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枯死위기 정부 뭘하고 있나

<해운업 枯死위기 정부 뭘하고 있나> 

정부 특별법 제정, 해운살리기 나서라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얘기인가? 한국의 해운산업 자체가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이나 기관, 협회 등은 일체 손을 놓고 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최후의 순간을 맞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해운산업을 살려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참으로 한심한 상황이다. 이럴 거라면 무엇 하려고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으며, 무엇 때문에 새 장관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인지 자괴감마저 드는 요즈음이다.

STX팬오션 사태에서 보듯 한국의 해운산업, 특히 원양벌크선 사업 분야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피폐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해운불황으로 인한 범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선사들도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지만, 일본, 대만, 미국, 유럽의 유명 벌크선사들 가운데 상당수도 이미 파산상태에 빠졌거나 파산 보호신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해상물동량은 늘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선복량은 신조선박의 증가로 인해 크게 줄지 않고 있으니 선사들의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북아를 중심으로 해운 호경기때 속속 생겨난 조선소들이 아직까지도 선박을 마구 지어내고 있어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가들마다 자국의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펴는 것이 오히려 해운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한국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둘러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국적선사 가운데 한일간 컨테이너선사나, 장기COA를 확보한 일부 원양 벌크선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파산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미 수십개사가 간판을 내린 상황이며 대부분의 원양벌크선사들은 제대로된 영업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제대로 살아남은 원양선사는 10여개사에 불과하다는 소문이고 보면,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그에 따른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특단의 조치 내용은 특별법의 제정과 그와 관련한 '해운업의 새판짜기'로 요약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시급히 '해운산업 육성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향후 한국해운산업이 발전하고 도약하는데 필요한 디딤돌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전제로 현재 한국해운이 안고 있는 누적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현상황에서 부채탕감 등 과감한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국적선사들이 모두 고사하고 말 것임이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특단의 조치 시행에 앞서서 국적선사의 사주나 최고경영자들은 책임을 지고 자구계획(스스로의 부채절감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만 한다. 과거 1984년에 시행했던 해운업계 재편과 해운산업 합리화계획은 30여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다시 한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특단의 조치 중에 우리가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새판짜기'다. 사실상 망해 종언을 고해야 할 외항 벌크선사들의 재건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앞으로 지원을 했을 때 건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선사들을 위주로 새판을 짜고 새로운 체제에 안착한 국적선사들만을 대상으로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해운법을 고쳐서라도 새로운 면허제도를 도입해 신규 면허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

새판짜기의 요체는 벌크선의 경우 선종별로 항로별로, 선박의 사이즈별로 그룹핑을 하여 새로 통합된 운영회사(여러선사의 선박이 합쳐진 것을 운영하는 회사)를 만들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해 새로운 선사로 새 출발하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도 현재 문제가 없는 한일항로 등 근해의 컨테이너선사들은 그대로 내버려 둔다고 해도 원양컨테이너선의 경우는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외항해운업의 새판짜기에서 계속 관심사항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하주기업의 문제다. 현재 외항선사 가운데 살아남았다는 선사들은 대부분 하주기업이거나 하주들과 관계가 돈독한 선사들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새판짜기를 할 경우 대형하주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부 국적선사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하주기업 문제는 정부당국이 용단을 내려서 적정한 선에서 서로의 경계를 지키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선사간 혹은 선박간의 통폐합 내지는 통합운영이 지금의 시기에도 유효한 것이냐 하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또한 해운산업만을 대상으로 어떻게 특별조치법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 중요한 것은 국적선사들을 어떻게든 살려내야 하는 것이고, 그것도 빨리 수혈을 해줘야만 사멸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당국이 한국해운 부활을 위한 비상대책 마련을 서둘러주기를 권고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