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컨테이너선 선대규모로 세계 빅3 선사인 Maersk, MSC, CMA CGM사가 동서 기간항로에서 운영을 통합하는 전략적 제휴, 즉 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항로는 사실상 빅3의 독무대로 굳혀지고, 북미항로에서도 CKYH, G6와 대등한 점유율을 확보할 전망이다.

‘P3 네트워크’로 명명된 이 얼라이언스는 유럽, 북미, 대서양의 각 항로에서 총 29개 서비스 루프에 255척, 선복량 260만teu를 투입할 계획이다. 얼라이언스 개시 시기는 2014년 2분기로 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합의를 유지할 예정이다.

P3의 선복량은 머스크라인이 7월 이후 운항을 개시할 예정인 1만 8000teu선을 포함해 110만teu(42%), MSC가 90만teu(34%), CMA CGM이 60만teu(24%)다. 새로운 얼라이언스에서 운영할 29개 서비스루프를 보면 아시아-유럽항로의 8개 루프, 아시아-지중해가 5개 루프, 대서항로 6개 루프, 아시아-북미서안항로 6개 루프, 아시아-북미동안(수에즈 운하 경유 포함) 4개 루프로 구성된다.

실제로 이 3개사는 이미 각 항로에서 공동운항을 실시하는 등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북미항로에서는 2008년 3월부터 3개사가 선박공유협정을 맺고 북미서안 3개 서비스루프의 협조배선을 시작했으며, 유럽항로에서도 2011년 12월 MSC와 CMA CGM이 연합해 북유럽 서비스의 제휴를 하는 등 3개사의 협력관계가 있어 왔다. 그러나 이들 3개사의 공동운항은 필요시 최소한으로 시행한 것이고, 여전히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계 정기선업계는 G6얼라이언스, CKYH얼라이언스에 이어 빅3선사의 P3네트워크 등 3개 거대 얼라이언스 체제로 전환된다. 이번 빅3선사의 제휴로 유럽항로에서는 3사의 제공 선복량이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미항로에서도 기존 G6와 CKYH의 선복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빅3선사의 운항 선박량은 금년 4월 1일 기준 Drewry사의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북미항로는 83만 7557teu로 28.5%를 점유하고 있지만, 아시아-지중해, 아시아-북유럽항로와 대서양항로에서는 각각 69만 4549teu, 115만 3181teu, 14만 4025teu로 54.6%, 45.6%, 34.6%를 점유해 과점 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각국이 이를 승인할 것인가 하는 대응이 주목된다. 유럽위원회에서는 외항 카르텔에 대한 유럽연합(EU) 반독점 포괄적 적용 제외를 규정한 이사회 규칙을 2008년에 폐지하고 동시에 유럽 운임동맹(FEFC)도 133년의 역사에 막을 내렸다. 단, 운임동맹과 달리 2010년 4월에 만료되는 정기선사의 배선연합인 "컨소시엄"에 대한 반독점 포괄적 적용 제외는 5년간 연장했다. 이때 유럽위원회는 독점 금지법을 적용하지 않는 시장점유율 상한을 35% 미만에서 30%로 낮추었다. 따라서 내년 2분기 얼라이언스 출범이전에 얼라이언스의 시장점유율을 30%미만으로 조정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무리하게 초대형 얼라이언스를 형성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기업차원에서는 슬롯 당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급격히 진행된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에 따라 오히려 이것이 산업전체에는 공급과잉을 초래해 유럽계 대형선사조차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하고 유연한 배선 체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제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즈 리스트지는 선대확장 및 시장 점유율 경쟁을 하던 빅3선사들의 전략적 제휴로 인해 경쟁완화와 운임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Alphaliner사는 빅3선사의 얼라이언스 결성으로 경쟁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등 서로 다른 분석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화주의 자유로운 선사 선택이나 선사간 가격, 서비스수준, 항로서비스 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현재 화주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Daily Maersk 서비스도 당장 현재 5개 서비스 루프에서 8개 서비스 루프로 확장시킬 전망이고, 향후 이 서비스 확장에 선박투입을 늘려나갈 태세다. 항만이나 터미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빅3선사들이 독자적으로 이용하고 있던 공용터미널의 경우는 3개 선사가 동일 터미널에 기항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후기산업사회에서 정기선 해운업은 포디즘으로 대표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 선사간 얼라이언스 구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파멸적인 경쟁, 초대형선 투자의 리스크 등은 화주 위주의 해운정책이 빚은 당연한 결과다.

만약 현재와 같이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공급과잉에 의한 운임하락이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선대규모면에서 시장점유율이 높고, 그중에서도 자본비 부담이 높은 초대형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선사들이 가장 먼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위험이 높다. 화주 역시 선박의 초대형선화로 당장의 운임하락으로 얻는 것보다 추후 시장의 독과점화에 따른 운임상승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의 우려로 잃을 것이 더 많아 질 수도 있다. 종국에 가서는 전 세계에는 1개의 정기선사만 남을 때까지 치킨게임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화주의 경쟁시장정책이 세계해운산업 구조를 독과점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리제이션 하에서 무역에 의한 잉여창출과 번영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선주들의 파멸적 경쟁을 완화시켜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해상운송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 운영을 하는 기업들의 공급사슬위험관리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화주단체들은 정기선사들의 안정된 서비스유지가 건전한 SCM상 파트너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빅3선사 이외 나머지 G6얼라이언스, CKYH얼라이언스의 주로 아시아계 선사들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 이들 선사들도 같은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초대형 얼라이언스를 구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유럽항로에서는 빅3 얼라이언스에 대적할 수 있는 새로운 아시안 얼라이언스가 구축되는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P3 얼라이언스 결성으로 경쟁이 완화될지, 독과점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얼라이언스가 태어날지, 아니면 P3와 새로운 아시안 얼라이언스와의 경쟁 격화로 이어질지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산업 내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리스크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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