도기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이며 의문은 ‘언제(when), 그리고 어떻게(how) 시장이 회복할 것인가’이다.

작년 6월 포시도니아, 금년 5월 LLoyd's Summit, 6월 Nor-Shipping에 참석한 세계 유명해운인들이 △수급문제 △Eco-ship 발주 △What's next?라는 핵심 주제를 통해 시장을 전망한 바 있었다.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수급 관계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을 낙관하기는 빠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변수는 침체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대응이다. 금방 고사할 것 같았던 조선업계가 생존과 재기를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라 할 수 있는 이른바 Eco-ship 판매 전략이 벼랑 끝에 처해 있는 해운업계에 일으킬 파장 여하에 따라 더블딥이 아닌 트리플딥의 가능성과 함께 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불러올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14일 대우조선해양에서 1만 8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Maersk Mc-Kinney Moller호 명명식이 개최됐다.

2. Eco-ship 논쟁

현재 해운업계는 공급과잉과 고유가 부담에 더해 배출가스 규제와 평형수(Ballast water) 규제 등 매머드급 환경규제 태풍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발효 시기는 지역별로 다소 조정(연기) 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과 EU의 움직임으로 볼 때 2015년부터는 선박연료로 탈유황유나 저유황유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외래종(specie)의 유입으로 심각한 생태구조 파괴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강경자세로 모든 선박은 평형수 처리 시스템을 갖춰야만 한다. 이럴 경우 고유가로 인해 연료의 가스화와 평형수 처리 시스템을 포함해 선박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조한 친환경 선박(Eco-ship)으로 전환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

일명 Green fleet라고도 칭하는 Eco-ship에 대해 조선업계는 친환경 요건을 해결하고 동시에 연료효율을 개선해 유가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선박이며 근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바닥 시세로 건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마케팅에 활용, 선박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 경계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Eco-ship의 경쟁력으로 조선업계의 PR이 사실이라면 작금의 시황에 비추어 볼 때 ‘비 Eco-ship’의 장래는 불문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Eco-ship의 출현은 조선업계, 기성선주, 선박투자자 등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시각 차이가 있으며 이중 조선업계와 전통해운회사가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1) 반대론자
세계 최대 해운국인 그리스 선주를 비롯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형선사들이 가장 강력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Eco-ship은 조선소들의 마켓팅을 위한 과대광고다.
② 20~25%까지 연료절감이 가능하다는 조선소들의 홍보 내용은 현실과 거리 멀다.
③ Eco-ship 설계능력이 있는 조선소는 소수이며 기존 모델을 약간 개선해 Eco-ship으 로 포장하고 있다.
④ 취항해봐야 실상을 알 수 있겠지만 계약과 달리 건조되면 인도연기, 계약위반 등으로 소송 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반론의 요지는 Eco-ship이 현 해운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시련에 대한 해답이 아니며 신예 기성 선박을 해체하는 것은 자원의 최적 활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환경규제, 유가 동향의 불확실성, 가스연료 전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Eco-ship이 후일 기름 잡아먹는 공룡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특기할 만한 것은 반대론자 가운데 일부는 상당수의 Eco-ship을 발주한 선사들도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이미 연료, 환경, 운항 효율을 겸비한 신개념 선박으로 칭하는 Triple-E 20척을 발주하며 Green fleet정책을 추구하고 있고 기존 선박들은 업그레이드 투자를 병행하면서 다른 선주들의 Eco-ship 발주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업그레이드에는 △Turbocharger·Propeller 개조와 △신개념 A/F 도료 개발 △Speed 최적화(감속)를 위해 Bulbous Bow 제거 및 개량 등이 포함돼 있다.

(2) 찬성론자
노후선의 효율을 증진하는 유일한 방안은 노후선을 퇴출시키는 것이며 기존선박을 개조하고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서 경쟁력있는 선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과 효율로 설계한 선박을 발주하는 것만이 대안이며 차후 Eco-ship이 아니면 사실상 용선의 길도 막힐 것이다. 고유가·고효율·저선가의 3박자를 구비한 지금이 발주의 호기이다.

포스트 파나막스의 경우 20% 연료 절감만으로 연간 3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앞장 서고 있는 싱가포르의 NOL은 최근 Green technologies 개념을 도입한 1만 3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한 바 있다.

(3) 관망론자(BW Shipping)
금융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사정이 좋은 투자자들은 바닥 선가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차원에서 발주와 중고선 매입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의 시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신설계의 핵심은 연료절감이나 이론과 같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② 선박의 친환경 개념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이다(불투명하다).
③ 친환경 규제와 고유가 상황이 연료의 가스화로 진전될 수도 있다.
④ 선박에 대한 투자는 최소한 25년 이상 운용해야 할 자산에 대한 투자다.
⑤ LNG 연료선 또는 이중연료 선박을 택할 것이냐는 속단할 대상이 아니다.
⑥ Eco-ship이 어느정도 효율성은 있겠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역기능으로 상쇄될 것이다.
⑦ 현재 1세대 Eco-ship 개념이 5년후에는 고물이 될지도 모른다.

3. 정책지원의 축 : 조선과 해운 어느 쪽인가?

한중일 3국의 정책지원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해운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한 2003년을 기준으로 그 이후 전세계의 신조선에 대한 투자규모를 살펴보면 2003년 이전의 10년간 연평균 200억 달러였으나 2005년 750억 달러, 2006년 1200억 달러, 2007년 1800억 달러에 달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사태로 발주가 주춤했으나 2010년 이후 반짝 경기로 되살아났고 2012년도에 다시 1800억 달러에 달했다.

2012년 한중일 3국의 수주량은 889척, 4870만dwt로 그 동안 최대 수주량을 기록했던 2007년 수준에 근접하더니 올해(1~5월 수주량 기준)는 전년대비 척수 기준으로 20%, 톤수 기준으로 75%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선 위주로 또 다시 고질병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5년 동안 침체로 해운시장은 풍전등화의 상태인데도 신조 발주 망령이 되살아난 원인은 무엇인가? 이유는 보호주의 정책에 바탕을 둔 한중일 3국 조선사들의 수주경쟁이었다. 3국은 자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외국선주들에게 수출금융 혜택을 부여하며 대형선 수주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중반, 한국 정부는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해운산업을 지원하고 국적선사의 선복량 확대를 지원해 경기회복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16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발표하더니 며칠전에는 조선소간 경쟁으로 인해 선가 분할 납부방식이 인수시기에 몰려 있어 조선자재 구매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조선소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5000억원을 추가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원규모의 절대적인 부분이 R/G 보증 등 조선업계를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중고선 매입은 국내 해운계는 살 사람도, 능력도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조선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선박의 공급과잉을 더 악화 시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3국 해운업계가 함께 우려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조선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3국 가운데 가장 조선산업 지원에 적극적인 중국의 예를 보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글로벌 해운계를 구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중국의 정책은 해운보다 조선에, 해운불황에 의한 운임하락보다 수송비 절감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조선소를 지원하고 조선소는 역시 고용 기여도가 높은 제철소의 강재(steel)를 사용하며 이렇게 건조한 선박을 투입해 호주, 브라질에서는 철광석을, 남아프리카에서 석탄을, 중동에서 석유를 실어오게 해서 중국의 거대 공장이 돌아가도록 함과 동시에 해운불황이(공급과잉으로 인한) 그들에게 가져다 줄 수송원가 절감액(년간 200억 달러 추정)이 해운을 통한 수익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그들의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자금 지원을 미끼로 해외선주들에게 자국 조선소 이용을 독려하고 있고 3000여개에 이르는 조선소들의 물량 확보를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 한국도 중국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의 경우 자국의 방대한 원자재 수송수요를 바탕으로 국유국운(國油國運), 국수국조(國輸國造)를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만큼 조선산업 지원이 자국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와 달리 그렇게 심각한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해운업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조선은 한국 메이저들처럼 상품의 특화와 고부가가치 전환이 가능한 분야이지만 해운은 세계 20대 선사들이 동일한 상품(서비스)을 팔고 있으며 상품의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유동성 지원이 국익차원에서 그렇게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한중일 조선 대국의 삼파전에 해운시장이 멍들어가고 있으며 결국 해운의 장래는 조선의 수중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전 망

(1) 해운외적 분야
앞으로 해운시장에 미칠 주요 변수는 Green rules, Trade pattern, 미국 에너지 개발 등이다.

① Green rules : 국제해운단체(ICS)는 배출가스 규제, 평형수 처리에 관한 협약 등 환경관련 규제 때문에 선주들이 부담해야 할 재정적 부담이 2015~2025년까지 매년 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사상태에 있는 해운계과 과연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운계의 강력한 반대, 러시아의 신중론 등으로 연기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국제적 합의와 무관하게 미국이 독자 입법도 불사할 자세를 보여 기간항로인 태평양항로에 취항하려면 미국법 준수가 불가피하므로 사실상 협약발효와 동일한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에너지 개발과 트레이드 패턴의 변화 : 미국이 쉘(shale) 가스 개발로 2017년 세계 제1의 산유국으로 부상할 경우 석유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 자명하다. 이럴 경우 석유제품과 LNG 등 Gas의 대외 수출이 활발해지고 특히 공업화와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 특수 등에 힘입어 미국 Gulf발 정제유 수출의 활성화와 함께 Gulf발 Product Tanker 시장이 활성화 전망이다.

반면 중국의 임금상승과 환경관련 규제 강화로 인해 물류수송거리를 단축하려는 세칭 ‘Near-sourcing’ 정책이 가시화되면 단계적으로 생산공장의 중국 이탈과 소비지로의 이동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이 산유국으로 전환함에 따라 VLCC 수요는 줄어들 것이나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VLCC부문에 대해 중국이 자국물량 수송을 위해 VLCC 80여척을 건조할 경우 VLCC 수급상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공급과잉의 심화(해운·조선)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선주들의 탐욕에 따른 선복량 증가는 어느 정도인가?
① Tanker : 지난 10년 동안 원유수송량은 5% 증가했으나 Capacity는 50% 증가
② 드라이 벌크 : 10년간 물동량 65% 증가했으나 선복량은 배(double)로 증가
③ Tanker·Drybulk 회복되려면 현선대의 30% 축소
④ 안정적인 수급을 보여왔던 LNG도 최근 대량 발주로 요율 압박 예상
⑤ 컨테이너선 : 공급과잉상태가 수요의 30% 초과

(3) 대형선 발주와 하주의 진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발주된 대형 컨테이너선들을 보면 CSCL이 1만 8000teu급 5척(현대중공업), UASC가 1만 4000teu급 11척(옵션 6척 포함), 1만 8000teu급 6척(옵션 1척 포함) 등 17척(현대중공업)을 발주했고 Costamare도 9000teu급 10척 발주, BoCom leasing가 9400teu 4척을 발주하는 등 상위 10대 선사 중 절반 이상이 1만 3000teu급을 이미 발주했다.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을 보면 오일메이저들이 직ㆍ간접적으로 탱커 신조에 나서고 있고 Frontline의 John Fredriksen이 저선가를 겨냥, 지난 18개월 동안 탱커, 벌커 위주로 58척을 발주했다는 점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Eco-ship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한동안 조용하던 선박금융 은행과 선박투자자들이 2/4분기부터 선별적으로 발주에 나서는 등 시장 안정에 부정적인 병폐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벌크 요율이 바닥을 치면서 1~2년내 반등할 것으로 모두가 기대했으나 선주들이 저선가를 이유로 대량 발주에 나서자 회복시점이 몇년 지연됐던 아픈 기억들을 모두 다 잊어버린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4) 불황 장기화될 수도
현재 공급과잉상태는 중국 경제가 매년 10%씩 성장하더라도 소화가 불가능하고 한국과 중국의 조선 능력은 세계 선대를 매 7년마다 통체로 교체해야만 유지될 정도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그 규모가 어느 정도 일지 모르지만 위력이 만만치 않을 대형 Eco-ship 선단이 다가오고 있다.

결국 대형선 유입과 함께 Cascading 등 시장의 지각변동이 나타날 경우 간선항로는 물론 아시아역내항로까지 요율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더구나 규모면에서 아시아역항로에 파나막스급 10척만 들어와도 수급 균형에 즉각적인 파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2014년부터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경우에 따라 침체가 2020년까지 갈수도 있다는 전망(Mcquire 보고)에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5. 운임전쟁 조짐인가?

최근 3개월 동안 아시아-유럽항로의 운임이 급락하면서 현재 스팟운임이 전년대비 64%하락한 teu당 600달러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1년 하반기 극심한 운임전쟁 이후 최저수준이다.

위기의식을 공감한 머스크와 OOCL, Hapag Lloyd, MSC, NYK 등이 7월 1일부 teu당 1000달러 안팎의 GRI를 계획하고 있는데 성공하면 타 항로에도 파급효과가 있겠지만 실패하면 초대형선, Eco-ship 경쟁과 맞물리면서 이후 전개될 상황이 대단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머스크라인은 시장안정과 운임 인상을 위해 소석율과 투입 선복량을 인위적으로 감축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선사들의 동참을 요청하는 한편, 불연일 경우 운임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쟁선사들에게 경고를 한 적도 있었다. 이는 대규모 Triple-E선단 출시를 앞두고 정지작업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머스크는 Triple-E급 20척으로 아시아-유럽항로에 10척×2 string으로 배선하려 했던 원래의 계획을 12척×1 string으로 축소하기 위해 지난 3월, 8척을 취소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왜 축소하려 했을까? 시장 전망이 예상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이제 20척을 모두 운영해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 가까운 시일내 물량이 급증하지 않는 한(그럴 전망은 거의 무망해 보이지만) 20척의 배를 채울려면 운임전쟁도 불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물론 최근 Triple-E 1호선 명명식에서 원래의 약속을 지킬 것임을 재천명했지만)

GRI 시도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선사들이 단결해 공급을 조절해가며 운임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숙원이었던 운임동맹의 해체와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금지시키는데 성공한 하주들이 순순히 1000달러 수준의 GRI를 수용할지는 극히 의문이며 Triple-E 1호선 ‘Maersk Mc-Kinney Moller'호를 포함한 신조선 인도와 하한기가 선사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예단할 수 없으나 GRI가 실패하면 차기 경쟁라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는 운임전쟁, M/S 전쟁이 될 것이며 결국 원가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원가경쟁은 약육강식의 체력전이다.

양대 간선항로가 운임전쟁에 돌입한다면 20대 선사중 상위 3사가 타선사들에 비해 우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선형크기(태평양노선)를 비교하면 8550teu vs 6490teu로 상위 3사가, 얼라이언스별로 보면 그랜드얼라이언스가 6609teu, 뉴월드얼라이언스가 6380teu, CYKH가 5883teu 순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18개 선사 중 14개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상위 3사는 Best, APL과 국내 A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보도됐다.

<최근 발주된 컨테이너선과 건조단가>

발주사 규모/척수(teu) 발주/인도 건조가(달러) 건조가/teu
한국 A사 13,000×5척 2008/2012 1억 6900만 13,000
한국 B사 13,000×5척 2011/2014 1억 2900만 9,800
머스크 18,000×20척 2011/2015 1억 8500만 10,278
CSCL 18,400×5척 2013/2015 1억 3660만 7,424
UASC 14,000×11척 2013/2015 1억 1500만 8,214
UASC 18,000×6척 2013/2015 1억 4000만 7,778
Costamare 9,000×10척 2013/2015 8000만 8,888
BoCom(리스) 9,400×4척 2013/2016 8200만 8,723
※ 외신에 보도된 자료를 근거로 필자가 작성한 것으로 오류 가능성 있음.

지난 5월 한달간 포스트 파나막스급 Eco-ship 30척이 발주됐는데 1만 3000teu급을 기준으로 건조선가가 2008년 여름 1억 7500만 달러에서 최근 1억 600만 달러까지 하락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자본비(선가)를 고정비(일명 Hire base)의 80%로 추정하더라도 운항 원가면에서 25%의 차이가 있다면 이는 아무리 탁월한 경영능력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신무기와 재래식 무기가 부딪치게 되면 승패는 불문가지다. 20대 선사들이 동일한 상품(서비스)을 판매하는 시장에서 고효율·저연료형 Eco-ship이 경쟁우위를 차지할 것이고 향후 수년내 제2 경쟁라운드를 거치면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것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 통폐합론이 가시화 되면서 단계적으로 M&A를 거쳐 20대 선사가 8대 선사 내외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Sealntel Maritime Analysis & LLoyds List Intelligence.)

6. Korea Discount

(1) 한국해운 리스크 관리와 위기 관리
실무에서는 양자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으나 리스크 관리를 사전적 개념이라 한다면 위기 관리는 사후적 개념으로, 원래 정치나 행정 영역에서 쓰이던 개념이 민간 기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즉 위기관리란 사건ㆍ사고가 발생한 후 그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지에 관한 것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복구해야 하는 사태,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적절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가의 행정에 있어서도 매크로적 국가 보안(security)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위기관리란 행정에 포함돼야 할 중요 기능의 하나이며 대부분은 대규모 재해나 시스템상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멈추는 사태, 블랙아웃, 테러리스트의 공격 등 사회 시스템 기반을 위협하는 것들이 그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해운이 당면하고 있는 실상을 위기로 보거나 아니면 그저 단순한 해운 사이클의 한 과정으로 시장이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며 느긋하게 지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해운시장이 정상적일 경우 리스크 관리는 선주와 은행의 몫이지만 위기 관리는 정부의 몫이라 하겠다.

결과를 놓고 보면 한국해운에서 해운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있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속수무책의 난감한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더 심각한 것은 현 상황이 리스크 관리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선주의 손을 이미 떠났다는 점이다. 그럼 누구의 몫인가? 금융권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손이어야 하는가?

(2) 시장을 전망하는 시각차
얼마전 해운전문지 보도에 의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적선사 99개사의 실정을 조사해본 바 절반 이상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인지라 새로울 게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국적선사 175개사와 접촉해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보니 73%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해운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5월초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해운계의 대표주자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LLoyd's Summit 참석자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는 우리의 그것과 정반대다.

회복 전망에 대해 △2014년 6% △2015년 26% △2016년 38% △2016년 이후가 30%였다. 지난해말 699포인트였던 BDI가 올해 3월초 935포인트까지 올라가면서 성급한 낙관론이 대두되더니 그때부터 내리막에 접어들어 6월 중순 현재 심리적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800선이 흔들리고 있다.

정기선 분야의 운임수준은 운항원가 밑으로 추락한지 오래고 저선가와 Eco-ship 선단의 영향으로 공급과잉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내년에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한국해운계의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반대로 해외의 전망이 맞다면 앞으로 3년을 한국선사들이 버텨 나갈 힘이 있을지… 어느 한쪽이 지나친 비관론자이거나 아니면 다른 쪽이 근거없는 낙관론자임에 틀림없다. “An optimist stays up until midnight to see the New Year in, a pessimist stay up to make sure the old year leaves”라고 하니 두고 볼일이다.

(3) 무엇이 어떻게 다른 가?
신년이 되면 언제부터인가 선주들이 신년사라는 것을 내놓으며 지난해의 회고와 신년에 임하는 각오를 내놓곤 했다. 2013년에 임하는 이웃국가의 3대 해운사가 신년사를 통해 밝힌 회고와 전략은 마켓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와 함께 침체의 원인과 대책으로 △ Spot trading tonnage를 침체의 주범으로 지적하고 △잉여선박과 Uncommitted 선박의 처분 △Ballast 항해의 최소화에 주력해 △Free tonnage 감축을 위해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해운산업의 부채비율이 타 산업에 비해 높은 것은 특성상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정도가 업계 평균을 훨씬 초과하게 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머스크가 50%, OOCL이 64%인데 비해 한증권사(S증권 애널리스트 P씨) 발표에 의하면 국내 A해운이 785%, B해운이 720%라고 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한 처지에 있는 한국 해운업계의 신년사는 이구동성으로 공급과잉으로 해운계가 어려우니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고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는 자금문제나 금융문제 등 정부의 지원과 관련한 소리는 어디에도 없었고 선사 나름의 선복관리 방안과 함께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이웃과 대비할 때 묘한 대조를 보였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최고경영자의 해운산업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아닐까? 해운을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도구(tool) 내지는 곁가지(branch)정도로 생각하고 침체기에는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럽기까지 해서 경우에 따라 미련없이 던져 버릴 수 있다면 그 회사는 ‘팔자 사나운 여인네’처럼 수시로 문패가 바뀌고 종업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동시에 그런 사고 방식이라면 경험과 경륜은 고사하고 사이클 산업이라고 하는 해운과는 애초부터 궁합이 틀린 것이 아닌가?

한국 5대 선사의 이력을 살펴보면 50년 이상 건재한 회사가 없다. 그 중 3개사가 10년 안팎을 주기로 주인이 바뀌었는데 비해 중위권 회사 가운데는 창업 50년이 지난 Family company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가족경영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세계 3대 회사 역시 가족 중심으로 경영되어 온 회사이며 OOCL 또한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이웃 일본의 3대 선사들도 예측 범위내에서 전문 경영인들 간에 바통을 이어가며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해운에 대한 애착, 대를 이어 온 경험과 경륜 때문 아니겠는가?

(4) 한국의 법정관리
70년대 이후 한국 해운계는 해운산업 통폐합도 거쳤고 KSC, 범양상선 등이 은행관리, 법정관리 등을 통해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최근 5년여에 걸친 기록적인 호황에 이어 불황이 몇 년 계속되자 벼랑 끝에 선 한국해운에 관한 기사가 연일 해운관련 국제 매스컴의 헤드라인이 되고 있다.

KLC, 삼호, 세광중공업 사태를 두고 외국에서는 ‘Keep quiet and head to the courts’라며 비판한지가 얼마전인데 또 다시 2002년 어렵게 법정관리를 벗어났던 대형 Bulk 전문회사가 긴급수혈자금 요청에 이어 주식매수를 요청하는 등 주거래 은행과 막판협상을 벌이더니 끝내 두 번째 법정관리의 길을 택했다.

법정관리의 목적은 법의 힘을 빌려 타의(채권자)를 최대한 억제시키며 회사의 재활을 추진해보라는 것일 것이다. 실패한 경영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는 관행적으로 회사의 경영을 더 잘 알 것이라는 이유로 실패한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지명해 왔던 한국 법정관리의 실체는 무엇인가?

(5) 선주들 구조조정에 선행적으로 나서야!
과거 도산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사례를 보면 은행과 ‘어떻게 잘 되겠지’하며 설마 하다가 실기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들이 많았다. 엄격한 의미에서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선주 자신이 미리 문제를 들춰내 선행적(proactive)적으로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한다. 문제를 조기에 관리하다보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요행수를 바라며 늦장 부리다가 은행이 주도하게 되면 해운에 대해 문외한인 은행측의 의사 결정에 따라야만 한다.

7. 대 책

현 시장은 50년래 가장 젊은 선대들로 초공급과잉상태이지만 이 문제는 단시간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디폴트, 채무재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2라운드를 위한 신예선박 발주가 줄을 잇고 있다. 심화되는 경쟁환경 등이 맛물려 가면서 불확실성과 불투명이 점철되는 가운데 사상 최대로 선대팽창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일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제 2 라운드는 비경제선이 배제된 상태에서 선령 5년 미만의 업그레이드된 선박과 Eco-ship으로 구성된 Green fleets간의 경쟁이 될 것이며 그럴 경우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선의 파괴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1) 선대 개편은 곧 생존문제다
지난 십년이 매출 위주의 해운이었다면(Revenue decade)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은 원가경쟁시대(Cost decade)가 될 것이다. 현재 취항중인 선박의 대부분은 2000년 초기 유가가 바렐당 30달러일 때, 아니면 2007~2008년의 정점에 건조된 비싼 선박들로 경쟁력이 없는 비경제선이다. 나아가 지금 인도되는 선박들마져 경쟁력면에서 2~3년 후에 인도되는 선박에 비해 경쟁 열위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비경제선은 어찌해도 비경제선일 뿐이다.

(2) 문제는 선박확보의 타이밍이다
선주의 입장에서 볼 때 선가가 낮을 때 확보해서 호황일 때 장기간 용선해줘야한다. 매입은 항상 침체기가 그 기회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 타이밍이다. 시장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지금이 배를 살 시기다’하면 값은 이미 올라가 있다.

시장의 특성상 선주는 항상 한발 빨라야 한다. 현명한 선주는 시장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한 사람이 아닌가’하고 의아해 할 때 행동으로 옮긴다. 과거 해운사를 돌이켜 보면 그랬다. 선박왕 Aristotle Onasis는 전쟁이 끝나자 다른 사람들은 곧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할 때 대량으로 Tanker를 건조했고 마침내 시장은 세간에서 예측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전개됐다.

해운시장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과거 Onasis와 같은 직관에 의한 베팅보다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2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경쟁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발주 중단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 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 사람들이 더 이상 강제 해체를, 발주 자제를 외치지 않을 시점이 되면 아마 그 타이밍이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신조선가는 벌써 최근의 발주에 힘입어 연초 대비 약 5% 정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3) 좌고우면으로 실기할 수도
전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야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너무나 순진한 사람이다. 전세계 선단을 몽땅 합해 놓고 보면 공급과잉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쟁을 좌우하는 것은 적정한 크기(suitable size), 가격, 선형(type) 그리고 연료 절감형에 작업효율(loading efficiency)이 있는 선박이며 이런 경쟁력을 갖춘 선박은 현재도 공급부족 상태라 할 수 있다.

컨테이너의 경우 선복량을 기준으로 하면 심각한 공급과잉이다. 그러나 효율과 규모의 경제를 갖춘 Eco형 Mega-ship은 공급부족상태다. 해외 선주들은 중국의 금융, 심지어 한국의 금융까지 이용해가며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는데 한국 선주들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가? 한마디로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이야 말로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방치하면 한국해운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4) 금융권도 결단해야!
지금 해운시장은 위축된 수요만이 문제가 아니다. 자산가치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선사들은 유동성이 고갈된 지 오래다. 2010년초 시황에 대한 일시적인 착시현상 때문에 혹시나 하며 해운계가 ‘피의 숙청’을 면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자산이 헐값으로 처분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자금시장의 접근로는 대부분 봉쇄돼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Right company+Right bank+Right project의 3위 일체가 되는 경우가 아니면 금융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할 만큼 투자자나 금융권이 이제는 BDI 수치나 낙관론을 펴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제 해운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아니라 70년대에 해운과 해외건설을 보는 우리국민의 시각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해운이야말로 국민들에게도 비인기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금융권이 과거와 달리 해운을 이제는 High risk industry로 보고 있으며 선별적으로 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도 현 위기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공은 이제 은행권에게 넘어가 있다. 조선업계를 지원하는 만큼 한국 선주들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 상태를 그냥 방치할 수 없으며 재편이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고 법률적 의견에만 의존해 해운계를 보는 시각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제는 은행들도 대증적 미봉책보다는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카드를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5) 하주의 협력이 절실하다
운임은 해운서비스의 생산원가, 하주의 구매력 그리고 시장의 수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서비스 생산업자인 선사들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말이지만 이는 곧 동맹시대로 회귀하자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선사들에게 가격결정권이 없다면 어찌 될 것인가? 최근 한전문해운인이 Bus 산업에서는 ‘No pay, no ride’라며 버스업계는 그들의 여객에게 운임결정권을 주지 않는 것처럼 해운업계도 하주들에게 운임 결정권을 넘겨주게 되면 회복은 고사하고 해운산업은 하주에게 종속되거나 아니면 일몰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운의 국제성, 만성적 공급과잉의 특성상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하주들의 정서는 어떤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찰이 왕인가 했더니 그보다 더 강자는 바로 하주다. 대형 하주들이야 말로 선사들의 중장기 전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힘을 갖고 있다. 향후 5년에 대한 물류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하주의 입장에서는 해운계의 장기불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며 그들에게는 운임만 싸면 된다.

대형하주 그리고 다국적 용선자들은 선사들에게 기존의 전통적인 해운 모델이나 얼라이언스로부터 벗어날 것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해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하주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애국심에 기댄다거나 ‘나는 하지만 너는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일방적 발상도 대안이 못된다. 최근 아시아발 유럽향 운임이 teu당 550달러까지 추락하면서 선사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는데 유럽 하주들은 중국에서의 낮은 운임을 엔조이하기 위해 서둘러서 무역조건을 FOB에서 CIF로 전환한 바 있다.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COA는 안정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버팀목임에 틀림없지만 Counterarty risk, 흔히 말하는 갑을관계에서 힘의 불균형으로 볼 때 COA만으로는 약하고 상호 의사결정에 참여해 마켓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휴형태인 Joint venture나 주식교환 방식까지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6월초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Nor-Shipping 2013에서 선하주 협력관계 구축의 일환으로 J/V에 관해 선주(Dryship 회장)와 하주(Cargill 수송담당총책)간 대화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하주가 ‘좋은 생각’이라면서 △Quality of Ship, Crew & Operation △Efficient vessel(Green ship) △Green management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흔히 하는 말로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찾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는 사실상 상업적 측면을 중시하는 사적분야에서는 불가능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고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협상, 조정 여하에 따라 성사 가능할 수 있고 더구나 국익 차원을 우선시한다면 한번 쯤 시도해 볼만하다고 본다.

중국정부가 리먼사태 직후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Controlled carrier라 할 수 있는 국영선대와 국영하주간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 바 있었으며 일부에서 마찰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의 주도력 여하에 따라 조금씩 가시적 효과가 보이고 있다.

국익차원에서 금융권, 하주 그리고 해운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손’이 주도한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도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선ㆍ하주 협력이라는 현실성이 결여되는 수사적 카드는 접어야 한다.

(6)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
한국이 세계 5위 해운국이라는 겉치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해운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하다. 홍길동 해운, 박문수 해운이 당면해 있는 눈앞의 재정난 해결도 중요하지만 모두 다 살리려다 다 죽는 것보다 지금은 국제경쟁시장에서 한국해운의 기반구축 이상 시급한 과제는 없다. 난마처럼 뒤엉켜 있는 기존해운계의 부채사슬로부터 자유로운 제3섹터에, 법적ㆍ제도적 안전장치와 함께 경쟁력을 갖춘 한국해운의 상비군 창설을 검토해야 한다.

한 경제학자(Martin Stopford)는 ‘침체도 해운시황의 일부이며 이 시기야 말로 선사 자신들이 호황일 때 회사를 적절하게 경영했는지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다’라고 했다.

해운회사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원인은 △Competitiveness △Profitability △Access to capital의 상실이다.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그 답변은 선주들의 몫이지만 해답을 찾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세가지 다 부정적이라면 당장 대책을 강구하고 막상 내가 할 일이 없다 싶으면 선행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가올 세계 해운시장은 규모의 경제와 경쟁력을 구비한 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Big boy's game이 될 것이다.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한 기본 요건 가운데 금융권과 하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물론 이 두가지는 사실상 정부의 개입을 부르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가 민간경제활동 분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의 위기는 현실적으로 민간 섹터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럴 시간 여유도 없다.

과거에 정부가 해운회사간 용ㆍ대선 업무까지 간섭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업계에서도 잘 나갈 때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제발 간섭하지 말라하며 선을 긋다가도 어려워지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하는 식의 양면성을 지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위기에 처한 한국 해운업계를 기사회생 시킬 수 있는 Key를 쥐고 있는 관리자는 민간섹터에는 없다.

1980년대 극심한 해운불황시기에 그리스의 George P. Livanos는 ‘Don't worry!’하며 단 두 마디로 해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리스 해운인들은 그래도 될지 모르나 한국 해운인들은 그럴 형편이 아니지 않는가? 해운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라면 다소 고통스럽고 기득권을 접더라도 한국해운을 살리는 길을 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1961년 미국의 맥나마라 국무장관은 ‘위기는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민간 섹터에서 할 수 없는 위기관리라면 누구의 몫이겠는가?

2013. 6. 19

윤민현 고문(Penb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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